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우스처럼
돌아보면,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시작한 경험은 많았다.
하지만 그에 걸맞게 끝을 맺은 기억은 많지 않다.
그래서 오늘은, '마무리'라는 것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보고 싶다.
1. 리턴 없는 함수
일반적으로 프로그래밍에서는 함수마다 리턴값이 존재한다.
리턴은 말 그대로, 특정 작업의 결과물이다.
내 인생을 돌아보면, 수많은 실행들이 있었지만, 리턴값을 남기지 못하고 자연스레 사라진 일들이 많았다.
귀찮아서? 중요하지 않아 보여서?, 힘들어서?,
이유는 다양했지만, 가끔은 그렇게 스킵했던 일들의 부재가 먼 훗날 나를 발목 잡았다.
2. 미완성의 나비효과
재수생 시절, 영어 과목은 내 약점이었다.
언어와 수리는 1-2 등급을 유지했지만, 영어만큼은 유독 취약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영어가 나의 가장 큰 리스크이자, 동시에 가장 큰 전환 포인트라는 것을.
여러 단과학원과 인터넷강의를 수강했고, 스스로 스터디 계획을 세우는 등 여러 방법을 실행했다.
하지만 조금씩 미뤘고, 결국 끝맺지 못했다.
그리고 수능날, 당연하게도 영어는 내 발목을 잡았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그때 마무리만 잘했어도, 인생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단순히 입학한 학교가 바뀐다기보다, 마무리를 짓는 습관을 들인 나는 더 많은 마무리를 짓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3. 자만의 뒷맛
대학 시절, 토익 시험을 준비한 적 있다.
영어에 약했던 터라 이번만큼은 반드시 원하는 점수를 받겠다는 의지가 컸다.
초반에는 생각보다 성과가 좋았다.
그러자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 별거 아닌데?, 좀 놀아도 되겠는데?"
마치 볼드모트가 해리포터를 얕본 것처럼 내 안에도 자만이 슬며시 자리 잡았다.
결과는 예상보다 좋지 않았다.
4. 체력의 벽
최근 영화 <승부>에서 인상 깊은 장면을 봤다.
조훈현이 이창호에게 체력의 중요성을 말하는 장면이었다.
"체력이 없으면, 인내심이 없어진다"가 주요 골자였고, 예전 <미생>에서도 비슷한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체력이 약해지면 편안함을 찾게 되고, 편안함은 인내심을 갉아먹고, 결국 승부에 집중 할 수 없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큰 사건이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체력이 문제가 되어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경험은 수도 없이 많았다.
30대가 되어보니, 이 문제는 더 커지는 것이 느껴진다.
좋은 마무리를 짓기 위해 체력을 길러야 한다.
5. 타이밍을 놓친 사랑
사랑에도 마무리가 필요하다.
대학생 시절, 정말 좋아했던 친구가 있었다.
가까운 기숙사 건물에 살았기 때문에 함께 자주 시간을 보냈다.
나의 마음은 주변 친구들에게 다 드러날 정도였다. 아마 그 친구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겁이 많았고 마음을 표현하기를 주저했다.
몇 달을 망설였고, 가을이 되어서야 고백했다.
그 친구는 말했다.
"이제는 친구로서 너무 편해서, 고맙지만 미안해"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어도 결과가 달라졌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안다.
주저하다 마무리 짓지 못한 그 시간이, 앞으로도 내 마음속에 오래 남아있을 것이라는 것을
6. 마무리의 기술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다리우스라는 챔피언이 있다.
그의 궁극기 이름은 '녹서스의 단두대'다.
싸움 후 상대를 궁극기로 마무리하면, 궁극기를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마무리도 이와 비슷하다.
하나를 끝내야, 다음을 시작할 수 있다.
지금 나는 "마무리"라는 주제의 작은 글을 마무리 짓고 있다.
이 마무리는 나중에 브런치북의 마무리를 넘어 조금 더 나은 내 인생의 마무리에도 영향을 주는 나비효과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래 사진은 인터넷에서 가져온 다리우스의 궁극기 '녹서스의 단두대'이다
다음 글은 '아름다움'에 대해 써볼까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