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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까 말까 할 땐 '에라이~ C'

<월간 오글오글 : 3월호 도전>

by 마싸 Mar 15. 2025

<간 오글오글>은 글쓰기 모임 오글오글 작가들이 매 월 같은 주제로 발행하는 매거진입니다. 3월호 주제는 '도전'입니다.






도전이란 주제를 들었을 때 '내가 무슨 도전을 했더라~'가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을 보면 참 도전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던 것 같다. 그래도 글을 쓰기 위해서 글감이 될 만한 것들을 기억해 내려 과거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보니 한 가지가 생각났다.




20대 중반쯤 친구들과 가평에 놀러 가 수상 스키도 배우고 (성공 못 하고 물만 엄청 먹었다) 번지 점프를 했었다. 무서운 놀이 기구를 지금도 잘 타는 편이라 큰 두려움은 없었다. 여러 가지 서류를 작성하고 (죽거나 다치면 니 책임이다 하는 것들 ㅋㅋ) 몸무게를 재고 장비를 착용한 후 번지를 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말이 엘리베이터지 철조망으로만 되어 있어 밖은 훤히 다 보이고 바람이 쌩쌩 들어왔다. 덜커덩 덜커덩거리면서 어찌나 천천히 올라가던지 이때부터 뭔가 잘 못 되고 있음을 느꼈다. 다리가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고 철조망을 꽉 붙잡은 손엔 땀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제야 몇 년 전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사진 출처 : 한겨레 뉴스  (통도환타지아 사진을 못 참음, 위 사진은 서울랜드 스카이엑스)



통도환타지아에 친구들과 놀러 가서 위의 놀이기구를 탄 적이 있다. (두꺼운 비행복을 입고 50m 정상에 올라간 뒤, 카운트다운에 맞춰 줄을 당기면 약 90m의 반원형 궤도를 그리며 날게 되고 몸무게에 따라 시속 85~100㎞가 나온다고 설명되어 있음) 바이킹 맨 뒤에서 일어서서 손을 들고 탈 정도로 겁이 없는 내가 저 줄을 당기기로 하고 그 위치에 매달려 올라갔다. 공중으로 올라가는데 10미터쯤 때부터 가슴이 터져나갈 듯 심장이 뛰고 온몸이 굳기 시작했다. 




그렇다. 난 내 몸을 꾹 눌러주는 완전무결한 안전장치가 있는 놀이 기구는 얼마든지 탈 수 있었지만 이렇게 허술하게 줄에 걸린 채로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은 너무 무서웠던 것이다.(난 회전 그네나 공중 자전거가 무섭다) 줄을 당기라고 카운트다운을 하는데 패닉이 와서 멍하게 있었다. 옆에서 친구들이 이런저런 말들을 해줘서 정신을 차리고 줄을 당길 수 있었다. 




이때의 기억을 까먹고 호기롭게 번지점프를 하겠다고 하고선 올라가는 중에 이미 멘붕이 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점프대 앞까지 또 걸어가야 했다. 바닥에 난 구멍 사이로 보이는 강물이 내가 얼마나 높은 곳에 있는지 더 실감케 했다. 엉금엉금 점프대 앞까지 가니 직원이 착용한 장치에 번지줄을 걸고 번지대 앞으로 나를 세웠다. 그리곤 외쳤다.


"쓰리, 투, 원, 번지"

"자... 자... 잠깐만요.."


뛰어내리지 못했다. 


"한 번만 더 해 봅니다. 못하겠으면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세요."


 TV에서 연예인들이 번지점프 뛸 때까지 몇 시간이고 기다려 주는 건 그들이 방송 중이어서 가능했던 거였다. 현실에선 기다려주지도, 용기를 북돋아 주지도 않았다. 온전히 스스로의 선택이고 스스로가 이겨내야 하는 두려움이었다. 

'저걸 타고 다시 내려가라고? 그것도 싫은데.. 으아~ 근데 여기서 어떻게 뛰어내리냐..'


직원의 마지막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쓰리, 투, 원, 번지!" 

'에라이~ C~~'


번지대에서 발을 떼고 아래로 떨어졌다. 철조망을 타고 다시 그 시간을 내려가는 것보다 한방에 내려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소리조차도 지르지 못할 정도로 공포스러웠던 시간은 고작 2초. 나는 눈을 떴고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공중을 유영하고 있었다. 주변의 풍경도 보고 다시 튕겨져 올라갈 땐 약간의 스릴도 느껴져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느꼈다.



사진 출처 : 가평 탑랜드




줄을 당겨서, 발을 내디뎌서 떨어져 보니 알게 됐다. 숨 막힐 듯 긴장되는 선택의 시간, 무슨 결정을 해야 할지 머리가 터질 것 같을 때, 할까 말까 하는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순간, '에라이~'하고 확 해버렸을 때의 그 후련함을. 



그리고 두려움은 시작하기 전이 가장 크다는 것을. 줄을 당기기 전, 번지대에서 뛰어내리기 전이 가장 두려웠지 막상 그 이후엔 두려움보다는 해냈다는 뿌듯함과 하늘을 나는 듯한 즐거움이 있었다.



그러니 할까 말까 할 땐 그냥 '에라이~~ C'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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