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만랩 Jun 24. 2024

기안84님의 달리기는
나의 달리기와 같았다

두 번째 달리기 - 그렇게 성공한 사람도 나처럼 고민이 많아서 달리는구나

어느 날 달리기를 하고 일하던 중에 잠시 유튜브를 보았다. 

기안84님은 예전에 웹툰으로만 알고 '나혼자산다' 프로그램을 즐겨보지는 않아서 달리기를 하는지도 몰랐다. 어느 날 달리기를 알게 되고, 알고리즘에 이끌려 유튜브에서 기안84님의 달리기를 보았다. 

그의 달리기는 생각 없이 단순하고 한편으로는 우스꽝스러워 보이지만, 나에게는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았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머릿속이 복잡할 때마다 아무런 준비도 없는 상태에서 달리기를 무작정 나가서 뛰고 온다고 했다. 언제든, 어디든, 그는 달리러 나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출처 : MBC '나 혼자 산다' 캡처>



나는 달리기 위해서 준비할게 많았다. 

나는 기안84님처럼 운동화만 갈아 신고 입고 있던 옷을 그대로 입고 뛸 수 있는 용기도, 마음가짐도 되어있지 않았다. 러닝을 한다는 이름 하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러닝에 맞는 옷과 신발, 모자 등을 쓰고 어느 한 군데 걸리적거리는 곳이 없을까를 체크하고 나오다 보면 나오는데만 20분 이상은 족히 걸리는... 말 그대로 뭉그적의 끝판왕이다. 


고민도 달랐다. 기안84님의 고민과 나의 고민은 알 수 없지만 분명 다른 고민일 것이다.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다른 생각을 할 것이고, 다른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에 각자 처해 있는 환경에 따라 고민 역시 다를 것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이면서 남자, 그리고 인간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어느 것도 같지 않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달리기 자체만큼은 같았다. 

달리는 이유는 다르겠지만 달리면서 느꼈을 속 시원함은 같았을 것이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막막하기만 했던 고민들이 조금이나마 해소되는 것도 같았을 것이다. 더 이상 지쳐서 달리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머릿속만큼은 왜 자꾸 가벼워지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같았을 것이다. 달리기가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 쌓여있는 일들을 하나씩 해야겠다는 결심 또한 같았을 것이다. 밥이 맛있어졌을 것이고, 침대에 눕는 순간 하루의 피로가 침대 밑으로 모두 빠져나가는 듯한 편안함을 느꼈을 것이다. 


달리기만 이렇다고는 얘기하지 않겠다. 

어떤 활동이던지 몰입의 순간에 도달하는 활동은 유사하게도 이런 느낌을 갖게 한다. 그것이 스포츠일 수도 있고, 독서일 수도 있고, 명상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내가 여태까지 해왔던 많은 활동 중에서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해서 생각하고 한 가지 활동에 집중해서 몰입하는 행위는 달리기가 너무나도 탁월했다. 달리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오로지 달리는 것에 도움 되는 팔 치기와 스텝, 그리고 호흡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달리면서 할 수 있는 생각 역시 이상하리만큼 근심과 걱정보다는 희망이 생길 수 있는 생각들만 떠오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당연하게도 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지 못한다. 하지만 달리면서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의 표정과 호흡 속에 묻어 나오는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희망은 눈치챌 수 있다. 표정은 힘들고 땀에 젖어 일그러질 수 있겠지만 고통보다는 인내와 결의가 표정에 숨어 있다. 

가끔씩 '파이팅!'을 외쳐주는 반가운 분들의 얼굴에는 나와 같은 활동을 하고,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전우애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 간에 진심으로 응원하는 목소리를 느낄 수 있다. 


달리기는 생존을 위해서 걷기 다음으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동작이었을 것이다.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달려야 했을 것이고, 배고픔을 이겨내기 위해 사냥을 하면서 달려야 했을 것이다. 달리기는 그렇게 목적이 명확했고 그 목적 외에 다른 생각이 들 수 없는 활동이다. 이전에 말한 몰입이라는 과정에 이보다 더 명확한 사례가 존재할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렇게 나는 달리면서 달리기 자체에만 생각을 몰입할 수 있고, 머릿속에 꼬여 있는 실타래 같은 걱정들은 뒤로 밀어내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풀려나가는 걸 느끼고 있다. 한편으로는 오늘은 꼭 이 꼬여 있는 매듭을 풀어야겠다는 의욕도 생기게 되었다. 


집중을 넘어선 몰입의 경험

달리기를 통해 얻게 된 몰입하는 습관은 다른 상황에서도 종종 나타나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일을 하다가 주위 상황에 휩쓸리거나, 다른 생각으로 혼잡해졌던 것들이 일정 시간 동안 달리기처럼 몰입해서 처리하는 습관이 조금씩 늘어가기 시작했다. 다만, 그 시간이 1분이 될 수도 있고, 30분이 될 수도 있지만 스스로에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달리기야.'라고 주문을 걸고 일을 하는 순간, 나는 집중력이 올라가는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 나는 특별하게 한 일이 없다. 그저 나를 새벽의 상쾌한 공기 속에 달리는 상황으로 '레드썬'을 시행했을 뿐이었다. 달리기라는 생각, 말 한마디에 그 당시의 상황으로 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게 정말이지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렇게 천천히 나는 집중을 넘어선 몰입의 단계를 경험하고 있다. 


기안84님의 달리기는 창작의 과정만큼이나 몰입감이 큰 행동일 것이다. 어찌 보면 크리에이티브한 본업보다 더 몰입감을 제공하기 때문에 시작하는 행동일 수도 있다. 처음에는 고민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동이었을 것이고, 그 고민들이 이상하게 달리기를 하는 동안에는 스며들지 않았음을 신기하게 여겼을 것이다. 그 순간이 달리지 않는 일상에도 조금씩 새어 나와 고민을 씻어 내렸을 것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님 중에서도 달리기를 조금이라도 경험하신 분이라면 느끼실 수 있는 감정이라고 감히 나는 자신할 수 있다. 


달리기는 머리가 움직이는 게 아닌, 심장이 움직이는 행위이다. 

머리는 이유를 찾고, 가능성을 찾고, 구실을 찾지만 심장은 빨리 움직이기를 원한다. 지금 밖으로 나가기를 원한다. 나는 그렇게 달리기만큼은 심장의 편을 무조건 들어주기로 마음먹었다.  

나의 달리기는 이렇게 앞으로 나아간다. 

이전 01화 벼랑 끝에서 달리기를 시작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