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여행에 대하여
주말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막상 주말이 되면, 나는 소파 위에서 하루를 흘려보내곤 했다. 리모컨을 손에 쥐고 한쪽으로는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특별할 것 없는 예능이나 드라마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해가 저물고 나서야 아쉽게 말했다. “이번 주말도 그냥 지나갔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랬을 것이다. 회사에선 숨 쉴 틈 없이 바쁘고, 퇴근길엔 지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그렇게 주말이면 피곤하다는 핑계로 하루 종일 침대나 소파 위에 눕는다. 그런데 그렇게 보내는 주말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삶은 기름 없는 엔진처럼 턱턱 막히기 시작한다. 마음은 지치고 일상은 무의미해지고 새로운 자극은 사라진다. 내가 이 책을 쓰기 시작한 건 그 무거운 주말을 가볍게 바꿔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여행은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거라고, 함께 갈 사람이 있어야 즐거운 거라고. 하지만 나는 혼자 떠나는 주말 여행이야말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가장 나답게 숨 쉴 수 있는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결혼한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남편은 집에서 쉬고 싶대서…”, “아이들 학원이 있어서…”, “우리 가족은 주말마다 너무 바빠서 같이 여행은 어렵지.” 가족들과 함께하고 싶지만, 각자의 리듬이 다르기에 오히려 갈등이 생기고 실망이 쌓이기도 한다. 이럴 땐 가족 모두가 ‘같이’ 행복하기 위해서 때로는 ‘따로’ 시간을 보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누군가는 집에서 휴식을 또 누군가는 나를 위한 여행을 떠나는 것. 그런 주말이 오히려 가족을 위한 진짜 배려가 될 수 있다.
친구와의 여행도 마찬가지다. 약속은 쉽게 정하지만, 막상 당일이면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 취소 문자, 미안하다는 말이 뒤따른다. 그 순간 나의 여행도 함께 사라져버린다. 그렇게 몇 번 실망을 겪고 나면 주말마다 기대보다 체념이 먼저 찾아온다. 그럴 땐 미련 없이 혼자 떠나보자. 혼자 떠나는 주말이야말로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근사한 선물일 수 있다.
이 책은 내가 주말마다 혼자 떠나며 만난 풍경들, 장소들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낀 감정들을 기록한 여행 에세이다. 화려한 계획도, 장거리 여정도 없다. 단지 아침에 일어나 “오늘은 여기 가볼까?” 하고 결정한 후 가볍게 짐을 싸고 길을 나서는 것이다. 기차 한 정거장, 버스 몇 구간만 이동해도 낯선 풍경은 반갑게 나를 맞이한다. 어딘가에 도착해 천천히 걷고, 혼자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잠시 벤치에 앉아 나무를 바라보는 그 시간이 얼마나 충만하고 소중한지 모른다.
혼자 여행한다고 해서 외로운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동안 놓쳤던 감정들을 하나씩 만날 수 있었다. 어릴 때 봤던 꽃의 향기, 오래전 여행지의 느낌, 한적한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인심. 그런 순간들이 나를 다시 숨 쉬게 했다. 내가 회복되고 있다는 걸 알게 해줬다.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더 많은 여백이 생긴다. 그 여백 속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 누군가와의 대화를 기대하지 않아도 되고, 타인의 스케줄에 맞출 필요도 없다. 오롯이 나의 속도, 나의 감정, 나의 호흡대로 걷는 그 여행은 아주 작은 자유로부터 시작되어 결국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놀라운 건, 내가 혼자 떠난 여행이 결국 가족과 친구, 주변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내가 행복하니 주변도 더 부드러워졌다. 내가 충전되어 있으니, 누군가를 보듬을 여유가 생겼다. 혼자 떠난 주말여행이 결국 모두의 여행이 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당신이 용기를 내길 바란다. 주말이면 외롭고 무료하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주말을 나답게 보내고 싶어서 가볍게 짐을 꾸릴 줄 아는 사람이 되길. 그리고 이 여행이 당신에게 삶의 여백이 되고 쉼이 되고 따뜻한 시작이 되길 바란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결코 쓸쓸한 외출이 아니다. 그것은 나를 위한 충전이며 주변을 위한 배려이며 모두가 행복해지는 여행의 첫 걸음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혼자 주말 여행을 떠난다.
당신도 준비되었다면, 이번 주말엔 혼자 떠나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