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의 시작점은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결핍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어린 시절의 이야기부터 시작하게 된다.
무려 정확히 몇 학년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어렴풋 몇 몇 기억들이 생각나는데 그 기억들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뚜렷하다.
일단 우리 집은 이혼가정이다.
유치원 전 기억부터 우리집은 바람잘 날 없이 부모님 두분께서 싸우는 기억 뿐이었고, 부모님 두분이서 따뜻한 말 한마디 나누는걸 본 기억도, 소소한 하루의 일상을 나누는 기억도, 서로에게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고 사과를 나누는 기억도,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나의 꿈은 무엇인지에 대해 대화를 나눈 기억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창 웃음 꽃을 피우어야 할 어린 나이임에도 항상 근심과 수심이 가득한 얼굴이어서 초등학교 저학년 담임 선생님 부터 고학년 담임 선생님들 까지 모두 나를 특별히 관리하고, 진심으로 걱정해주셨던 기억들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내가 유명한 학생이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던 해에는 엄마와 떨어져 할머니 댁에서 삼촌들과 이모,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전학은 가기 싫어 달 동네에서 약 40분 가량 버스 정류장 까지 걷고 또 그곳에서 버스를 1시간 가량 타고 다녔다.
긴 등하교 길은 그렇다 치지만 그 당시 할머니 댁의 생활은 무심하고 가끔 날 때리던 삼촌, 엄격했던 고모, 무서웠던 할아버지까지 약 1-2년 정도 지냈지만 그 기억에서 한순간도 다정함이란 감정을 느껴보질 못했던 것 같다 아니 오히려 난 그곳에 방치되었다 라는게 맞는 표현인 것 같았다.
그렇게 어릴 적 나는 어느곳에서도 환영 받지도, 소속되지도 못한 외로운 아이였었다.
그런 생활이 반복되던 어느 날 초등학교 하교시간, 달동네인 할머니댁으로 향하지 않고 엄마의 집으로 향한 적이 있었는데 그냥, 충동적으로, 갑자기 어린 마음에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아빠에게 말도 없이 홀연히 엄마의 집으로 향했었다.
그때의 나는 초등학생이라는 어린나이에 엄마의 품이, 엄마의 냄새가, 동네 친구들과 뛰어놀던 것들이 너무 그리웠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날 밤,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날 한참 찾던 아빠는 이혼한 엄마집에 찾아와 나를 혼내며 다시 데려가려 했지만 엄마가 나를 끌어 안으며 자신이 키우겠다고 한 기억이 있는데 그 날, 그렇게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걷돌던 나를 유일하게 안아 준 엄마의 품이, 그 장면이, 그 고마움이, 따스함이 아직도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