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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나물 Jun 27. 2024

S 사이즈를 향하여: 한국 vs 미국 헬스장 경험 #2

미국에서 돈 없이도 잘 사는 법

한국의 S 사이즈, 미국의 S 사이즈


  통통한 체형인 나는 다이어트에 대한 압박을 10대 때부터 쭉 느꼈었다. 금방 포기했지만 남몰래 급식을 조금만 먹어보기도 하고, 유명 연예인이 살을 쏙 빼고 나와서 추천한 다이어트 운동법도 따라 해보고 그랬었다. 팔뚝이 두꺼운 것이 콤플렉스였던 나는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민소매를 입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성인이 되고 나서는 여름이 다가오면 팔뚝 지방흡입을 계속 검색해보곤 했다. 쇼핑을 너무 좋아하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보세옷이 안 맞는 것은 당연해졌고 백화점에 가면 기가 죽고 우울해졌다. 나는 통통하긴 하지만 사이즈가 없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면 사이즈가 55까지 밖에 안 나온다고 하고, 55를 입어보면 정말 꼬옥(꽉) 맞던가, 아예 지퍼가 올라가지 않았다. 입게 해 주면 다행인 게, 애초에 사이즈 있냐고 물어보면 백화점 직원이 내 사이즈는 없다고 한 적도 꽤 된다. 어떤 날은 내가 내 돈으로 옷을 사겠다는데 나에게 맞는 옷은 없다는 직원들의 태도에 우울하고 울컥한 적도 꽤 있었다.(그런 날은 아마도 호르몬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아아, S사이즈, 내가 얼마나 원하고 원했는지. 안타깝게도 나는 한국에서는 L사이즈가 딱 맞는 몸이다. 55 사이즈는 몸에 들어가지도 않고 66이나 77을 입어야 그나마 옷태가 나는 수준이다. 내 나이대가 입는 옷 중에선 66이나 77 사이즈를 만드는 공장이 이제 없는 건지 뭔지 백화점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지만 말이다. 지나가다가 예쁜 옷을 보고 맞을 것 같아 사 오면 입어보니 터질 것 같아서 주변에 날씬한 친구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옷 쇼핑을 하는데 M사이즈가 넉넉해 보여서(보통은 넉넉해 보여도 입어보면 작은 경우도 있다.) 입어보니 나에게 매우 컸다. S를 입었더니 알맞게 딱 맞았다. 물론 브랜드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S가 딱 맞는다. 이제는 처음으로 조금씩 쌓인 나의 S사이즈 옷들, 볼 때마다 입꼬리가 조금씩 씰룩댄다. 물론, 여기에도 S사이즈보다 작은 XS, XXS, XXXS가 있지만 말이다.


S사이즈를 향하여


  나는 평생 내 몸매에 대해 고민하면서 살아왔다. 지금까지 나는 아마도 평생 입지 못할 S 사이즈를 갈망하며, 맞지 않는 옷에 몸을 구겨 넣기 위해 굶어 보기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얼마 전 최화정 님이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살찌는 거야. 그런데 겁도 없지. 계속 이 지경이야." 물론 최화정 님은 장난 삼아 그 말을 하셨겠지만, 나는 그 말이 무척 공감 됐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여자는 평생 다이어트'라는 일념 하에 계속 다이어트를 하다가 10년쯤 지난 지금은 정말 아이돌처럼 마르게 바뀌었다. 물론, 지금은 병원 신세를 자주 지는 건 덤이지만 말이다. 우리 언니는 대학교 1학년인 나에게 여름방학 동안 10kg만 빼면 너는 이미 대학생활 성공한 거나 다름없다는 이야기도 했었다. 물론 나는 그 당시 10kg를 빼지 못했지만 말이다.


   빠르게 S사이즈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굶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프로아나라던가, 일명 '나비약'이라고 불리는 다이어트약, 아이돌식 다이어트 등의 콘텐츠가 우수수 쏟아져 나오는 거겠지. 일부의 다이어트 독려 콘텐츠들이 한없이 비 과학적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앞서 말한 친구처럼 독하게 다이어트 하진 못했지만, 그렇게 단기간에 살을 빼지 못한 나 자신에게 한심함을 느끼고 괜한 죄책감을 느끼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실제 사이즈가 얼마나 다르던 몸무게는 같아도 S사이즈를 입게 되었다. 하지만 S 사이즈에 몸을 맞추기 위해 몸 크기를 줄여야 한다는 부담이 사라진 나는 몸을 건강하게 채워가는 운동을 하고 있다. 열심히 운동한 것이 아까워서 단백질과 다양한 영양성분들을 고려해서 음식을 해 먹고, 계속해서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법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다. 평생 입어보지도 못했던 S 사이즈에 맞춰 사는 게 참 좋은 거 구나.


첫번째 이야기: 부끄럽지 않은 몸

https://brunch.co.kr/@dolanlol/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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