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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유 Jul 17. 2024

스피노자의 방정식

우리가 도달해야 할 답은 기쁨으로 정해져 있지 않을까.

 그날은 '기쁨'의 날이었다. 모든 일들이 일사천리로 자연스럽게 풀려나가는 날. 사람들 앞에서 언제나 긴장하는 나라는 사람이 오늘은 왠지 모르게 모든 사람들과 너무너무 잘 지냈다는 사실에. 오늘은 소중한 사람들에게서 너무나도 많은 연락이 왔다는 사실에. 내가 맡고 있는 모든 일들을 프로페셔널하게 처리하고 칭찬까지 한 바가지로 받았다는 사실에. 나는 집에 들어와서 완벽했던 오늘을 돌아보면서 한껏 기쁨의 감정에 도취되는 것이다. 기쁨의 날에는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불안한 미래도. 아팠던 과거도. 따분한 현재도 기쁨이라는 감정이 모두 다 날려버려 주는데.


 슬프게도 그런 기쁨의 나날도 잠시, 나는 다시금 나의 일상으로 돌아오고는 했다. 나의 일상. 소중함을 알면서도 왠지 고루해 보이는 그런 나의 일상.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며, 가끔씩은 아팠던 과거에 악몽을 꾸며, 따분하게 흘러가는 현재를 살아가는 그런 일상을 말이다. 나는 그런 나날 속에서는 언제나 다시 한번쯤은 그렇게 날아갈 듯이 행복했던 "기쁨"의 날을 다시 하염없이 기다리고는 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일상들을 살아가고 있을 때, 나는 책을 읽다가 한 철학자의 기쁨에 대한 구절을 발견했다. 기쁨의 날을 기다리고 있기에, 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책 모서리 한 귀퉁이를 접고 그 구절을 열심히 되뇌기 시작했다. <"기쁨은 인간이 부족한 완성에서 보다 높은 완성으로 나아가는 통로이다."> "참으로 멋진 통찰이구나."하고 감탄했다. 기쁨이라는 감정 속에서 나는 더욱더 자유로워지고, 강해지며, 사랑을 하게 되니. 기쁨은 인간을 완성시켜 주는구나. 이 멋진 통찰을 나에게 선물해 준 철학자의 이름은 스피노자였다.


 그날 이후로, 나는 기다리지 않고 기쁨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나의 일상이 나를 무기력으로 이끄는 그런 나날이면 기쁨에 도달하는 법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이 아이디어에 스피노자의 방정식이라는 이름을 붙이고는 되뇌고는 했다. 왠지 그런 것이다. "좋아 지금부터 나는 스피노자의 방정식을 풀어나갈 거야. 다양한 풀이과정을 거치겠지만, 결국 내가 구하는 답은 '기쁨'일 거야. 나는 슬픔이라는 항을 소거하고, 분노라는 항을 나눠버릴 것이야. 그리고 사랑이라는 항을 더하고, 즐거움이라는 항을 곱할 거야. 그러면 나는 결국 기쁨에 도달하겠지. 답이 이미 정해져 있는 방정식을 푸는 것만큼 쉬운 일이 어디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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