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의 사용 설명서, 보드게임의 복잡한 플레이 방법, 요리의 디테일한 레시피는 일단 슬렁슬렁 대충 넘겨버린다. 일단 실전으로 익히기가 나의 습득방법이랄까? 특히, 내게 요리는 ‘창의성’이라는 그럴싸한 핑계를 대며 ‘내 맘대로 레시피’로 하다 보니, 똑같은 재료로 똑같은 요리를 해도 어제 맛이 다르고 오늘 맛이 다르다. 그러다 보니, 고백하자면 나의 요리실력은 발전이라기보다는 반복적인 ‘시도’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나의 이런 요리관으로 인해 좋은 양상도 있다. 신랑도 우리 딸도 생김새에 비해 입맛이 무던하다는 것이다. 그다지 편식도 없고 음식 맛에 대한 평가기준도 높지 않다. 아마 내가 기대치를 높이지 않아서인가 보다(의도 한 바는 아님을 밝히는 바이다!). 요리하기는 뒷전이면서 그릇욕심은 많은 ‘모순의 주방’ 풍경에 익숙한 우리 가족은 빈한 음식을 귀한 그릇에 담는 위로(?)의 식사를 얼마나 많이 함께 했는지…. (그러다 보니, 사진으로는 꽤 괜찮은 테이블 세팅이 나오기도).
가족을 사랑하는 부인이자 엄마로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바, 최근에서야 반조리식품의 굴레에서 벗어나 본연의 흙 묻은 원재료들의 다듬기부터 시작하는 ‘요리다운 요리’를 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 그 덕분에 우리 집 현관에는 로켓프레쉬 상자가 늘 새벽의 이슬을 가르며 당도한다.
“이것도 내가 직접 만들고, 저것도 내가 직접 만든 거야!” 특히 ‘직접’이라는 단어에 악센트를 주며 자랑스럽게 식탁에서 득의만만 미소를 보이는 오십이 된 부인과 엄마를 “오!” “맛있네!”라고 해 주는 착한 신랑과 딸이 고맙기 그지없다.
며칠 전 도마와 칼이 한참을 시끄럽게 툭탁거려서 만든 양념장. 이리저리 쓸모가 많아서 ‘만능얌념장’이라고 일단 내가 명명했다.
나만의 요리레시피가 있다는 것도 생소하고, 이것을 글로 지금 쓰고 있다는 것은 더 생소하지만 적어보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