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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샤 Nov 02. 2024

문제 해결의 시발점은?

<30일간의 글쓰기 여정> DAY 27 질문

DAY 27 질문_내 삶에 큰 흔적을 남긴 질문에 대해 써보세요.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내려가고 근심 가득한 표정이 거울로 보인다. 내가 지금 어떤 기분이지, 지금 어떤 마음이지?



학창 시절부터 혼란스러웠던 적이 많았다. 주변 사람들의 표정과 감정에 영향을 많이 받았던 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은 불편했다. 활기찬 사람과 함께 있으면 덩달아 기분은 좋았지만 에너지용량이 많지 않아 쉽게 가라앉았다.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 사람 곁에 있으면 그 마음이 순식간에 물들었다. 지금에서 그때를 들어보면 나의 기분과 감정을 잘 돌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게 대학교, 군대, 직장에 들어가면서 점차 타인의 거리 두기를 시작했다. 남들의 감정과 거리를 두면서 나의 기분과 마음을 잘 간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스멀스멀 타인의 감정이 유입되려고 할 때, 스스로 던지는 질문이 있다. 


그래서 지금 '내' 마음은 어떤데?


다른 사람들이 던지고 가버린 감정이 부지불식간 쌓이기 시작했고 저 아래 묻힌 내 감정을 찾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언짢은지, 당황스러운지, 속상한지, 슬픈지, 억울한지, 기쁜지, 설레는지, 즐거운지, 벅차오르는지. 감정 뭉치 속 내 감정을 건져 올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방법을 잘 몰랐다. 고민 끝에 찾은 내 마음이 진짜 내 마음이 아니었던 경우도 있고, 내 마음을 찾기 위해 긴 시간 의도적으로 혼자 있기도 했다. 명상도 해보고 산책도 해봤다. 여러 방법이 있지만 나에게 가장 최적화된 마음 찾기 수단은 글쓰기다.


시간이 갈수록 내 감정을 찾아야 하는 문제들의 난도가 줄어들지 않았다. 더 많은 시간을 산책해야 했고, 운동을 하다가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그러다가 시작한 글쓰기는 참 묘한 방법이었다.


막 써 내려가고 다시 읽어보며 정리하고를 반복해 글이 완성된다. 완성된 글을 다시 읽어보면 내 마음을 설명해 놓은 듯한 내용이 적혀 있다. 내가 내 마음을 설명했구나. 엉켜있는 마음 뭉치를 한 올 한 올 풀어갔구나.



타인을 위한 글쓰기와 자신을 위한 글쓰기를 고민할 때가 있다. 결국 글이란 누군가 읽었을 때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 나보다 타인에 초점을 맞춘 글을 쓰기 시작했다. 더 가독성 좋은 형식을 찾고, 검색 키워드를 찾아 노출 빈도가 높은 단어를 조사했다. 그러다 보니 글쓰기가 숙제처럼 느껴졌다. 처음 시작한 의도와 엇나갔다.


자신을 위한 글쓰기로 대표되는 건 일기다. 나의 은밀한 내용이 담긴 일기를 공개하는 건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정제된 표현으로 공개 가능한 범위를 글로 써 내려가면 충분히 공개 가능했다. 그래서 나를 위한 글쓰기를 정리해 올리기 시작했던 게 블로그의 시작이었다.


좋은 질문에서 좋은 답이 나온다. 생성형 AI라고 불리는 챗GPT, 뤼튼 등을 사용할 때 자주 듣던 말이다. 허접한 질문을 던지면 볼품없는 답이 돌아온다. 반면 정돈되고 목표가 분명한 질문은 양질의 답을 기대할 수 있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고민했다. 나의 삶에서 감정은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게 마음을 아는 일이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었다.


"그래서 지금 '내' 마음이 어떤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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