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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득여사 Dec 16. 2024

스머프가 되어 보자!

역지사지 엉뚱 발랄 실전연습 편

역지사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이 왜 중요한가? 


상대방의 상황이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은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첫걸음이다. 내 관점의 기준과 세상에 대한 해석의 틀이 강할 수 록 우리는 ‘쯧쯧, 왜 저럴까’하는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입이 센 사람은 그런 마음을 입으로 표정으로 드러내기도 하고, 나름 조심해야지 마음먹은 사람들은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지만 속으로 ‘저건 저렇고 이건 이렇고’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경우도 많다(찔림!!).


역지사지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상대방을 이해할 때 온전한 역지사지가 사실 쉽지 않은 것은 시선자체가 나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 아닐까! 나로부터 시작된 시선. 그 안에는 이미 나의 기준, 잣대, 가치관, 판단에 의해 만들어진 렌즈가 장착되어 있기에 말처럼 온전한 역지사지가 쉽지는 않다. 그래도 그런 인식조차 없이 ‘나 잘났네’하고 큰소리 ‘땅땅’ 치는 무지보다는 백 배 천 배 낫지만 말이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역지사지 실전 연습이 뭐가 있을까? 뭐든 연습을 할 때 지루하면 하기 싫으니, 좀 재미나게 해 볼 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 좀 엉뚱한 발상이 하나 떠올랐다.




역지사지 실전 초급연습 편.  스머프 캐릭터 되어보기!


내가 좋아하는 만화 중 하나인 스머프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을 떠올려보았다.

파파스머프, 똘똘이스머프, 스머페트, 투덜이스머프, 악당 가가멜……(더 많은 귀염둥이 스머프들이 많지만 여력이 되지 않기에 이 정도로). 나름 이 스머프들은 캐릭터가 분명한 편이라 실전연습 초급 편에 적절할 것 같다. 


역지사지 실전 연습 방법

1. 각 캐릭터를 일인칭화 한다. (‘내가 그 캐릭터이다’라는 마음속 다짐이 중요!!)
2. 감정의 기본인 희(기쁨), 비(슬픔)에 대한 자기 발화식 스토리텔링을 한다.
3. 나도 모르게 그 캐릭터에서 이탈되려 하면, 머리를 세차게 ‘도리도리’해서라도 온전히 그 캐릭터화가 되어본다.




자, 이제 스머프가 되어 보자!


파파스머프


: 나의 기쁨이라, 허허! 요 며칠 우리 스머프마을이 별일 없이 지나가고 있다는 거지. 하루가 멀다 하고 이런저런 일들이 터지잖아. 그러고 보니, 가가멜 녀석이 요즘 잠잠하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힘에 좀 부치거든. 그런데 우리 스머프들은 다 나만 바로 보고 있으니, '나 이제 힘들다'고 하기도 그렇고 말이야. 그래서 이렇게 별일 없이 하루가 지나면 안심이 되지. 

참, 그리고 오늘은 어깨통증도 좀 가라앉았어. 그것도 감사하고 기쁜 일이지!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개운하면 그것도 기쁜 일이고! 

우리 스머프들이 다 함께 모여서 즐겁게 식사하는 모습을 볼 때는 허허허, 밥을 먹기도 전에 배가 부른 느낌이라니까! 


: 흠……, 슬프다기보다는 좀 울적하다고 해야 하나. 그냥 '세월이 이렇게 지났구나' 싶으면 기분이 좀 그렇기도 하더구나. 스머프들이 잘 성장해서 나름 앞가림도 잘하는 것 보면 기특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점점 내가 힘없고 작아지는 것만 같기도 하단다. 

스머프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니까. 

그리고 외로운 거. 너희들도 알다시피 오랜 시간 너희들만 바라보고 살아왔잖니. 물론, 후회는 하지 않아. 그런데 가끔은 외로울 때 있더라. 이제는 좋은 사람 있으면 만나보고 싶기도 하단다. 



똘똘이 스머프


희: 기쁘다는 것은 그러니까, 엔도르핀 세포가 증가한다고 봐도 되겠지! 흠흠, 난 어젯밤 나의 엔도르핀 수치가 폭증하는 것을 경험했지. 이틀 동안 풀리지 않던 양자역학의 원리를 완전 이해했다는 거 아니겠어! 물론 너희들은 내가 설명해도 잘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에~ 그러니까 그게 말이야. 뭐? 듣고 싶지 않다고? 알겠어. 일단 그건 넘어가고!

난, 내가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게 기쁘지. 너희들은 맨날 내가 잘난 체 한다고 하지만, 난 그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너희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을 뿐이야. 아! 이 세상에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은 또 얼마나 많이 있을까?


: 슬픔이라는 감정은 어떤 뇌신경과 연결되는 것일까? 좀 더 공부해서 알려줄게. 

내가 속상할 때는 공부를 해도 해도 이해가 되지 않을 때야. 아직 한 달 내내 풀지 못하는 미적분 수학문제가 있는데 그것만 생각하면 속이 답답해. 그것도 슬픔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리고 스머프들이 나를 놀릴 때야. 나는 단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스머프들에게 알려주고 싶을 뿐인데, ‘잘난 척한다’고 하잖아. 좀 억울해! 파파스머프는 내가 친구들에게 말하는 태도를 바꿔보라고 하시는데 정말 바꿔야 할까? 흠, 그 점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봐야겠어. 



스머페트

: 난 내가 좋아 그래서 기뻐. 나는 너희들이 없는 노란 긴 머리에, 예쁜 속눈썹이 있잖아. 오늘도 내 방 앞에 예쁜 민들레 꽃다발이랑, 꿀병이 있더라. 오늘은 또 누가 놓고 간 걸까? 인기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야. 주목받고 있다는 것은 짜릿한 일이야. 물론 좀 피곤하기는 하지만 말이야. 

나도 가끔은 너희들처럼 뭉툭한 하얀 덧신 신고 싶은데, 그러고 보니 내 신발은 다 구두잖아. 이 참에 나도 하얀 덧신 하나 장만할까 봐.


: 참 이상하지. 사실은 기쁜 이유가 또 슬픈 이유가 되고 있다는 거야. 왜, 여자스머프는 이렇게 귀할까? 파파스머프부터 다들 남자스머프들이잖아. 마마스머프는 있긴 했던 것일까? 같은 여자에게만 털어놓고 싶은 고민도 많다고. 

나는 내가 혼자 해결해야 하는 것들이 사실 꽤 있어. 다른 스머프들은 이해하지 못할 거야. 나도 여자친구가 있으면 좋겠어. 나처럼 서로 머리를 빗겨주고 땋아줄 수 있는 여자친구 말이야. 내 마음 이해하겠니? 



투덜이

: 툴툴대기만 하는 나한테, 이거 너무 낯선 말인데!  기쁨? 아, 어렵다. 그냥 ‘기분 괜찮네’ 정도로 하자면 있긴 있어. 오늘 아침일이었는데, 오늘 팬케이크 솔직히 좀 퍽퍽했잖아. 그래서 ‘퍽퍽한 팬케이크’라고 좀 툴툴댔을 때, 너희들도 그런 것 같다고 해줘서 나 사실 기분 괜찮았어. 대부분은 나 혼자만 '이러쿵저러쿵' 툴툴 거리는 것 같아서 영 기분 별로였거든. 나도 뭐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니야. 그냥 맘에 안 드는 게 많은데 어떡해. 


: 이건 아주 많지. 슬프고 화나고 짜증 나는 거 투성이야. 왜 내 뜻대로 되는 게 별로 없지? 가장 나를 속상하게 하는 게 뭔지 알아? 인정하기는 싫지만, 바로 ‘나 자신’이야. 난 내가 가장 맘에 안 들어. 이 숯댕이 눈썹도 맘에 안 들고, 꺽꺽대는 목소리도 맘에 안 들고, 무엇보다 뾰족한 내 성격도 맘에 안 들어.  

나도 양심은 있어. 이렇게 내가 투덜투덜거리는데도 너희들은 나를 받아주잖아. 사실 고마운 마음은 있는데 그 말이 잘 안 나와. 해본 적이 없어서.



가가멜

: 나에게 기쁨을 물어보는 거야 지금? 그건, 스머프만화를 한 편이라도 본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 아니야? 나의 전리품이자, 나의 먹잇감이며, 나의 오락거리인 스머프들을 한 놈씩 잡아 들일 때이지. 흠~~, 고놈들의 냄새가 어디선가 솔솔 풍겨오는 거 같은데! 가가멜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오들오들 떨어대고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저 쪼그만 스머프들을 볼 때는 얼마나 짜릿한지. 쓰읍, 벌써 침이 고이는구먼!


: 이건 진짜 비극이야. 슬픔을 넘어서 비통하기까지 한 건데. 그건, 스머프만화를 한 편이라도 본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야. 나 지금까지 스머프 단 한놈도 먹어본 적 없다. 못 믿겠지? 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사실이야. 다 잡아다가, 팔팔 끓는 냄비에 '퐁당' 던져 넣기만 하면 되는 때가 얼마나 많았던지! 그런데 그때마다 그 놈들은 기가 막히게 도망갔잖아. 아, 생각만 해도 울화통 터진다. 안 되겠어. 바로 습격하러 가야지. 이지라엘(가가멜의 애완고양이)! 자, 출동이다!



역지사지 초급실전 연습 편은 여기까지!


이제, 다시 나 자신으로 돌아가보자. 뾰로롱!!


파파스머프, 똘똘이스머프, 스머페트, 투덜이스머프, 가가멜의 입장에서의 희(기쁨)와 비(슬픔)를 상상해 보았다. 만약, 나도 온몸이 파란색이 되어 스머프모자와 덧신을 신고 뿅! 스머프가 되어 그 마을의 일원이 된다면, 그리고 스머프들을 만난다면 그들을 좀 더 이해하며 친해질 수 있을까! 


오늘의 역지사지 엉뚱 발랄 초급연습 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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