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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인 작가 Jul 15. 2024

학원을 접기로 했다

살기 위한 선택


내 뺨은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학원을 그만두는 마지막날이 오면 후련한 마음으로 미소를 지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리라 예상했지만 

시나리오는 내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내 발은 학원 강의실 하나 하나를 담았고 

내 손은 손때가 묻은 영어책으로 

내 눈은 이제 곧 헤어질 연인의 마지막 모습을 

담을 것 처럼 그윽해졌다

이 책상은 ...이 책은... 내가 언제 샀었는데 

이 책꽂이는 내가 특별히 맞춤 제작했었는데 

어디하나 내 손이 안 간곳이 없었다.

모든 물건에 이름이 있었고 추억이 깃들어져 있었다.


보고 싶은 나의 제자들의 얼굴들이 떠올랐다

이제는 고등학생이 된 민주, 준혁이... 내가 처음 영어공부방을 차렸을 때 같이 케롤을 부르며 

크리스 마스 케이크를 만들었는데.. 

"선생님 때문에 영어가 좋아졌고

영어 실력이 많이 향상 되었어요. 선생님과의 수업은 평생 잊지 못할거 같아요."

스승의 날에 카드를 줬던 나의 그리운 제자들...

특별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학교 앞에서 학원 홍보를 위해 전단지를 배포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학부모님들 앞에서 학원 설명회를 진행했던일

코로나 때 아이들이 학원에 오지 못하자 학생 한명 한명 집으로 책을 배달하며 

우왕 좌왕 시작했던 줌 수업들..

그때는 정말 죽을만큼 힘들었지만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추억이 되었다 


내가 영어학원을 그만 둔다고 했을 때 많은 학부모님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칠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단 세명의 학부모님만이 나에게 전화가 왔다

그것도 몇년동안 주말이나 밤이든 상관없이 카톡이나 전화로 나를 괴롭혔던 

진상 리스트에 있었던 학무모님들이였다


6년동안 나의 학원에 아이를 보내주셨던 한 학부모님은 

" 제가 원장님을 진짜 좋아했어요. 원장님 덕분에 우리 ** 이가 많이

성장했어요. 이제 원장님 가시면 우리 아이 영어는 어떻해요."

결국에는 눈물을 터트리셨다. 전화기를 붙잡고 나도 같이 울었다.


다른 학부모님 반응도 비슷했다 

평소에 성적이 본인 기대치에 못 미치면 바로 전화해서 도대체 학원에서 관리는 어떻게 

하는 거냐며 따졌던 학부모님들이 내가 그만둔다고 하니

못내 아쉬워했다. 미운정이 더 무섭다고 했던가?

지금까지 나를 믿고 자녀들을 맡겨주신 학부모님에게 미운 마음보다는 깊은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영어 공부방을 하고 있을 때는 영어 학원을 하는것이 일생일대의 꿈이였다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니 가족들이 불편해해서 눈치도 보였고 

이른 결혼으로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경단녀로 살았던 나는 

남편 그늘에, 둘을 키우면서 점점 내 이름 석자가 묻히게 되자

나의 희생을 보상받을수 있는 사회적 직위가 절실히 필요했다 

남들에게 보여줄 영어원장이라는 그럴듯한 명함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렇게 꿈에 그리던 영어학원을 왜 그만뒀는지 물어본다면 

딱 한줄로 이만해서 그만 두기로 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내 마음이 그만두는 쪽으로 기울어서 굳혀지기 시작된건  퇴근길, 중앙선을 끼고 신호를 기다릴쯤 

맞은편에서 빗발치던 차들이 내 차 옆으로 스쳐 지나갈때 내가 여기서  핸들을 왼쪽으로 틀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한동안 매일 차선에 서면 어김없이 했다는것이였다. 


내 학원이 있는 상가는 영어학원만 여덟개가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곳에 위치해있었다. 

가장 힘들었던것은 학생들이 그만둘까봐 밤잠도 설치며 전전긍긍하는 내 모습이였다

마음속에서는 지금 아이 상태로는 어머님이 원하는 점수는 힘들다고

지금 학원에 다니는게 이 아이한테는 시간 낭비, 돈 낭비다라고 말하고 싶은데

지금 학원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 선생님도 신경써서 체크하고 있다

걱정하지 말라고 태연하게 말하는 내 자신이 너무 속물처럼 느껴졌다.

예전에는 뭐든 좋은쪽으로 변화시키려고 의욕이 앞섰다면

봐도 못 본척 다 눈감아주고 있는 내가 너무 싫었다. 

그렇게 나는 선생님이 아닌 수익을 내는 사업가로 변해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미 내 숨은 턱 까지 올라왔고 더이상은 숨을 참지 못해 질식해 죽을거 같았다

'조금만 참으면 괜찮아 남들도 다 이렇게 힘들게 살아 너만 유난떠는거야 

지금 그만두면 지금까지 너가 노력해서 쌓아온 것들이 물거품이 되는거야.' 

라며 나를 어르고 달래보아도 머리는 이해했지만 내 몸과 마음은 이미 망신창이가 되었다


그때는 그게 번아웃 증상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번아웃이란?

하얗게 불태운후의 소진 상태를 의미한다고 한다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겪게 되는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피로 상태로서 

의욕이 떨어지고 공감능력이 저하되며 부정적 사고는 강화되고 성격이 달라지며 증상이

심화되면 모든것을 회피하려는 태도가 생겨 모든것이 다 싫어지고 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인 

상태라고 한다


내가 그토록 원했던 일이였고 애정을 가지고 운영했던 학원이였지만 

쉼 없이 달리기만 하자 내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된것이다.

잘하고 싶어서 노력했는데 그 노력의 끝이 다 그만두고 싶은 상태로 바뀐것이다.


계속 일하다가 무리하다보면 그 일이 더 싫어지고 결국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일이 되는줄도

모르고 나는 나를 위해 짧은 휴식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남편에게 나의 현 상황을 말했고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할거 같다고 말을 했다. 

처음에 말할때는 화를 냈던 남편도 나의 어두운 낯빛을 보고 심각성을 감지했는지

고맙게도 수긍해줬다.


오프라윈프리는 " 인생에서 가장 배우기 어려운 것중에 하나는

어떤 다리를 건너고 어떤 다리를 태워야 하는것이다."라고 말했다


팔년 동안 학원을 운영하면서 내가 깨달은건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내 마음에서 납득할 만한 

충분한 동기가 있어야 몸이 움직이는 사람이라는것을 깨달았다

아이들 가르치는것을 그만하고 수익을 위해 학원 운영만 하는 삶은 

나와는 결이 맞지 않는 일이였던 것이였다

이제는 나와 맞지 않는 다리를 태우고 새로운 다리로 건너가야 되는 

시점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의 커리어의 1막이 끝났고 2막이 시작되었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 넘어졌을 때 바로 일어나려고 애쓰지 말자

넘어진길에 나 자신을 내려놓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자 그래야 앞으로 겪게 될 크고 작은 시련앞에 

온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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