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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윤 Sep 11. 2024

인생은 사다리 타기

내가 마음먹은 것, 내가 의식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 그 모든 것이 '원씽'이면 좋으련만, 상황에 따라 바뀌는 나의 목표를 두고 늘 고민하는 것은 그 목표의 끝에 나의 꿈이 존재하는가이다. 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다양한 과정을 두고 지금의 선택이 옳은지 그른지는 미래의 나만이 알게 될 것이다. 길은 어디에서나 통한다고 내가 꿈의 점을 찍은 곳으로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만, 매일 나의 선택에 의해 하나의 점을 찍는 순간  우리는 끝을  알 수 없는 선 위를 걷게 된다.

 오늘 내가 걸은 방향이 1도 벌어졌다면 1년 뒤면 360도로 바뀔지도 모르는 중요한 선택을 내가 마음먹은 대로 통제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막연한 기대일 뿐이다. 그렇게 40년을 버텨오며 의식 없이 좀비처럼 하루하루 기계처럼 살아가던 내가, 뻑뻑하게 돌아가는 인생의 톱니바퀴를 잠깐 세웠다.내몸에 영혼을 불어넣고, 숨을 쉬며 톱니바퀴에 기름칠도 해 주며 다시 째깍째깍 느린 걸음을 걸으며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무의식의 고민을 어루만졌다. 생각보다 나란 존재는 성능 좋은 필터가 장착되어 있었고, 뿌옇게 보이지 않던 내 인생의미세먼지들을 걸러내고 나니 선명한 나의 꿈이 보였다.  그 꿈으로 가기 위해 인생이란 종이 위에 놓인 사다리판을 그린 후,  '당첨'이 될 수도 '꽝'이 될 수도 있는 새로운 사다리를 하나 뽑았다. 그동안 셀 수도 없는 자기 계발서를 읽고, 성공의 법칙들을 외우고, 삶의 지혜들을 체화하려고 노력을 거듭한 결과 우리 인생에 완벽한 내비게이션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기껏 고르고 고른 동아줄이 썩은 동아줄이라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만이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는 비법이다. 그런 역경을 지혜로 이겨내고, 털린 멘털을 다시 장착하고, 다시 또 '할 수 있다'라고 자기 체면을 거는 것의 무한반복만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제는 어떤 사다리를 탈지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내가 아닌, 어떤 사다리라도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로 과감히 선택하는 내가 되었다.

 새로운 사다리를 타게 되는 설렘과 함께, 나답지 않은 (신중하지 않지만 신중한 선택이란 건 원래 없는 )나 자신에 대한 설렘이 가중되어 한동안 나의 뇌는 구름 속을 떠다녔다.  돌다리도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두드려보고 가는 나였기에, 어쩌면 무모하게 보이기까지 한 나의 도전에 버퍼링이 걸렸다고 하는 게 맞을 테다.

 오늘에서야 겨우 사다리에 발을 올려본다. 생각보다 딱딱하지도 무섭지도 않다. '당첨'될 것이라는 의심 없는 기대는 '고통'을 동반한다. 실망과 분노와 나약한 인내심이 실패의 그림자를 데려올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만큼은 어떤 기대도 바람도 없이 겸허히 내가 선택한 사다리를 열심히 오를 것이다. 그 갸륵함으로 나는 또 성장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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