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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샤 Oct 25. 2024

빠르게 쌓은 건 빠르게 무너진다

<30일간의 글쓰기 여정> DAY 21 사랑

DAY 21 사랑_내가 어떤 대상을 사랑하는 방식에 대해 써보세요.


#한 학생의 연애 상담

점심시간, 한 학생이 찾아왔다.

작년 10월부터 만난 여자친구와의 문제로 인한 고민 상담이었다. 작년부터 좋아했던 여학생과 사귀게 되어 기뻐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얼마 전부터는 서로 생각하는 시간을 갖다고 통보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불안하다며, 속상하다며 눈물을 흘리는 학생을 위로해 주었다. 수업 종이 울려서 간신히 달래서 교실로 보냈다.


교실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학생의 뒷모습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들이 겪는 감정이 진짜 사랑인 건가? 나는 저 나이대에 사랑을 했던가? 누군가를 사랑했기에 눈물을 흘려본 적이 언제였지.


내년이면 고등학교라는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학생들이 싱숭생숭해지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고등학교 원서 접수 시기. 특성화 고등학교를 갈 것이냐, 친구를 따라갈 것이냐, 가까운 곳으로 갈 것이냐 무수한 고민 속에서 연애라니. 불안하고 속상해서 눈물을 흘리다 지쳐 잠들었기에 수행평가 준비를 못했다는 학생의 말을 듣고 등짝 스매싱을 날리고 싶었으나, 지금 저 아이의 세상에서는 사랑이 가장 큰 문제였을 것이다.



#내 추억 속 그 사람

고등학교 2학년 때, 밤 9시에 야간자율학습 시간이 끝나면 집 반대 방향을 향해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30분 정도 밟아야 도착하는 한 아파트. 그곳에는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살고 있었다. 핸드폰을 열어 그 친구에게 잠깐 내려올 수 있냐는 메시지를 남겼다. 콩닥콩닥. 


그렇게 벤치에서 앉아 잠깐 이야기를 하고 나는 집으로 떠났다. 일주일에 서너 번 그 잠깐 친구의 얼굴을 보려고 30분을 자전거 타고 달려가, 1시간 가까이를 다시 달려 집으로 돌아갔다. 지금은 생각도 못하는 열정이지만, 그때는 힘들지 않았다. 그 친구를 보러 가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보고 있지 않아도 뭐 하고 있는지, 밥은 먹었는지 궁금해졌다. 자꾸 찾아가고 싶고 손이라도 만져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그렇게 추억의 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천천히, 견고하게

나한테 상담하러 온 친구의 마음이 십분 이해 갔다. 중학교 3학년이 되면 여기저기서 연애를 한다는 친구들이 보인다. 지금 그 친구들이 하는 게 사랑인가?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내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을 돌이키니 충분히 사랑이라고 부를 만한 감정이 느껴지긴 했다.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무언가가 마음속에서 느껴졌다.


처음에는 무언가를 사랑하면 궁금하고 가까워지고 싶다. 자주 찾아가서 보듬고 만져보고 싶다. 이제는 안다. 그 열정이 사랑의 평균값이 아니라 절정에 가까운 수치라는 점을. 그래서 조절을 잘해야 한다. 자주 연락하고, 얼굴을 비추고 싶고, 보듬고 싶고, 내 마음을 전부 표현하고 싶지만 차근차근해야 한다.


한 겹, 두 겹 애정의 시간이 축적되면 견고한 관계가 만들어진다. 급하게 만들어진 관계는 언제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그렇게 탄탄한 관계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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