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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우 Oct 15. 2024

소송/심판 감상 - 프란츠 카프카

개인은 사회속에서 이렇게나 나약하다.

[초반 줄거리]

어느날 아침 K는 고발당한다. 경찰들이 예고없이 그의 집으로 들이닥치고 그가 고소당했음을 통보한다.

이제 K는 법원에 가야만한다.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 모른채, 심지어는 경찰들조차 그의 죄를 모를지라도. 

은행에서 고위직을 맡고있는 K는 이제 법원과 은행을 오가며 서서히 침몰한다.

온 생애를 재판과 은행업무에 시달리며, 오직 여성에 의한 쾌락만을 취하게 되며.

그에게는 더이상 본인 삶의 통제권이 없다. 

그의 인생은 이제  외부적 상황에의해서만 조정되며 자신은 어느새 지워진다. 


이 느낌이 새롭지만은 않다. 그래서 더 섬뜩한 것.




[감상]

소송, 일 , 강론 앞에서 인간은 이렇게나 나약해진다.

자유적 행위는 사라지고 오직 상황에 맞게 행동해야만 한다. 

마치 연극의 배우처럼, 우리는 정해진 각본에 맞추어 움직여야만 한다.

하고자 하는 일대신 해야하는 일로만 채워져버린 일상 속에서 우리는 삶을 허비해나가고 있지 않은가.

소송당하는 이는 언제든지 법정으로 불려나가고 은행원은 개인적인 삶대신 부과된 업무를 처리해야하며 신부의 강론 앞에선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한채 가만히 서있어야만 한다.

개인의 삶이 사회의 종속된 세계. 자유인의 의지가 옅어지는 세계. 



이것은 과연 소설속에서 서술된 법, 직업, 종교의식에만 국한되는 이야기일까? 

현실도 비슷하다. 일은 물론 병문안 , 결혼식, 장례식 등. 거의 모든 인간의 의식(ceremony)행위에서 자유적 행동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인습,관습적 행동이 대신한다.


현대인이 삶에서 무력함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본인의 삶을 자유적으로 컨트롤 할 수있는 시간자체가 너무나 적다.

우리는 일주일 중 5일을 일한다. 하루 절반 시간동안 나는 더이상 '나'가아닌 직업적 책무를 이행해야 하는 사람으로 변모된다. 직장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것 외에도, 결혼식, 장례식 등 다양한 의식에서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며 자신을 잃어가는 느낌이 들때가 있다. 사회가 고도화되고 밀집될 수록 우리는 점차 관습과 규율에 종속되어 가며, 그 과정에서 자유로운 개인으로서의 의지는 희미해진다.


그렇게 일상 속에서 무력해진 인간은 정상적 사고판단도 잃어버린다.

이제 그는 자유를 터무니없는 것으로 치부하며 눈앞의 권력에 쉽게 굴복한다. 단지 껍데기뿐인 그것을 간파할 겨를 없이, 단지 배역과 다를 바없는 갑을관계앞에 조아리곤 자신의 삶을 그들에게 맡긴다.

작 중 성공적인 소송을 위해 변호사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비굴한 상인처럼.

사유하지 않은 인간에게 자유란 없는 법이다.



법의 틀안에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우리는 정녕 자유인일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은 죄이고 죄를 지은 자는 처벌을 받는 시스템이 정말 최선인지. 책을 읽는 동안 이런 생각들이 계속 머릿속을 지배한다.

어느새 책무로 채워진 일상은 인간의 사고를 마비시키며 무력화한다. 그 끝은 부자유스러운 죽음.


책 속에도, 내 안에도 K의 상황에 대해 마땅한 희망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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