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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딸의 딸(28)

할머니는 대장금

by 좀 달려본 남자

할머니는 대장금


'내 딸의 딸'이 우유를 그만 먹고 중간에 약간 시중에서 파는 이유식을 먹였지만 아내는 아무래도 직접 신선한 재료를 가지고 만든 음식을 먹이고 싶어 했다.

내가 '내 딸의 딸'을 돌보는 시간에 아내가 아기가 먹을 수 있게 간을 하지 않은 요리를 하기 시작하였다.


우선 밥을 다양하게 시도하였다.

지금까지 만든 밥의 종류는

그냥 흰밥, 우엉밥, 연근밥, 표고버섯밥, 무밥, 양배추밥, 당근밥, 호박밥, 콩나물밥, 조밥, 보리밥, 현미밥, 귀리밥, 카레밥 그리고 어린이 김밥이다. 이중 흰밥과 무밥을 제일 잘 먹는다.


국으로는

미역국, 근대국, 아욱국, 시금칫국, 청경채국, 소고기 뭇국인데 채소에는 옅게 된장을 풀었다.

청경채국 > 소고기 뭇국 > 미역국 순이다. 청경채국은 그릇을 양손으로 잡고 드리킹 한다


고기로는

소고기, 양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닭다리 구이 등을 시도하였다. 얇게 다져서 함박스테이크, 동그랑땡 형태로 만들어서 주었는데 소고기, 닭다리 구이만 좋아하고 돼지고기, 양고기는 뱉는다. 비싼 것은 안다.


생선으로는

연어, 갈치, 가자미, 삼치, 고등어, 임연수어, 광어, 새우, 오징어 등인데 주로 구이형태로 만들어 찢어서 주었고, 새우는 삶아 덧밥형태로, 오징어는 전 형태로 만들어 주는데 제주산 갈치를 제일 잘 먹는다. 역시 비싼 것만 좋아한다.


찜으로는

계란찜, 순두부, 순두부들깨찜, 순두부계란찜, 야채계란찜, 토마토계란찜, 우유계란찜 등을 시도하였는데 그냥 순수한 계란찜을 제일 좋아한다. 이것저것 넣는다고 맛있는 게 아니다.


볶음으로는

가지볶음, 호밖복음, 무 볶음, 버섯볶음, 시금치 볶음을 만들어 주었는데 거의 안 먹는다.


간식으로는

오트밀에 계란과 바나나를 넣어 빵처럼 구워서 주었는데 간식으로 잘 먹는다.

요거트, 고구마, 단호박, 감자, 옥수수, 치즈를 다 잘 먹고 특히 옥수수를 어른처럼 먹는다.

동네 이웃들이 교통회관에 나눠먹을 때 자주 같이 어울려 얻어먹어서 그런 것 같다


제철과일도 챙겨주는데

딸기, 포도, 바나나 등을 시도하였는데 딸기를 제일 잘 먹고, 바나나도 좋아한다. 포도는 한번 시도만 하였는데 씨를 빼고 껍질을 벗겨 반으로 잘라주었는데 아직은 낯설어한다.


매일 아침 마켓컬리로 주문한 것을 옮겨야 하고, 우리 집 엥겔지수가 이전의 거의 3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내 딸의 딸'은 여러 가지를 신선한 음식을 먹지만 나는 먹다 남은 것만 준다.

한번 투덜거렸다가 아내가 "나는 아예 식사할 시간도 없는데 어디서 불만이냐!"라고 해서 그다음부터 조용히 살고 있다.


내 딸은 우리 집에 와서 '내 딸의 딸' 밥을 줄 때가 있는데, 아내가 만들어 놓은 음식을 그냥 덥혀서 주는 것이 전부다

요리를 지금까지 해준 것이 없고 할 줄도 모른다.

거기다가 엄마인 아내에게 "이것 먹고 싶다, 저것 먹고 싶다"라고 아기도 아닌데 이야기한다.

배달시켜 먹는 것은 잘한다.


나중에 할머니 없으면 '내 딸의 딸' 밥을 누가 챙겨주지? 혼자서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


" '내 딸의 딸'은 약 5개월 될 때 내 딸이 사위와 함께 해외출장을 가게 되어 잠시 맡아 주기로 하고 우리 집에 오게 되었는데 19개월째 되는 지금까지 눌러앉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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