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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정말 창의적인가?


제가 워크숍에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 24년 7월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신입사원들과 회사의 사업 환경을 분석하고 회사 도약을 위한 전략기획 워크숍을 하면서 참가자들에게 토론과 결과물 생성에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독려했습니다. 그때의 경험을 제 브런치에 ‘신입사원 전략기획 역량 강화 워크숍 with GenAI#2’로 적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현재가 25년 7월이니 벌써 1년 전입니다. 이후로 저는 모든 워크숍에서 GPT를 사용해 토론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세상은 정말 많이 변했습니다.


일단 AI와 GPT를 사용하는 사람들 숫자가 폭증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워크숍 참가자 30명 중 GPT를 포함한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사람이 4명 정도였고, 그 중 유료 사용자는 한 명도 없던 시절에서, 지금은 거의 전부가 무료 버전을 사용하고 있고, 전체의 대략 10%가 유료 버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1일 GPT 사용자가 100만 명을 넘는다니, 실로 엄청난 변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각자 사용하는 방법이 다양하겠지만, 제 GPT 활용 빈도를 보면 첫 번째로 번역과 정리입니다. 업의 특성상 자료를 많이 찾고 읽는데, GPT가 생기면서 영어 자료를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려 논문까지도요. 이것이 제 지식의 범위를 얼마나 크게 넓혀 주는지, 마치 지식의 신세계를 경험하는 듯합니다.


두 번째는 학습입니다. 개인적으로 GPT를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파이썬까지 왔는데, 유튜브나 패스트캠퍼스, 유데미를 통해 공부를 하다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GPT에게 묻습니다. 제 성격이 궁금한 건 이해될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성격인데, 아주 흡족하게 저를 이해시킵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Top3 중 마지막 세 번째가 의견 교환입니다. 워크숍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제안서를 쓸 때,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이 친구와 대화를 하다 보면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키워드나 의견을 제안받곤 합니다. 어떨 땐 전혀 연결시킬 생각을 못 했던 아이디어를 주기도 합니다.


저는 이렇게 제 업무 관련 조언을 받습니다만, 연구자들은 AI가 얼마나 창의적인가에 대해 연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먼저 2023년 8월에 Journal of Creativity에서 발표한 ‘The originality of machines: AI takes the Torrance Test’라는 논문을 소개드립니다. 이 논문에서는 20세 ~ 31세의 남녀 대학생 24명을 선발해서 이들과 GPT-4에게 동일한 질문을 하였습니다. 질문은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질문으로 구성했습니다. 이 결과를 평가하니 창의력의 여러 항목 모두 GPT가 대학생들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특히 독창성의 경우, 대학생들의 경우 평균 59.3%로 상위 40%에 속했습니다. 반면 GPT-4는 상위 1%에 속하는 점수를 획득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연구에서 GPT를 포함한 생성형 AI는 높은 창의력을 보이면서 사용자의 창의적 사고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성형 AI의 창의력엔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두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개별 AI는 창의성이 높은 답을 내놓았지만, AI들이 내놓은 답은 정말 창의적인가?입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 드리면 GPT를 사용한 그룹 내에서는 서로가 상당히 유사한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2025년 Nature Human Behaviour에 게재된 ‘ChatGPT decreases idea diversity in brainstorming’이라는 논문에서 이를 밝혀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세 그룹이 총 5가지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세 그룹은 A그룹은 ChatGPT의 도움을 받았고, B그룹은 웹 검색 사용을 허락받았으며, C그룹은 이 모든 도구 사용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과제를 수행해야 했습니다.


이 세 그룹의 결과를 몇 가지 항목으로 비교했는데, 그중 창의성과 다양성이 있었습니다. 창의성에서는 GPT를 활용한 그룹이 현저히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룹 내 아이디어의 다양성, 즉 GPT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 간의 아이디어의 다양성, 웹 검색을 사용한 사람들의 결과 간의 다양성, 그리고 도구 없이 수행한 결과물 사이의 다양성을 보면, ChatGPT를 사용한 그룹이 집단 내 다양성이 가장 낮았습니다. 아무런 도움 없이 각자 자신의 생각으로 과제를 수행한 C그룹이 그룹 내 다양성 측면에서는 가장 높았습니다.


두 번째는 정말 의외의 결과였습니다. USC(University of South Carolina)의 ‘AI can help − and hurt − student creativity’라는 아티클에서 소개한 글인데요. 연구 방법은 이렇습니다. 대학생들에게 한 달 간격으로 종이클럽 용도를 브레인스토밍하게 하였습니다. 첫 번째는 아무런 도움 없이 수행하고, 한 달 뒤에는 ChatGPT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당연히 ChatGPT를 사용했을 때 더 많은, 그리고 더 독창적인 아이디어들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ChatGPT를 사용해 본 학생들의 반응을 보면, 학생들은 AI를 사용하면 쉽게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내가 무언가를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지 못했다고 합니다. 또 AI가 먼저 아이디어를 내니, “내가 굳이 고민할 필요가 있나?”라는 심리가 생기고, AI 아이디어에 쉽게 의존하는 경향이 생겼다고 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AI가 제공한 아이디어에 고착되면 학생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확장하거나 새롭게 생각하려는 노력을 덜 하게 된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사는 “결국 나는 새로운 것을 떠올릴 역량이 부족하다는 느낌으로 자신감 저하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기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이 두 번째 결과는 AI를 사용하는 미국 직장인들에게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들은 AI가 대답을 해주다 보니 편리하지만, 동기부여가 저하되는 경험을 했죠. 이와 관련해서는 다른 글에서 공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AI는 좋습니다. 그러나 이 친구에게 의존하게 되면 ‘나’에 대한 자존감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또 인간만이 갖고 있는 다양한 생각을 잃어버리고, AI가 제시하는 ‘표준’적인 답을 정답으로 잘못 인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 지혜롭게 AI를 사용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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