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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샤 Oct 23. 2024

지금은 들을 수 없는 목소리

<30일간의 글쓰기 여정> DAY 19 목소리

DAY 19 목소리_언젠가 꼭 다시 듣고 싶은 목소리에 대해 써보세요.


내 이름은 참 흔하다. 

"민수"


학교 다닐 때는 같은 반에 같은 이름은 가진 학생이 있곤 했다. 더 자주 접할 수 있는 건 교과서. '철수'처럼 흔한 내 이름은 아무개 남자 이름을 대야 할 때 자주 쓰였다.


나를 위한 부름이 아닌 수업을 위한 내 이름이 언급되었을 때 민망하기도 했지만, 다른 친구의 입에서 정겨운 두 글자를 들을 수 있으니 반갑기도 했다. 누구나 이름을 가지고 있다. 나의 이름은 조금 평범해서 널리 쉽게 쓰였다. 가끔 장난으로 "민수!"라고 불렀지만 교과서 읽는 시늉을 하는 짓궂은 아이들도 있었다. 자꾸 장난치지 말라는 표현으로 웃으며 주먹을 허공에 휘두르는 내 모습이 떠오른다. 


교실 내 자리에 앉아 있을 때 누군가 이름을 외치며 다가오는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 숙제를 하며 귀찮은 듯 반응했지만, 내심 좋았다. 때로는 다급하게, 때로는 상냥하게, 때로는 격양된 목소리로. 뭐든 반가웠다. 나를 찾아오며 이름을 불러줄 때 내가 더 선명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복도 저 멀리서 내 이름을 외치며 달려오는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 삼삼오오 모여 있는 복도를 혼자 걸을 때 기죽지 말라는 듯 크게 내 이름을 외쳐준다. 내 이름이 들리면 주변은 전부 흐릿해지고 나를 향해 달려오는 친구만 보인다. 달려와 반갑다는 듯 안거나 달려오는 방향으로 같이 달려간다. 술래잡기를 하듯 시간을 보내면 어느새 쉬는 시간이 끝나 있다.


점심시간에 식판을 들고 갈 때 같이 앉자며 내 이름을 외치는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 4교시가 되면 급식차가 복도로 와서 교실에서 먹은 적도 있고, 급식실로 이동해서 먹은 적도 있다. 순서대로 줄을 서서 급식을 받지만 그 순서대로 밥을 먹지는 않는다. 친한 친구가 있는 곳을 따라 밥을 먹는다. 식판을 들고 어디서 먹어야 하나 망설여질 때 내 이름을 부르며 손을 흔드는 친구가 무척 반갑고 고마웠다. 


천진난만하게 내 이름을 불러주는 친구들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 등굣길 버스에서 우연히 마주칠 때, 자전거를 타고 지나갈 때, 학교 끝나고 같이 분식집에 갈 때, 주말에 만나서 놀 때, 졸업식날 같이 사진 찍을 때. 언제든 어디서든 뭐든 이름이 불리면 참 반가웠다. 뒤에서 이름이 불리면 고개를 돌려 그 친구를 바라보는 장면이 자꾸 생각난다.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 오직 그 시기에만 느낄 수 있다. 지금 같은 장소에서 같은 친구들이 내 이름을 불러주면 어떤 기분일까. 가끔 혼자 있는 방 안에서 추억 속에 잠겨 내 이름을 불러본다. 때로는 리듬감 있게, 때로는 나무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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