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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시나물효원 Oct 08. 2024

집이 기억이 안 나..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어느 맑은 날

봄이기엔 꽃샘추위가 시샘해서 약간의 온도차가 느껴지는 아침


얇은 생활복을 입고 우체국으로 들어오는 여성 고객님


"아가씨.. 아가씨.. 나 어떻게 해... 집이 기억이 안 나"

여성 고객님은 나를 붙잡고 여기가 어디인지 모른 채,

경찰이 보이길래 들어왔다고 한다.


나는 단번에 치매(Dementia) 환자구나 생각했다.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 간호조무사로 오랜 병원 생활을 한 화려한 나의 이력 때문인지 어떤 치매를 가진

환자인지 파악하는 게 급선무였다.


치매 환자분 중에는 폭력성을 가져서 물건을 던지거나 때리는 경향이 있어서 다른 고객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했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잠깐 이 쪽에 앉아보라며

여성 고객을 의자에 앉힌 후 따뜻한 물 한잔을

건네며 자연스럽게 손목에 연락처 팔찌가 있는지

살폈다. 


치매환자는 보통 속옷이나 팔찌에 보호자

연락처를 적어놓는데 아이고.. 그 여성분 팔에는

연락처가 적힌 팔찌가 없었다...


다행히 여성 고객님이 작은 가방을 들고 온 게

보여서 고객님께 혹시 가방 열어봐도 되는지

양해를 구하고 가방을 보았다.


신분증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인가..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힌 카드가 있어서 나는

재빨리 112에 디멘치아(치매환자라고 얘기하면

치매 환자분들은 열에 아홉은 기분 나쁘다고 한다.)

있는데 이 쪽으로 와주라고 신고를 했다.


그 여성 고객은 조금 마음의 여유를 찾았는지

내게

아들이 절대 밖에 아무 곳도 나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는데 내가 나왔다고 아들이 알면

나 혼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나는 그 여성 고객에게 너무 걱정 말라고 다독이며

경찰관분들이 신고를 받고 오셔서 그 여성분을 집에 잘 모셔다

주라고 부탁했다.


그 여성 고객이 떠난 후 한참 동안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내가 그 여성 고객이 될 수도 있고, 우리 부모가 그런 일을 겪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점점 초고령화 사회로 발전하는 대한민국

치매환자의 관리는 아직 우리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듯하다.


과연

그 아들의 최선책은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지 않고

집 밖으로 나가지 마 신신당부하며

타지에서 매일 전화로 엄마의 안부를 묻는 걸까..


그냥 그런 상황들이 나를 슬프게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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