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년생키우는 워킹맘 이야기
항상 이 생각을 한다
‘너에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23살 미숙한 나이에 결혼을 하고
28살에 갑자기 갖게 된 첫째 아이
낡은 1층에 신혼집을 얻어 겨우 생활하던 나에게
너무 급작스레 찾아온 아이였다
인생에서 결혼과 출산은 꼭 해야 한다 생각했던 사람이었던지라,
우리에게 찾아온 이 아이를 낳긴 나아야겠다 하고
아무 준비도 없이 일단 아이를 낳기로 했다
출산을 결심하고 준비하던 그 시기.
하필 딱 그 시기에 코로나가 터져 일시적으로 남편은 일자리를 잃었고
그래서 우리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했다
아이를 낳고 어찌어찌 살아지긴 했지만
처음 해보는 육아의 매운맛에다 어려운 경제상황까지.
울면서 보낸 지난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남편과는 늘 싸웠고 아무리 해결책을 찾아봐도 답이 없어 보였다
그런 나에게는 하나에 희망이 있었는데
바로 ‘아이가 얼른 자라는 것’ 이였다
100일쯤에는 ‘돌 때쯤 되면 살만하다던데.. ’
돌이 되었을 때는 ‘두 돌 되면 진짜 숨쉴틈은 난다던데’
얼른 키워서 다시 직장에 가야지! 다시 내 삶을 찾아야지!
오로지 이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사이 찾아온 둘째 아이.
절대 절대로 못 낳는다고 지울 거라고..
산부인과에 전화만 5번을 했었는데 결국 지우지 못하고 낳은 둘째
첫째 성별은 아들인데 둘째는 딸이었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그 와중에 내가 원하던 딸이 나와줘서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이 들었다
돌아보면
내가 둘째를 낳지 않으려 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였는데,
그중 하나는 첫째 아이가 예민한 아이였기 때문이다
밥 먹는 것,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것 등
평범한 것들을 가르치는 데에 시간이 꽤 걸리는 아이였기 때문.
이런 이유로 나는 절대 아이를 또 낳고 싶지 않았지만
차마 생긴 아이를 지울 용기가 없어서
결국 둘째를 낳게 된 것인데..
그런데.... 이아이는 뭐지?
알아서 척척이고 말도 너무 잘 듣고 모든 걸 스스로 잘한다
첫째랑은 완전 딴판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향까지도.
지나가기만 해도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말을 잘하냐 몇 개월이냐 늘 질문을 받을 정도였다
첫째 아이는 36개월에도 단어 몇 개 말하는 게 전부였기에
언어센터 다니랴 책 읽어주랴
언어문제로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었다
노력 끝에 첫째 아이는 40개월에 접어들어 겨우 문장을 틔어 말하는 수준이 되었다
이때 둘째 아이는 20개월이었는데 이미 문장으로 말을 할 줄 아는 상태.
’ 둘째는 원래 빠르다 ‘ 수준의 빠름이 아니었다
알아서 크는 거 같은 둘째는
내 눈에는 너무 예뻤고 사랑스러웠다
그때 처음으로 이런 말을 해보았다
“정말 예쁘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프겠다”
첫째에게는 해본 적도 없는 말들이 내 입에서 나오는 순간
너무나 신기했고,
정말 아이 키우는 행복을 많이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나는 또 하나를 깨닫게 되었다
‘이때 첫째는 어땠더라, 내가 첫째한테 무슨 말을 해줬더라’
내가 느끼는 이 모든 감정의 교류가
첫째와는 너무나 부족했다는 것
그리고 그건 나에게 죄책감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
이 감정은 꽤 오랜 시간 나를 잡고 있었고
첫째가 5살인 지금도 나는 여기서 나오지를 못하고 있다
혼을 내도 늘 더 혼을 내게 되고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사랑은 늘 부족하게 주는 것 같다
나의 첫아이에게 말이다.
오늘도 스스로 질문을 던져본다
나의 첫 아이인 너에게 ,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