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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우 Nov 27. 2024

농담 감상-젊음에서,집단주의와 트라우마 [밀란 쿤데라]

책리뷰


집단성, 트라우마, 젊음, 증오



이 책은 사건도 많으며 매우 길다. 그래서 2주에 걸쳐 읽어온 책인데 이것을 단 한 페이지로 정리하고 나의 감상을 모두 담아낼 수는 없음이 참으로 슬프다.

사회주의의 광적인 집단성. 개인성을 잘라내고 모든 것을 공적인 것으로 담아내려는 그 광기. 자신의 젊음을 그깟 가벼운 이데올로기에 바친 뒤에 찾아오는 우울감은 필연적이다.


과연 자본주의라고 다를까. 이데올로기가 강조되고 집단성이 강요되는 사회에서는 반드시 개인성은 제거되기마련이고 그로인해 젊음을 낭비한 이들은 우울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군 복무의 기억이 그랬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자는 목표를 가진 2020년 대한민국의 군인들에게도 개인성은 용납되지 않았다. 아무리 때깔 좋은 이념이라도 집단의 목표가 되는 순간 인간성은 말살된다. 그때 기이한 집단적 우울감은 우리들을 잠식했고 일상의 무기력과 이따금의 폭력성으로 우리는 긴 시간을 살아내곤 했다.



[줄거리]


이 소설에서 루드비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루드비크가 그의 연인에게 던진 아주 작은 농담으로부터 시작한다. (진격의 거인 중 그리샤 예거가 동생을 이끌고 통제구역을 벗어나게 했던 오른손이 떠오른다). 

그깟 사소한 농담이 루드비크를 반-스탈린주의로 내몰고 체코의 사회주의 당에서 축출되게 한다. 사회주의가 건설되어 낙원에 도달할 것이라는 그 시대의 진지함에선 농담조차 허용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후 군대에 강제징용되고 반-사회주의자로 낙인찍힌 루드비크는 냉소와 우울로 삶을 전전하다 동료애와 사랑으로 잠시 구원을 맛보곤 다시 또 추락한다. ( 대한민국의 군부시절 반-자본주의자로 낙인찍혔던 그들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이데올로기란 뭔가... 싶다.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권력을 보기좋게 포장한 껍데기에 불과할 뿐)


루치에와의 결별 후 광산노동자로 일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루드비크. 그는 자신을 당에서 축출시킨 핵심인물 제마네크에 대한 증오심으로 그의 아내에게 접근하고 사랑을 나누다 현타. 루치에와 다시 만나지만 현타.  다시 제마네크와 마주함으로써 다시 현타. 그는 몰락한다.


       


[감상]


루드비크는 당에서 축출된 이후 이 광적인 집단성에 매몰된 젊음을 혐오한다. 대학강당에 모인 그의 동료들이 하나같이 만장일치로 손을 들어 그를 박해시킨 기억은 소설이 막바지에 이르는 때까지 그를 지배하고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준 당의 핵심인물 제마네크에게 증오를 갖게한다. 그렇게 그에 대한 복수를 실행하지만 20년이 지난 때에 제마네크는 이미 변화해 있었고 '젊은 제마네크'에게 따귀를 날렸어야 했음을 뒤늦게 깨달은 루드비크는 자신의 젊음 또한 트라우마에 대한 복수심을 가득찼다는 것을 느끼곤 처절하게 후회한다.


과연 매듭짓지 못한 트라우마는 한 인간을 이렇게나 망가뜨린다. 증오심은 그 자신에게 해가 되고 지나간 시간은 돌아올 수 없으니 우리는 반드시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아. 슬픈 인생.



청년들이여. 젊음을 낭비하지 마라. 자신 밖에서 일어나는 것들에 에너지를 쏟지마라. 사회를 위하는 일이 개인에게 해를 일으키는 때가 아주 많다. 사회는 개인을 고려하지 않는다. 집단성에 매혹되지 않고 오직 개인을 위하라. 하지만 젊음이야말로 타인의 인정을 격하게 갈구하는 시기. 젊음은 경험이 적어 사회가 하는 일에 쉽게 휘둘려질 수 밖에 없으니, 많은 젊은이들이 타자의 시선에 휘둘려 삶을 낭비한다. 세월이 가고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니 이것이 인생의 슬픔이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매듭짓는데 힘을 쏟아라. 그것만이 구원이다. 라고 밀란 쿤데라는 부르짖는다.



과연 그렇다. 외부세계와 연을 맺는 것은 지옥의 입구이다. 

그러니 사랑만 하자. 다른 것들은 집어치우고 외부와의 연결은 사랑만으로 채우자. 그리고 거의 모든 에너지는 자신의 일에 쏟아야 한다. 지옥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반드시 매듭짓는데 힘을 쏟아라. 그것만이 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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