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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꽃J Oct 11. 2024

늦은 때란 없다. 일단 해보자.

행복이 너를 기다리는 중

“벌써 2시 반이야. 점심도 못 먹었는데, 한강까지 가면 3시도 넘겠네.”

우리 둘 다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남편의 표정도 썩 좋지 않다.

열어둔 창문 사이로 바람이 살랑거리며 옷깃을 스친다. 조금 쌀쌀하기까지 하다.

“그냥 가지 말까?”


오랜만에 여유로운 휴일. 아이에게 자전거도 가르쳐주고, 한강 나들이도 하기로 했었는데, 계획은 엉망이 되어버렸다. 뜻밖에 아이의 친구가 놀러 오면서 시간이 밀린 것이다.

“그래도... 자전거 타기엔 딱 좋은 날씨잖아. 가보자!” 남편에게 말한다.

고민은 길었지만, 결국 집을 나섰다.


중간에 점심을 먹기엔 너무 늦었다. 급하게 햄버거를 사서 차에 올랐다.

한강에 도착했을 땐 이미 가족들과 연인들이 잔디밭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주차장은 혼잡했고, 우리는 몇 바퀴를 돌며 다시 한번 돌아갈까 하는 고민을 했다.


하지만 잔디밭에 도착했을 때, 행운이 찾아왔다.

그늘진 좋은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집으로 돌아가려고 돗자리를 접었다. 그 자리에 재빨리 우리가 가져온 돗자리를 폈다.

“오늘 운이 좋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햄버거를 입에 물고, 감자튀김을 집어먹으며 경치를 바라봤다. 따스한 햇살에 맑은 가을 하늘이 완벽했다. 바람은 거의 없었고, 구름도 뭉게뭉게 저희들끼리 손잡고 하늘을 여행하고 있었다.

아이도 신나서 자전거를 연습하고, 나는 오랜만에 책을 펼쳐 들었다. 잔디밭에 누워서 하늘을 배경으로 책을 읽는 이 순간, 알 수 없는 행복을 느꼈다.

“오길 정말 잘했다!” 남편과 눈이 마주치자 서로 미소 지었다.


돌아보면, 시간은 늘 빠르게 지나가고, 계획은 어긋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한 번 해보는 것.

한강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행복처럼, 망설임 끝에 한 발 내디뎠을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역시, 늦은 때란 없다. 일단 해보면 알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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