ꕤ 성별이 '남자'였던 작가가 '여자'로 살아가며 겪었던 실제 스토리.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는 나를 본 남동생의 모습은, 내가 남성적인 의무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들이 가지는 자유로움이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깨닫게 했다.
나는 여전히 남성의 몸을 하고 있었지만, 남성 중심 사회의 관점에서는 이미 여성으로 간주되어 남성으로서의 의무에서 벗어났고, 그로 인해 남동생에게는 나는 더 이상 ‘남자’가 아니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남성 무리의 기준에서 벗어난 존재가 된 것은, 동시에 남성 무리가 여성에게 부과하는 한계를 더욱 분명하게 인식하도록 만들었다. 남동생은 가족 내에서 떠받들어지는 옥동자였지만, 나는 남성 무리의 기준에서 적법하지 않아 배제되는 존재였다.
엄마와 친누나는 갑자기 분주해졌다. 사업 확장을 명분삼아 아빠를 해외로 장기 출장을 보내고, 남동생을 복무기간이 가장 긴 공군에 입대시킨 뒤에서야 나의 성별을 여자로 바꾸기 위해 작업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그 광경은 가히 여우들의 속셈처럼 주도면밀했다. 마치 나를 집안에 있는 손님이 떠나자, 숨겨진 보물을 엄마와 친누나만이 알고 있는 비밀 금고에서 꺼내듯이 했다.
엄마와 친누나는 내가 점차 여성으로 변화해가는 모습을 남동생과 아빠에게 철저히 숨겼다. 나의 변화는 철저히 비밀스러운 일이었고, 그 속에서 나는 남자들이 지켜볼 수 없는 산부인과 공간에서 굴욕 의자에 다리를 바깥으로 벌린 채 누워 산부인과 선생님을 기다리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이 비밀스러운 계획의 핵심적인 설계자는 엄마였고, 실행자는 친누나였다. 그녀들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기회를 잡은 듯, 그 짧은 시간 내에 나를 여자의 길로 주도하고 이끌었다. 그녀들의 눈빛은 호기심을 넘어선, 마치 자신의 오랜 숙원을 이루려는 듯한 강렬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나에게 엄마는 퉁명스러운 말로 말했다. “세상에 여자는 두가지 분루가 존재해. 남자를 속이는 여자, 그리고 남자에게 속는 여자“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엄마와 친누나랑 성별이 같아진 나는 미리 짠 것 마냥 말과 행동을 자연스레 맞추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 남자의 몸을 하고 있었지만, 이미 가족 내에서는 그녀들로부터 같은 ‘여자’로 간주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마초이즘적인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을 가진 가족 구성원들에 맞서 싸우며, 서로를 의지하고 단결해나갔다.
이러한 연대는 어쩌면 내가 ‘남자’였을 때 결코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종류의 동질감이었다. 친누나와 예고되었던 경쟁은 완전히 빗겨나갔다.
집안 내 무슨 일이 벌어질 때마다 같은 여자로써, 암컷이라는 동물의 감정이 절로 일어났다. 나는 항상 친누나와 엄마가 무언가 잘못해도 이들의 편이 되어주었다. 반대로 친누나와 엄마는 내 편이 되어주었다.
엄마와 친누나는 집안 여자들의 동맹을 공고히 하듯 나와 셋이 모녀 카톡 단톡방을 팠다. 이 비밀스러운 공간은 오직 여자만을 위한 공간이었다.
아직 여자로 성전환 수술조차 하지 않은 나는, 모녀들의 단톡방을 개설한 엄마로부터 언니와 함께 나만 집안 여자들의 단톡방에 초대 받자, 내가 이미 ‘여자’로 완전히 동화되어 버린 듯한 착각에 빠져버렸다.
그곳은 마치 내가 남성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고, 여성으로서 새롭게 태어난 공간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 단톡방에서 남성으로서의 과거를 완전히 잊고, 여자로서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나갔다.
아, 이 모녀 단톡방에서 무슨 이야기가 주를 이루냐고? 남자들에게 얘기하기 민망한 내용이었다. 나는 아직 남성의 몸을 하고 있었지만, 집안 여자들만 있는 그 단톡방에서는 이미 완벽한 ‘여자’였다.
그곳에서는 남성들의 시선이나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웠고, 오직 여자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솔직하고 은밀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마치 내가 이미 여성으로 완전히 전환된 듯한 느낌이었다. 이 모녀 단톡방은 외간 남자들로부터 철저히 비밀에 부쳐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