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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득여사 Dec 09. 2024

유통기한이 지나도 먹을 수 있어요!

굿타이밍은 아니어도 유저블타이밍!!

국산콩 100% 유기농 두부를 쿠팡으로 주문했다. 아주 한참 전에!

‘우리 가족 뼈는 내가 지킨다’는 심정으로 두부요리 이것저것 떠올리며 주문했었다. 아주 한참 전에!


핑곗거리를 대자면 연말이 되면서 그렇잖아도 많지도 않은 가족 셋이 각자 이런저런 약속들로 분주한 가운데 두부는 냉장고 싱싱 칸 깊숙한 동굴로 들어가 버렸다.

가끔 냉장고를 열다가 날짜를 얼핏 보며 유통기한이 며칠밖에 안 남은 것을 확인했지만 두부는 동굴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그래 두부가 있었지! 가여운 두부가 광명을 찾던 날, 날짜를 확인하니 유통기한 보다 한참이 지났다(며칠이 아니라 그보다 한참 지났다. 기간은 독자분들의 상상에 맡김).



유통기한 보다도 훨씬 기한이 지난 두부.

살짝 고민이 되었다. 에이, 괜히 잘못 먹었다가 탈 나면 큰일이지. 그냥 눈 딱 감고 음식쓰레기 통으로 보내버릴까. 유통기한 숫자를 째려보며 두부를 들고 고민했다.


그래, 버리더라도 일단 상했는지 확인이나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비닐 포장을 뜯었다.


일단 눈으로 상태 확인. 흠 하나 없이 뽀얀 두부살이 탱글탱글. 그대로다.

다음은 코로 상태 확인. 킁킁, 어라 은근한 콩내음 솔솔. 전혀 문제없다.

마지막은 혀로 상태 확인. 아주 살짝 귀퉁이를 떼어내고 입안에서 맛을 봤다. 전혀 문제없다.


너무 멀쩡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는 두부 한 모.

이렇게 긴 기간 아무렇지도 않은 두부상태에 의아함이 있었지만, 어쨌든 그대로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뻔한 두부를 건졌다는 기쁨이 그 의아함을 눌러버렸다.


그래서 그 두부는 쓰레기통이 아닌 프라이팬을 거쳐 두부야채달걀부침으로 거듭났다.

건강에도 좋고 맛도 굿!




유통기한을 넘겨도 괜찮은 기간이 생각보다 길다.
굿타이밍(good timing)은 아니더라도 유저블타이밍(usable timing)!


유통기한을 넘긴 것 같은 우리의 감정들은 어떠할까?

유통기한을 넘긴 것 같은 우리의 열정의 불씨들은 어떠할까?


해결되지 않은 것들.

방법을 몰라서, 용기가 안 나서, 주저하다가, 오해해서, 쉽게 포기해서 이런저런 상황과 이유로 해결하지 못하고 방치된 것들.

 

우리의 미해결 감정, 미완성 열정들.

이미 유통기한을 한참 넘겨버린 내 마음의 동굴 속의 그것들.  

어쩌면 생각보다 너무 생생하게 날 것 그대로 존재할 수 있다.


미안함, 분노, 억울함, 고마움, 회한……


“나 이러저러해서 너무 미안했어. 진심으로 사과할게.”

“나 이러저러해서 정말 화가 나서 미칠 뻔했다.”

“나 이러저러해서 정말 억울해서 팔짝 뛸 것 같았다”

“나 이러저러해서 눈물 나게 고마웠었다. 너무 고마워.”


감정의 응어리만이 아니다.

세상에 대한 열정, 나의 불꽃도 유통기한보다는 훨씬 긴 시간이 지나도록 사용 가능 상태일 수 있다.




굿타이밍(good timing)은 아닐지라도 유저블타이밍(usable timing).


모든 것이 끝났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희미해졌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지난 달력이 켜켜이 쌓여갔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해결이 안된 채 방치된 감정들이나 분출되지 못한 내 안의 열정 용암(마그마)의 유저블타이밍은 한참 길다.

어쩌면 기한이 없을지도!  

무기한 연장된 미제사건처럼 그 파일에 그대로 남아있다.


감정 미제사건 파일은 아직도 유효하니 겁내지 말고 꺼내보아야 한다.


파일 커버에 세월의 먼지가 있다면, 후후~ 불어버리고

파일을 열어 보기에 주저된다면, 후후~ 큰 숨을 내뱉고

후후~ 불면서 후후~ 내뱉다 보면 어느새

후~련해진 가벼운 나를 볼 것이다.

정말 먼 후~ㅅ날 후~회하지 않도록 내 마음 후~련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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