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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샘 Aug 09. 2024

늘 궁금한 옆 반 이야기_2편

이건 마치 깔깔 유머집? 웃기고 귀여운 학교 이야기 모음



방학이라 옆 반 이야기를 수집할 수 없는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하지만 포기할 순 없지. 그간 들었던 이야기들과 나의 경험을 떠올려 조각보를 만드는 마음으로 짧은 이야기 모음글을 써 본다. (까먹을까 봐 그렇기도 하다.)


#1. 선생님 얼굴이 이상하다?


    우아하기로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배우 같은 외모와 차분한 말투 그리고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 A 선배님이 해주셨던 이야기이다. A 선배가 2학년 담임을 했을 때의 일이다. 선배에게 매일같이 '선생님 오늘도 예뻐요.', '선생님 너무 좋아요.'와 같은 애정표현을 서슴지 않는 사랑둥이 어린이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어린이가 선배의 얼굴을 계속 보며 고개를 갸우뚱. 그러다가 하는 말, "어? 오늘 선생님 얼굴이 좀 이상하다?" (ㅋㅋㅋ) 사랑둥이 어린이에게 기대한 말이 아니기에 약간의 데미지(?)를 입었지만, 선배는 침착함을 유지하고 우아하게 대꾸한다. "누구야, 선생님 얼굴 안 이상해. 평소랑 똑같아."


    그리고 아이들이 하교한 오후, 정신없던 몸과 마음을 조금 가라앉힌 후 빈 교실에서 선배는 이유를 깨달았다. 무심코 본 거울 속 선배의 얼굴, 그날따라 눈썹 그리는 걸 깜빡했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


#2. 나도 몰라?


    이건 내가 경험한 이야기. 6학년 담임을 했을 때, 우리 반 남학생에겐 정말 귀여운 남동생이 있었다. 동생의 이름을 '삐약이'라고 하자. '삐약이'는 형이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묘하게 작고 귀여워서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어린이였다. 그래서 나는 형과 매일 등교하는 삐약이를 볼 때마다 굳이 접근하여 질척거리곤(?) 했다. 삐약이는 1학년, 혹은 2학년? 아무튼 저학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어떤 이유에선지 평소 출입할 이유가 없는 6학년 층에 등장한 삐약이와 친구들을 발견한다. 6학년 아이들 사이에 있으니 더 작고 소중해 보이는 귀여운 어린이들... 반가운 마음에 냅다 달려가 "삐약아, 안녕!" 하고 인사했다. 그러자 귀여운 삐약이, '안녕하세요~' 하고 대꾸를 하는데, 그 모습까지 어찌나 귀여운지! 귀여움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실실 웃으며 다시 교실로 돌아오던 중, 나는 들었다. 삐약이와 친구들의 대화를!


삐약 친구: 누구야? (주어는 없지만 나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중)

삐약이: (양팔을 접어 W 모양을 하며 어깨 으쓱) 나도 몰라? 그냥 나한테 맨날 인사하는 사람???!!!

삐약 친구: 그렇구나! (더 묻지 않는다.)


    나 너네 엉아 선생님인데... 삐약이는 내가 누군지 몰랐던 것이다. 왠지 모르게 자기 이름을 알고 있으며, 맨날 먼저 다가와 인사하는 매우 수상하고 낯설고 이상한 사람이 된 이야기이다. 그리고 나는 학부모 상담 때, 삐약이 어머니에게 이 이야기를 하며 작은 웃음을 드림과 동시에 소심한 복수를 했다(!)


#3. 사투리가 너무해!


    나는 충청도 출신이다. 우리 학교 교장 선생님도 충청도 출신이다. 오래된 전설과도 같이 들리지만, 교장선생님께서 자주 말씀하시는 일화를 소개한다. 충청도 사투리가 심한 어떤 남자 선생님(교장선생님의 선배)이 계셨다고 한다. 선생님의 카리스마가 얼마나 대단한지,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이라면 착착, 들으며 흡사 군대와도 같은 모습이었다고.


    그러던 어느 날, 모종의 이유로 선생님이 답답한 상황에 처한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훈계를 하던 선생님, 답답한 마음에 "기여, 안 기여?(충청도 사투리: 표준어로 해석하자면 그래, 안 그래? 정도 되겠다.)"라고 말했는데, 선생님은 무섭고 사투리는 못 알아들은 순진한 어린이들. 교실 바닥에 내려가 단체로 냅다 굴렀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


#4. 선생님이 잘못했네!


    복도를 지나가는 1학년 아이들을 관찰하다 우연히 얻은 이야기이다. 아이들에겐 기본적으로 뛰는 습성이 있다. 하교 후, 도서실 방향으로 와다다다 뛰어가는 1학년 아이들을 지도하려던 중이었다.


야무진 여학생: 야! 너네 복도에서 뛰면 안 되지!

뛰던 남학생들: (뛰면서) 우리 안 뛰었는데?

야무진 여학생: 지금도 뛰고 있잖아!!!

뛰던 남학생들: (속도를 줄이며) 안 뛰고 있잖아!

야무진 여학생: 아휴, 내가 못 살아. 복도에서 뛰면 안 된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잖아! 너네 때문에 주변 친구들도 피해를 보거나 다칠 수가 있다고~~

뛰던 남학생들: 우리 선생님은 그런 말 안 했는데? (순도 100% 거짓말이다. 아마도 복도에서 뛰지 말란 말을 숨 쉬듯이 하셨을 거다.)


그러자 여학생의 답이 압권.

"그래? 그럼 너네 반 선생님이 잘못했네!" (ㅋㅋㅋㅋ)


얘들아, 물론 선생님도 잘못을 하긴 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복도에서 뛰면 안 돼~


#5. 시키는 대로 했을 뿐


    어느 해였나,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이를 맡았을 때의 이야기다. 아이의 이름은 종환이(가명)라 한다. 종환이는 특유의 순수함과 뽀로로를 닮은 귀여운 외모로 6학년이었음에도 주변 친구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시크한 종환이, 주변에는 관심을 쉽게 두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아마 그래서 더 아이들이 집착했을 지도...???!!!)


    그러던 어느 날, 어떠한 이유를 계기로 나와 아이들은 종환이가 우리 반 친구들의 이름을 거의 다 외우고 있었단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평소 주변에 별 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던 종환이가 친구들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니!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었다. 이 틈에 종환이의 사회적 소통 능력을 업그레이드 시켜주고 싶었던 나는 친구들이 인사를 하면 반드시 '누구야 안녕?' 이라고 인사한 친구의 이름을 넣어 답인사를 해줘야 함을 강조해 지도했다. (역시 교사다...ㅎ)


    그리고 이 정도면 됐겠지, 하는 마음으로 내가 종환이에게 먼저 인사 연습을 시켜 보았다.


나: 종환아, 안녕~~~!

종환: (귀찮단 표정과 시크한 말투로 우렁차게) 글샘이, 안녕!!! (ㅋㅋㅋㅋㅋㅋㅋㅠㅠ)


    옆에서 지켜보던 아이들은 모두 빵 터졌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종환이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시키는 대로 했을 뿐, 종환이에게 무슨 잘못이 있나. 입력을 잘못한 내 탓이지. 이후 나는 종환이에게 웃어른과 하는 인사는 달라야 함을 추가적으로 지도했단 이야기이다.



    세월을 낚던 강태공의 마음으로(!) 옆 반 이야기를 더욱 소중히 수집해 보도록 하겠다. 월척을 낚아 다시 돌아올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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