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달의 딸(31)

TV를 고쳐내라

by 좀 달려본 남자

TV를 고쳐내라


'내 딸의 딸'이 우리 집에 눌러앉은 것까지는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내 딸과 사위가 '내 딸의 딸'을 맡기고 손님처럼 왔다가는 것도 아무 소리 하지 않았다.


'내 딸의 딸'에 시력에 영향을 주니 "깨어 있을 때는 TV를 보지 말라"라고 한 딸의 부탁에도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내 딸의 딸'이 잠이 들었길래 제일 좋아하는 ufc를 보려고 TV를 켜니 안 나온다.

주변을 살펴보니 TV 전기플러그를 다 뽑혀 있었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TV전자파가 영향을 준다고 내 딸과 사위가 다 빼놓았다고 했다.


"자기 자식은 끔찍하게 챙기네" 이해하고 다시 플러그를 연결하고, 내 딸의 딸이 자는 동안 무음으로 좋아하는 ufc를 보려는데 '내 딸의 딸'이 푸닥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날 샜다.


며칠 후 내 딸과 사위가 다녀간 후 '내 딸의 딸'이 자길래 조용히 TV를 켰다. 또 안 나온다. 또 플러그를 빼놓았다. 이것들이...

플러그를 다시 연결해 놓고 리모컨을 눌렀는데도 TV가 안 나온다.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리모컨 건전지가 다 됐나? 아파트 슈퍼에 가 건전지를 사서 교체하였는데도 안된다.


며칠 후 내 딸과 사위가 왔길래 "TV 고쳐 놓으라"라고 한마디 했다. 이것들이 정말 너무들 한다.

뻔뻔 함의 진수! 내 딸은 아무런 조치 없이 그냥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결국 보다 못한 아내가 수리기사를 불러 리모컨을 교체하고서야 TV를 볼 수 있었다.


그래도 '내 딸의 딸' 데려가란 소리는 안 했다. 이 녀석과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이래도 되는 것인지? 애꿎은 아들 불러놓고 너는 그러지 마라 당부해 본다.


" '내 딸의 딸'은 약 5개월 될 때 내 딸이 사위와 함께 해외출장을 가게 되어 잠시 맡아 주기로 하고 우리 집에 오게 되었는데 20개월째 되는 지금까지 눌러앉아 살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해외기후 환경과 자동차(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