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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시나물효원 Oct 12. 2024

목격자를 찾습니다.(1)

갑질고객(1부)

 어느 날 내게 자주 말을 걸어오는 60대 고객이 계셨다.

그 고객은 본인의 사생활에 대해 시시콜콜 얘기를 나에게 종종 들려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고객이 나에게 ATM기기가 안된다고 욕설을 퍼부었다.


나는 그런 상황들이 처음이어서 너무 놀라웠고, 가까이하지 않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어서

그 고객이 오면 도망 다니기 바빴다.


그 고객은 어느 순간 그걸 느꼈는지 다른 직원에게

"저 년은 나한테 인사도 안 해", "저 년 정직원 아니지?" 등등 나를 비하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나는 너무 속상했지만 고객이 왕이다라는 생각으로 수십 번 수백 번 안 들린다고 생각하며 그런 상황들을

벗어나려고 노력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고객이 40-50명 대기 인원이 있는 우체국 안에서 큰 소리로 욕설을 섞어가며 통화를 하는 게 아닌가..

직원은 나에게 그 고객에게 조용히 좀  해주라고 지시하였다.


나는 그 고객이 좁디좁은 우체국 곳곳을 누비며 소란스럽게 통화를 하길래

그 고객에게 다가가서 “밖에 나가서 좀 통화 좀 해주세요”라고 말을 하고 돌아서는 순간

그 고객은 발로 내 오른쪽 허벅지를 찼다.


나는 순간 전봇대에 머리를 박은 것처럼 멍했다.

그리고 너무 시끄러운 우체국 내에서 내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건 112 신고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사무실 전화로 112에 전화를 하였고 10분여쯤 지났을까 경찰관들이 왔다.


그 고객은 경찰이 온 걸 알고 줄행랑을 치다시피 우체국 밖을 빠져나갔고,

출동한 여경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멀리 보이는 고객을 뛰어가 모시고 왔다.


그리고 주차장에서 출동한 경찰관 2명, 나, 고객님, 우체국관리자 총 5명이서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 와중에 그 고객은 끝까지 본인은 아무 잘못이 없고 나도 맞고소할 거야.. 어린년이... 아주.. 저년이 아주 나쁜 년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나는 그동안의 고객의 만행들이 있었기에 법에 테두리 안에서 보호를 받고 싶었다.

하지만 관리자의 입장은 달랐다,

관리자는 내게 “효원 씨가 이번 한 번만 참아요, 신고하면 나도 조사받아야 하고 힘들어지고 그러니까....”


휴..


나는 우정사업본부 산하기관인 우체국시설관리단 소속이다. 

내가 과연 내 목소리를 어떻게 높일 수 있겠는가...



임홍택 작가님의 불같은 분노를 원료로 삼아 글을 써가기라는 메모를 봤다.

나의 마음은 다 끝났다 생각했지만 키보드를 두들기는 내내 손끝에 파바바박 힘이 더 들어가는 내 분노가 느껴진다.... 그래도 웃어야 하는.. 나는 감정노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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