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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시나물효원 Oct 18. 2024

우체국 택배는 사랑을 싣고(3)

외국인 노동자에게 출산용품 돕기

우체국에서는 해외로 물건을 보내는 일을 한다.

EMS, 항공소포, 선편 종류도 다양하게 보낼 수 있다. 비싸게 돈을 내면 빠르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고, 저렴하면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점이 있다.


매일같이 삐툴삐툴한 글씨로 등기를 보내러 오는 태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누간


한글이 서툴러서 그런지 거의 그리는 수준이다.

도저히 한글이라고 알아보기 힘든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한글을 그려오는 누간의 모습은 여간 진지한 게 아니다.


도로명 주소로 바뀐 이후로 건물번호가 없으면 주소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고 글씨 하나만 달라도 다른 곳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테헤란로도 태해란이라고 적으면 검색해도 안 나오고 콩쥐팥쥐로라는 도로명에 번길이 붙으면 그것 또한 검색이 안된다.

이렇게 한국사람도 도로명 주소를 잘못  적어오면 오류가 많이 나서 다시금 알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낯선 이방인이 어찌 그 주소를 알겠는가…


처음에는 한글을 그려와서 규격봉투의 한글을 보고 우체국 직원이나 나나 누간이나 셋이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나는 누간에게 차라리 주소 보내주는 문자를 보여줘라… 내가 고쳐주고 적어주겠다라고 말을 하면서 등기 봉투에 익숙한 나의 한글 솜씨로 주소를 적어줬다.


누간과 사띠 그들은 부부였다.

나와 우체국에서 몇 개월 마주치니 이젠 제법 누간은 내게 “언니”라고 부르면서 안 되는 한국말로 뭘 물어본다.

나는 그런 누간에게 이것저것 도와주었다. 그리고 그의 남편 사띠도 내게 종종 부탁을 하며 부탁을 곧잘 들어주면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간 배가 자꾸 불러와서 물어보니 임신했다고 한다.

작은 원룸에서 살고 있고 현재 그녀는 불법체류자 신분이 아닌가..

아이고 걱정이 앞섰다.. 출산일은 다가오고 아이용품은 살 능력도 안된다고 하는 그녀


수소문 끝에 얼마 전에 아이를 낳은 랜선인연 소영(가명) 언니가 생각이 났다.

나는 소영언니에게 전화를 걸어서 “언니 혹시 이번에 아기 옷 정리한 거 있으면 좀 줄 수 있어요? ”라고 물었다.


언니는 흔쾌히 우리 딸이 작아진 옷들이 있는데 좋은 곳에 쓰인다면 나도 동참하고 싶다며 아이옷을 전부 다 세탁해서 보관했는데

효원이 너에게 줄 테니 좋은 곳에 써주라는 게 아닌가?! 그리고 기저귀도 필요할 거라며 기저귀도 챙겨 왔다.


그렇게 누간은 지인들의 도움으로 안전하고 따뜻하게 도움을 받아서 출산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 누간과 사띠는 본인의 고향인 태국으로 돌아갔다.

그때 누간과 사띠는 내게 서툴지만 한국말로

한국에 와서 이렇게 도와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누간, 사띠 그리고 띠아모

다들 잘 지내고 있지??


너희들 가슴속에 한국이라는 나라는  정이 많고

친절하고 아름다웠단 추억을 갖고 살아갔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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