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약속
요즘에는 약혼식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가 결혼을 준비하던 시기에는 약혼식이 결혼의 첫 단추를 여는 중요한 의식처럼 여겨졌다. 그 당시 약혼은 여자 측에서 주도하고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져 있었기에, 나와 우리 가족이 주선하여 약혼식을 마련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1989년 1월, 약혼했다. 겨울의 끝자락이었지만, 우리의 마음은 이미 따뜻한 봄날처럼 설렘으로 가득했다. 다가올 6월의 결혼식을 기다리며, 우리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 나갔다.
우리의 약혼식은 대전의 작은 중국집에서 조촐하게 치러졌다. 비록 화려함은 없었지만, 그 공간은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고 축하의 말과 따뜻함이 넘쳐났다. 상견례를 마친 후 양가 가족이 처음 한자리에 모였고, 약간의 이벤트가 분위기를 띄우며 서로를 더 가까이 느끼게 해 주었다. 중국집 특유의 향기로운 음식과 담백한 식사는 웃음과 함께 나누었고, 그 순간 우리는 두 가족이 아닌, 하나로 묶이는 감정을 느꼈다. 가족들의 축복 속에서 우리의 약속은 더욱 의미 깊게 다가왔다.
내 옆에는 그가 있었다. 항상 나와 함께 삶을 나누고 싶다고 말해주던 그 사람, 이제는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관계를 더 단단히 이어가겠다고 약속하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그날, 사랑을 공적으로 나누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약혼식은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우리 인생에서 아주 특별한 순간이자, 서로에 대한 확신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결혼이라는 현실이 점점 더 실감 났고, 결혼은 단순히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인생의 또 다른 장을 열어가는 시작이라는 깨달음이 그때 찾아왔다.
약혼식은 소박하고 조용했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의미는 결코 작지 않았다. 그곳에서 나눈 웃음과 다정한 말들, 그리고 우리를 축복해주던 가족들과 친구들 덕분에 약혼식은,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을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날의 약속은 우리의 인생에 소중한 출발점이 되었고, 그 출발이 귀했던 만큼 앞으로 함께할 모든 시간이 더 기대되었다.
우리는 약혼을 통해 단지 결혼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딘 것뿐만 아니라, 서로의 곁에서 평생을 함께할 것을 사랑하는 가족들 앞에서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