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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먼파워 Aug 19. 2024

두 번째 고백을 받다

두 번째 고백을 받다

 며칠 후 도서관에 있는 나에게 그가 편지를 들고 찾아왔다. 자신의 고백이 거절당했다고 생각한 그의 심란한 심정이 편지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후에 잠깐 만나자는 것이다. 그날 저녁, 약속한 시간에 우리는 다시 만났다. 그의 눈에는 여전히 걱정과 불안이 서려 있었지만 동시에 무언가 결심한 듯한 강한 의지도 엿보였다. 우리는 무언의 동의 아래 걸음을 맞추었고 학교로부터 30여 분을 걸어 만년교에 도착했다. 다리 중앙에서 그는 걸음을 멈추고 나를 향해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고백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너에게 말하고 싶었어. 비록 내 고백에 대한 너의 대답은 듣지 못했지만 너의 미스터 X가 되겠다는 내 생각은 여전히 진행 중이야. 여기서 바라보면 왼쪽에는 재활병원이 보이고 오른쪽에는 체육고등학교가 보여. 이 두 곳은 단순한 건물 그 이상이야. 재활병원은 힘든 시기를 겪는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치유하며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곳이고, 체육고등학교는 미래를 향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학생들이 있는 곳이지. 이곳에서 고백하는 건, 우리도 그들처럼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건강한 커플로 함께 성장해 나가고 싶기 때문이야. 우리가 서로의 삶에서 힘이 되어주면서,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장소를 선택한 거야. 앞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면서, 함께 성장하고 싶어. 너와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 나랑 함께 걸어가자.”    

  

 그의 말은 내 마음 깊은 곳에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용기를 못 내고 흔들리던 내 마음이 그의 진심 어린 한마디 한마디에 확신을 얻기 시작했다. 가슴속에서 따뜻한 기운이 피어오르며 설레기 시작했고, 그의 진심이 내 마음을 울렸다. 우리 관계를 향한 그의 진심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다리 밑을 한참 동안 걸었다. 그 순간이 얼마나 평화롭고 고요했는지, 마치 시간마저 멈춘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던 중, 그가 갑자기 익숙한 멜로디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BeeGees의 ‘Don’t forget to remember me'였다.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어두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노래 가사 하나하나가 나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고, 그 순간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주인공처럼 보였다. 이 노래를 통해 그가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알 수 있었고, 점점 그에게 빠져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노래가 끝날 즈음, 그가 얼마나 나를 소중히 여기는지, 우리 관계를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의 진심이 내 마음속에 잔잔한 파도가 되어 일렁이기 시작했다. 더 이상 갈등하거나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함께 걷는 이 길이 앞으로 우리가 걸어갈 수많은 시간과 여정을 상징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곁에 있다는 사실이 든든했고, 앞으로의 시간들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우리의 앞날이 밝고 희망찬 시간들로 가득할 것이라는 기대가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그의 손을 잡고 앞으로의 길을 함께 걸어갈 용기가 생겼고, 우리는 그렇게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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