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아낌없이 투자하자.

by 한희정

아들이 입대하고 나서부터 아침 기상 알람을 맞추지 않고 있다.

눈이 떠지는 시간이 일어나는 시간이다.

주말에나 하던 이벤트를 요즘은 매일 하고 있다.

감사하게도 현재 하루일정이 오후부터 시작되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혼자 생활한 지도 10년이 넘어간다.

적적함이 익숙해질 만도 한데 이토록 외로움을 타는 인간인지 혼자 살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

그러려니 지내다가도 가끔은 적적함과 외로움이 크게 다가오기도 한다.

아들 군대 보낸 지 보름밖에 안 된 지금, 오랜만에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따로 살던 아들과 고작 1년 정도 함께 지내면서 전에 없던 살림살이에 힘들다 할 때쯤,

입대를 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적적함이 달갑진 않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처럼, 여유로운 이 시간을 돈으로 바꿀 수 있으면 좋으련만

시간이라는 게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니 물물교환은 안 되고,

일을 해서 돈으로 바꿔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

그러니 쓸데없이 시간만 넘쳐난다는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가정주부인 내 주변의 친구들은 나를 부러워한다.

그들 입장에서 난, 호사를 누리는 거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돈이 많은 사람을 우리는 부자라고 한다.

억지스러울 수 있지만 그런 의미에서 난 시간이 많으니 시간 부자네라는 생각을 해본다.

돈도 흐르고 시간도 흐른다.

시간 부자인 내가 영원히 시간 부자일 거라 누가 확신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많은 사람이 돈과 시간을 본인에게 투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써야 하는 시기들에 있기도 하니 말이다.


지금 난 시간 부자다.

많은 시간 혼자서 너무 외롭다고 생각하며,

돈도 안 되는 이 시간을 어찌해야 하나라는 생각으로 흥청망청 쓰지 말고,

그 시간을 아낌없이 나에게 투자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바꾸어 본다.


아침에 알람 없이 일어나게 해 주고, 책도 보고, 노래도 하고, 일도 하고, 글도 쓰고 하면서 나에게 아낌없이 시간을 써주자.

그렇게 시간을 돈처럼 생각하며 나는 부자이다. 시간 부자이다.

그렇게 나를 부자로 만들어 본다.


딸이 남자를 데려오면 술을 먹여보고, 화투를 치고, 산에 데려가 보라는 옛말이 있다.

술을 먹여 주사를 보고, 화투로 돈을 잃었을 때, 산을 오르며 힘들 때, 그때 그 사람의 행동이 정말 그 사람을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상황이 좋고 여유롭고 풍요로울 때 좋은 사람이 되기는 쉽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 사람의 진가가 나온다는 말에 동의한다.

그리고 그 시기를 버티며 보낸 사람들이 정말 강한 사람이 된다는 말을 이제 조금 이해한다.


힘들 때 그냥 버티는 거다. 잘하고 못하고 그런 거 없다. 그냥 하는 거다.

누군가에게 나의 상황이 부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물론 나와 같은 일을 견뎌야 얻을 수 있다고 하면 아무도 시도하지 않을 테지만). 그리고 정말 어쩌면 난 아주 호사를 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로움과 적적함 속에 나를 그냥 두고 지켜본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누군가를 만나고 이런저런 일들을 만들어 외로움과 적적함을 덜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방법일 수 있지만,

그것이 해결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경험했기에 지금은 묵묵히 그 시간을 느끼고 보내는 중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래간만에 느끼는 이 외로움과 적적함에 집중하지 않고, 시간이 넘쳐나는 시간부자에 집중해 본다.

상황은 같지만 부자라고 하니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그렇게 오늘도 난 아낌없이 나에게 시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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