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와 존중

나와 말린의 차이는 자신감이었다.

by 겨울나무

1. 주눅 든 나.


여전히 힘이 약한 사람.
여전히 헛소리하는 사람.

나는 무조건 힘이 약하다는 걸 전제해서 말하고,

나 : oo 옮기는 거 도와줄까? 나 그 정도는 들 수 있는데
아빠 : ㅇㅇ이면 모를까, 니는 그거 못 든다.
나 : 헐? 드는 거 보여줘?
아빠 : 괜히 다친다. 하지 마라.

나는 무조건 잘못된 지식을 가졌다고 전제하고 말하는 게 너무 화가 난다.

가족끼리 밥 먹는 중에 어떤 소재로 대화 중

아빠 : ㅇㅇ이는 아마 그걸 다른 걸로 착각한 걸 거야.
나 : 아니 내가 책에서 공부한 거 그대로 말하는 거라고.
아빠 : (무시) ('네가 뭘 알겠어?'라는 표정)

한 편으로는 내 잘못인가 싶어서 화나는 걸지도 모른다.
아직 부족하다는 걸 스스로도 아니까 찔려서 화가 나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글부글 끓는 마음을 가라앉히기가 쉽지 않다.

내가 운동하는 모습을 한 번도 못 봐서 그렇겠지... 어릴 때 약하던 내 모습만 기억해서 그런 거겠지...
내가 평소에 설명을 잘 못했겠지... 내가 너무 어눌하게 설명해서 믿음이 안 갔겠지...



2. 니모에서 발견한 용기


나는 겁쟁이다.

항상 수 만 가지 변수를 떠올리며 최적의 대책을 찾는다.

그러느라 항상 시간만 흐르고, 내가 실제로 한 일은 거의 없었다.


다들 그거 아니라던데, ~~ 래.

우리는 들은 이야기를 정답으로 쉽게 생각한다.

더 많이 알려진 이야기.

더 똑똑한 사람의 생각.

그 앞에서 우리의 경험은 주눅이 든다.


말린(니모의 아빠)은 니모를 찾아서 수천수백 킬로의 바다를 헤엄쳤다.

그리고는 영화 마지막에 어김없이 아빠를 의심하는 니모를 향해 아빠는 말한다.


"Sandy Plankton? Do you think I would cross the entire ocean and not know as much as Sandy Plankton!?" (샌디 플랑크톤? 넌 바다 전체를 건너온 내가 샌디 플랑크톤보다 더 모를 거 같아?)


말린이 정답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저렇게 당차게 말했을까?

우리는 더 깊은 감각을 어렴풋이 알 수 있다.

스스로 해봤기에 자신할 수 있는 거다.

그래서 우리는 그만 찾아보고, 인생을 경험할 필요가 있다.

그 자신감이 앞으로의 발걸음을 더 당차게 해 줄 테니까.


말린이 아는 사실이 정답이 아니면 어떤가?

우리는 바다의 정보보다

말린이 그 탐험에서 얻은 지혜를 더 바라볼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의 이야기에

근거를 요구하고 있지 않을까?


말린과 같은 눈빛으로 말하는 그 사람이 그랬다면,

그 사람에게는 그게 정답이다.

난 존중해 주고 응원해 줘도 된다.


샌디 플랑크톤이 뭐라던, 내가 봤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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