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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시나물효원 Nov 01. 2024

다시 사랑한다면..

우리에겐 다시(again)은 없어.

전북 익산에는 현재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종일 내리니 글쓰기 참 좋은 날 같아서 나갈 채비를 마치고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근교의 커피숍을 가기로 마음먹고 운전대를 잡고

목적지를 향해 가는데 ‘다시 사랑한다면’이라는 노래가 나온다.


젊은 날 그 시절엔  연인과 헤어지면  어디서든 우연히 마주치지 않기를 바라왔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그런 불편한 상황들을 막 닥들여서 이겨낼 용기도 마음의 공간도 없었던 것 같다.




‘조금 덜 만나고 조금 덜 기대하며 많은 약속 않기로 해요’


20대 시절 나의 연애는 일 끝나면 매일매일 만나야만 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루라도 나를 만나지 않으면 사랑이 식었다고 생각했다.

각자 본인의 일이 있어서 끝나고 나면 집에서 좀 쉬었으면 하는 날에도 무조건 만나자고 졸라대던 나였기에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그 상대가 피곤했을지…

누군가가 지금 내게 매일매일 만나자고 하면 나는 “연애는 삼한사온”을 지켜야 오래간다며 구차한 변명을 한다.


조금 덜 기대하면 상대에게도 그만큼 실망하는 법도 없는데… 난 왜 이리 상대에게 기대를 많이 했었을까…

우리 다음에 이거 하자… 우리 결혼하면 이렇게 하자…. 등등 왜 지키지도 못할 부질없는 약속을 그 당시에는 누가 먼저라도 할 거 없이 그렇게 하기 바빴는지…




연인 관계에서 사랑이 끝난다고 생각하는 건 아마도 설렘이라는 과정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때가 아닌가 싶다.

그토록 상대가 나를 만나러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도, 상대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도… 함께 무언가를 나누며 추억을 채워갈 때도..

설렘이라는 단어는 열일하기 바빴는데… 막상 사랑이 식고 인연의 끈을 놓아버리니 설렘이라는 단어도 함께 팽 당하는 것 같다.


비가 와서 그런지 내 감성이 폭발하는데, 과연 내가 다시 그 사람을 만나서 사랑한다면

나는 더 잘할 수 있을까??

만약 내가 다시 그 사람과 다시 사랑한다면 아마 나도 그 사람에게 조금 덜 만나고 조금 덜 기대하고 많은 약속을 하지 않을 거 같다.



그대와 나의 사랑은 너무나 강렬하고도 애절했으며 그리고 위험했다.

그것은 마치 서로에게 다가설수록 상처를 입히는 선인장과도 같은..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사랑한다면 그때는 우리 이러지 말아요.

조금 덜 만나고 조금 덜 기대하며 많은 약속 않기로 해요.

다시 이별이 와도 서로 큰 아픔 없이  돌아설 수 있을 만큼

버려도 되는 가벼운 추억만 서로의 가슴에 만들기로 해요.


이젠 알아요 너무 깊은 사랑은 외려 슬픈 마지막을 가져온다는 걸

그대여 빌게요 다음번의 사랑은 우리 같이 않길 부디 아픔이 없이 꼭 나보다 더 행복해져야만 해


많은 시간이 흘러 서로 잊고 지내도 지난날을 회상하며

그때도 이건 사랑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죠


이젠 알아요 너무 깊은 사랑은 외려 슬픈 마지막을 가져온다는 걸

그대여 빌게요 다음번의 사랑은 우리 같지 않길 부디 아픔이 없이


이젠 알아요 영원할 줄 알았던 그대와의 사랑마저 날 속였다는 게

그보다 슬픈 건 나 없이 그대가 행복하게 지내는 먼 훗날의 모습

내 마음을 하늘만은 알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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