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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 쿼카 Jul 07. 2024

비가 오면 왜 나른할까?

비 속에 숨은 뇌과학 [일상속의 뇌과학3] 



어제부터 오늘까지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창밖으로 들리는 빗소리와 흐린 날씨를 보니 왠지 모르게 몸이 지뿌둥해지고 머리가 아파오더라고요. 결국 잠깐 눈을 붙이려다 2시간이나 깊은 잠에 빠져버렸습니다.


깨어나서 시계를 보고 깜짝 놀랐죠. 

평소에는 낮잠을 자지 않는 편인데, 비 오는 날에는 왜 이렇게 나른하고 졸린 걸까요? 

단순히 제 개인적인 경험일까요, 아니면 다들 비슷한 경험을 하시나요?


이런 의문이 들어 뇌과학적으로 이 현상을 파헤쳐보기로 했습니다. 

알고 보니 비 오는 날의 나른함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비가 오면 졸리고 나른해지는 5가지 뇌과학적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멜라토닌의 분비 증가
출처: 위키피디아


비 오는 날의 어두운 환경은 우리 뇌의 송과체(Pineal gland)를 자극합니다. 송과체는 빛이 없다고 감지하면 '멜라토닌(Melatonin)'이라는 수면 호르몬을 더 많이 만들어냅니다. 멜라토닌이 혈류로 방출되면 체온이 떨어지고 심박수가 줄어들어 졸음이 몰려오게 됩니다. 


*송과체(Pineal gland)란❓

송과체는 뇌의 중심부에 위치한 작은 내분비 기관으로, 주로 멜라토닌 호르몬을 생산합니다. 빛과 어둠의 주기에 반응하여 우리의 일주기 리듬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 세로토닌의 분비 감소


세로토닌(Serotonin)은 우리 뇌의 '행복 물질'로, 기분과 각성 상태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세로토닌 생성에는 햇빛이 필요합니다. 비 오는 날 햇빛 부족으로 세로토닌 생성이 줄어들면 기분이 저하되고 졸음이 쉽게 올 수 있습니다.   


*세로토닌(Serotonin)이란❓

세로토닌은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으로, 뇌의 여러 부위에서 생성되며 기분, 수면, 식욕 등 다양한 신체 기능을 조절합니다. '행복 호르몬'으로도 불리며, 부족 시 우울증과 연관될 수 있습니다. 항우울제는 세로토닌의 양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3. 낮은 기압의 영향


비가 올 때는 기압이 낮아지는데, 이는 혈중 산소 농도 감소, 관절 내 활액 팽창, 내이의 평형 감각 변화 등을 유발합니다. 나이가 드신 분들이 "오늘 비가 오려나... 삭신이 쑤시네"라고 하시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또 이로 인해 인지 기능이 저하되고 피로감이 증가하며, 뇌가 이러한 변화를 처리하느라 추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됩니다.   


4. 빗소리와 백색소음


깊은 수면에서 나오는 델타파(1-4Hz). SOs는 델타파의 가장 느린 형태(1Hz 미만)다.

빗소리는 일정한 패턴을 가진 자연의 소리로, 핑크 노이즈와 유사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소리가 느린 진동(Slow Oscillations, SOs)을 유도하여 깊은 수면을 촉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빗소리를 들으면 더 졸리고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느린 진동(Slow Oscillations, SOs)이란❓

느린 진동은 깊은 수면 중 나타나는 1Hz 미만의 뇌파 패턴입니다. 이는 기억 강화, 뇌 회복, 신경 가소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수면의 질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입니다.


5. 일주기 리듬의 교란


우리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시교차상핵(SCN)은 일주기 리듬을 조절합니다. 비 오는 날의 어두운 환경은 이 시스템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코티솔 등 다른 호르몬의 분비 패턴을 변화시킵니다. 이로 인해 낮에도 각성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체온 조절에도 영향을 주어 졸음이 오기 쉬운 상태가 됩니다.


*시교차상핵(SCN)이란❓

시교차상핵은 뇌의 시상하부에 위치한 신경세포 집단으로, 우리 몸의 '생체시계' 역할을 합니다. 빛 정보를 받아 멜라토닌 분비를 조절하고, 체온, 호르몬 분비, 수면-각성 주기 등 다양한 생리적 리듬을 관장합니다.





이처럼 비 오는 날의 나른함은 단순한 심리적 현상이 아니라, 우리 뇌와 몸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생리학적 변화의 결과입니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비 오는 날에는 조금 더 자신의 몸과 마음에 귀 기울이고, 필요하다면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겠죠.


다음에 비가 올 때, 이런 뇌과학적 지식을 떠올리며 나른함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쿼카쌤은 여러분의 휴식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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