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의해 성격이 변하고 스스로가 괴로워진다
현재 나는 한 직장에서 근속 2년이 넘어가고 있다.
처음엔 사람들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근근히 이어지다가 언젠가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 시작했다.
동료들이 좋다고 생각한 이유는
1.업무에 관해서 거친 언행을 하지 않는다.
2.사적으로 불쾌한 대화를 하지 않는다.
3.웬만한 실수는 좋게 넘어가준다.
사실, 남의 행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 나로써는 이 세가지만으로도 이제껏 잘 버텨주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미 몇년간 업무를 해온 그들의 사이에서 나는 사소하게 소외받는다는 느낌을 점점 지울 수가 없어진다.
헷갈려진 원인은 나에게 아주 아는 척을 안하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가 말 한번쯤은 붙여주기 때문이다.
더 친한 동료에게는 휴대폰에 재밌는 것을 보다가 가져가서 이야기도 나누고 주말에 있던 일을 나누거나 하지만 나에게는 그러지 않는다는 것 정도?
분리된 공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안들리는 곳에서 그러면 상관없겠지만 내 직업상 업무공간이 나누어진 곳도 아니고 오픈된 치료실 중 2평 남짓하는 자리에서 환자가 오면 응대할 대기를 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그들 중 사담을 하면 눈 앞에서 보이기 마련이었다.
그 중 한 여자팀원은 어쩌면 '나를 싫어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드는 행동을 자주 했다.
모여서 이야기를 하면서도 나의 말에는 별 다른 반응하지 않고 입을 닫아버리거나 나에 관한 것은 그냥 모른체 하는 느낌.
좋게 말하면 괴롭히는 건 아니지만 나쁘게 말하면 그냥 투명인간 취급한다.
점심을 나가서 먹는 것은 특이한 경우인데 어딘가 나가서 먹자는 이야기가 나오면 내가 바로 옆에 있음에도 그 사람은 나에겐 아무런 말 하지 않았고 항상 다른 사람이 나에겐 제일 마지막으로 권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한번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자 그 사람이 불편해졌다. 항상 내가 뭔가 말을 하면 톡톡 쏘는 듯이 답변을 하는 것도 한 몫한 것 같다.
사실 누군가는 일하러 가는 곳에서 동료들과 구태여 친하게 지내야할 이유가 있느냐고 물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크게 문제삼지 않고 무시하려 했으나 무의식적으로 드는 소외감은 나를 점점 더 작게 만들었고 눈치보고 의기소침해지게 만들었다.
항상 그들사이의 친밀함을 눈 앞에서 보다보니 언젠가는 이따금 그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가 안들릴 때에 '나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걸까.' 라는 생각도 은연 중에 들게 되었다.
동료들이 사회생활에서는 본인에게 해가 될만한 행동은 안할 사람들이라 다른 곳에서는 몰라도 직장이란 공간 안에서는 나에 관해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 임을 알고도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스스로 서운함을 잘 느끼고 과대하게 해석하는 편이 있어서 내가 느끼는 '소외감'이 맞는 감정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물어보니 다 기분이 불편해질만한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이제와서 어떻게 할 노릇은 없었다.
먼저 다가가려는 노력도 많이 해보았지만 그 사람과 나는 상성이 잘 안맞았고 그 사람도 나랑 안맞는다고 느낀 건지 날 싫어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대화를 하면서도 항상 마음이 불편했다.
소외된다는 감정도 항상 뚜렷하게 날 배제하는 게 아니라 묘하게 느껴지는 것들이었다.
(같은 팀원들말고 다른 과 사람들과는 잘 지내는 편이다.)
어쨋거나 결과적으로 난 항상 사무실에서 그 사람들이 나누는 사담의 뒷배경이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항상 귓가에 들리니 아예 안들리는 체가 안되다보니 속으로 '저런 이야기를 왜 하는 거야.' 라던가 '난 관심없는 주제인데.' '어쩌라고 또 자기들끼리만 이야기하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소외감은 직장을 벗어난 일상에서도 날 곧잘 괴롭혔다. 오랜만에 만난 소수의 모임에서도 이런 고민을 꺼낼 정도였으니.
나중엔 그 친구들에게 미안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좋은 이야기를 해도 모자른데 나의 어두운 고민을 이야기해서 소중한 시간을 방해한 것 같아서...
처음엔 문제를 나에게 찾으려고 했다.
물론 나도 문제가 있겠지. 누군가에게 서운함을 쉽게 느끼는 편이었으니까.
얼마 전에는 정신과에 상담을 가기도 했다. 약을 복용할 정도도 아니라고 하며 상담치료를 권했는데 직장과 일정 맞추기가 힘들어 아직은 시작을 못했다. (솔직히 당장이라도 다니고 싶은데 너무 속상하다.)
시험을 준비했던 것도 있고 직장이 휴무를 2일이상 못쓰게 해놓은 규정 덕에 본가를 못내려간지 6개월은 넘었던 터라 가족이 나를 보러 왔다.
가족들은 그나마 같은 지방권에 거주를 하기 때문에 한달에 한번이상은 만나지만 나는 영 멀리 와버려서 얼굴 보는 것이 연례행사였다. 그렇다고 사소한 연락을 자주하는 편도 아니고.
부모님은 집에서 잠시 쉬고 형제와 편도 한시간 거리의 지하철을 타고 볼 일을 보고 왔다.
지하철 타고 가는 길에 언니에게도 직장에서의 소외감을 주제로 고민을 이야기했지만 결론은 직장에서 견뎌야할 숙명처럼 느껴지며 어차피 이직할거니 조금만 더 참아보자는 생각을 했다.
오전 근무를 한 것도 있고 휴대폰이 유심문제로 정지되는 것과 지하철에서 두고 내린 물건을 꼭 찾아와야한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그걸 찾으려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도 있었고 많이 걸어서 그랬는지 좀 지쳤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언니의 수다를 듣고 있으려니 이제는 좀 조용히 가만 있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집에서 부모님과 저녁을 먹는데 가족끼리 서로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아빠를 챙기는 엄마의 목소리, 서로 음식에 대한 평가, 맛 등등 모든게 거슬렸다.
특히 아빠를 챙기거나 아빠의 의견을 묻는 소리가 거슬렸다.(아마 아빠는 가족을 별로 안챙겼다는 기억 때문에 반감이 든 거 같다.)
난 제발 좀 조용히 밥을 먹으면 안되냐는 의미로 입 앞에 손을 가져다 댔지만 엄마는 끊임없이 말을 했다.
나는 구태여 할 말도 없어 밥만 먹고 있자 언니가 한 마디했다.
"네가 아까 말한 고민을 이제 이해할 거 같아. 너는 좀 변한 거 같아 예전보다.."
난 무슨 의미인가 싶어 그 말을 더 들어보자 내가 대화를 듣기 싫어하는 모습이 사회성이 좀 결여된 사람 같다는 거다.
문제아 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마 병원에서 일과의 대부분을 보내는 일상이 반복되고 주변에는 가족도 친구도 없이 혼자 지내는 삶 속에서 나는 혼자 생각하고 조용한 일상을 보내는 것에 익숙해진 거다.
친구를 만나더라도 자주 만나지 않으니... 언니는 사람들과 너무 안어울려서 그런거니 조금 어울리다보면 금방 회복될거라 그랬다.
심지어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도 어울리지 못하고 입을 닫고 있으니 정말 사회성이 없어지기 딱 좋았다. 난 이 복잡한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막막했다.
엄마가 말했다.
"나는 안궁금한 이야기. 나랑 관계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듣기가 싫은 거겠지."
내가 생각하던 딱 그것이었다.
동시에 속상해졌다.
매력이 없는 사람, 대인관계가 장애가 있는 사람, 뭔가 인격에 흠이 있는 사람 등 정신과를 방문하면서 스스로 '나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인지 하는 것도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는데 사회성까지 떨어졌다니.
나에게 먼저 연락주는 친구도, 다가오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아니란 반증도 있지만 아마 내가 지금 처한 환경에 오랜기간 소외되었다보니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것 같다.
제대로 망가진 사람이 된 거 같았다.
마음도 능력도 망가져서 어디서 고쳐야할지도, 고쳐질지도 모르겠고.
해결방법이 뚜렷하지 않은 심리적인 문제를 마주할 때마다 너무 괴로웠다.
환경이 나를 이상하게 만든건지 내가 원래 이상한건지도 혼란이 왔다.
우울증이 없다고 자부했는데 우울증이 있던건지 이런 심란한 것을 죽어서라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진짜로 목을 걸어서 끝낼 수는 없을테지만 갑자기 큰 병이라도 걸려서 이 복잡한 생각, 고민 을 끝내고 싶기도 했다.
차라리 끝이 정해져있고 얼마 안남았으면 좋은 기억만이라도 가지고 갈 수 있으니깐.
이렇게 글만 써서는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모른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 그것도 나를 보러 먼 길을 운전해 온 가족들의 정겨운 사담이 듣기 싫다고 생각하는 나도 스스로가 왜 이러지 싶었고.
자의로 노력해서 바꿀 수 없는 환경에서 변한 내 성격이 누군가에는 티 날 정도라니.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괴롭다.
차라리 열감기 처럼 하루 이틀을 고열에 시달리고 나면 낫는 병이면 좋으련만.
이렇게 마음이 상한 건 어디가 아픈지 보이지 않아 고치기도 어렵다.
엄마는 내가 걱정되는지 본가 근처로 내려와서 일을 하면 안되냐고 한다.
언니도 그냥 근처로 오라는 말을 한다. 최소한 같은 도 안에라도 있으면 더 자주 볼 수 있지 않냐며.
일자리가 없는데 어떻게 가 나는 삐딱하게 반응하지만 사실 무척이나 가고 싶다.
이제 돈이고 직업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돌아가고 싶다. 그런데도 용기가 없다.
직장에서의 괴로움으로 스스로 멀리 떠나는 사람들을 보며 그 곳을 벗어나면 그만이지 않냐는 생각을 했는데
직장은 현실이었다. 단지 그 직장을 벗어난다고 돈이 나오는 것도, 직장의 한자리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말 처럼 쉽지 않다. 도전 할 용기가 필요하지만 아마 그럴 힘도 없어져서 쉬러 떠나는 것이었나보다.
이렇게 망가질 줄 몰랐다.
내가 이렇게 망가질 줄이나 몰랐다.
이젠 다 포기하고 싶다. 그만하고 싶다.
제발 날 좀 내버려둬 줬으면. 제발 그만하고 싶다.
단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얽히고 얽혀서 풀기도 힘든 내 생각.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해결이 되기나 할까.
원래는 경기 서울 권에서만 직장을 찾아보았는데 내려갈 생각도 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