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돈 없이도 잘 사는 방법
처음으로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생긴 나. 쉬는 게 나랑 이렇게 잘 맞을 줄 몰랐다. 하루라도 일정이 없으면 좀이 쑤시던 나는 이제 없다. 실컷 자고 실컷 그리고, 운동도 열심히 했다. 운동을 열심히 하니까 괜히 운동한 게 아까워서 건강한 음식들을 찾아먹게 되었다. 몸은 근육으로 차고, 부분탈모도 괜찮아지고, 피부는 점점 생기를 찾아가고 있다. 공기도 맑으니 분기별로 앓던 편도선염도 안 걸린 지 2년 째다. 결혼 후 여행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앞으로 내가 다닌 여행들에 대해서도 쭉 이야기해보고 싶다.
계속 이렇게 노는 데 불안하지 않냐고? 전혀. 한국에서 나는 항상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국에 오고 나서 그 계획들이 꼭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계획 없이도, 때로는 예상치 못한 길을 가면서도 인생이 흥미롭고 가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지금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는 작은 기쁨들이 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준다.내가 미국에 살면서 느낀 점은, 정말로 늦은 때란 없다는 거다. 60이 넘은 나이에 박사과정을 시작할 수 있고, 40대에 새로운 분야에서 인턴을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지낼 때만 해도 나는 불안하고, 남들을 따라가거나, 빨리 가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 내 나름대로 나이가 어리다는 것을 자랑스레 뽐내던 시기도 있었던 것 같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남들 보기에 구색을 맞출 수 있는 것들을 선택했다.
최근에 한국의 어떤 대학 교수가 선배 교수들에게 왜 배우자를 일을 시키냐며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배우자는 공무원이었는데도 말이다. 그게 왜 중요한 건지 나는 이해를 못 하겠다. 미국에선 대학 교수의 배우자가 그 대학에서 아르바이트로 청소를 하던 카페일을 하던 상관하지 않는다. 내가 몇 살 인지도 상관하지 않고, 내가 이 나이대에 어떤 취미를 가지던, 남편이 무슨 일을 하던, 어떤 일을 하고 싶던 관심 없다. 그렇기에 내가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시간이 가도 아이가 어느 정도 크고 나서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생겼다.
미국에서 살면서 나보다 잘 살고 부자인 한국인들도 정말 많이 만난다. 그들은 멋진 집에 살고, 비싼 차를 타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다. 하지만 나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들의 성공과 부는 그들의 것이고, 나는 내 삶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는 그런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하기도 하고,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나는 내가 선택한 길을 가고 있고, 그 길이 나에게 맞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이제 나는 다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다. 내 삶의 기준은 오직 나 자신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집중하면서 살고 있다. 그것이 나를 더 행복하게 하고, 더 자유롭게 만들어준다. 미국에서의 생활은 나에게 진정한 여유와 자유를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나는 이 자유를 최대한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내가 무엇을 하든,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이 나의 삶이고 나의 길이라는 생각이 들게 해 준다. 내가 미국에서 알게 된 사람 중 70살이 넘은 스페인 출신 노신사가 있다. 죽기 전에 영어를 꼭 배우고 싶어 미국으로 왔다고 했다. 그 당시 그는 영어는 정말 못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용감하게 미국으로 온 것이다. 누구도 그런 이들을 이상하게 보지 않고, 오히려 그 도전과 열정을 존중해 준다. 이런 환경 속에서 나도 더 많은 것을 시도하고 도전하게 될 것 같다.
미국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나는 나의 가치를 찾고 나의 방식대로 살아간다. 누군가와 비교하는 대신, 나는 나의 목표와 꿈에 집중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나에게 의미 있고, 즐겁고, 행복을 준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결국, 삶은 내가 어떻게 느끼고 살아가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니까. 다른 사람들의 부나 성공이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나는 더 자유롭고 행복해졌다. 그리고 그 자유와 행복 속에서 나는 나만의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 글을 쓰다 보니 문득 든 생각이 있다면 마음만 있다면 이 모든 것이 한국에서도 가능하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