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말이나 거짓말은 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거짓을 좇는 것은 개인의 삶을 파멸로 이끌 수도 있다. 그러므로 개인은 맞닥뜨린 명제의 참과 거짓을 판단하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것이 쉽지 않다.
감각지식은 스스로 감각한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라서 쉬워 보이지만, 감각한 내용을 일반화하는 과정이 만만하지 않다. 인과의 연역구조를 가진 논리지식은 더욱 어렵다. 먼저 가정 명제가 참인지 판단하여야 하는데 출발부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정 명제의 참이 보장되지 않으면 다음 과정을 진행하는 것은 무의미하므로 가정명제의 참을 확인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먼 산을 보고 있는지 발로 돌을 찼는지 맨 먼저 확인하여야 한다. 어렵게 가정명제의 참을 확인하였다고 해도 더욱 중요한 과정이 남는다. 연역 구조에 적용되는 인과의 논리가 참인지 판단하여야 한다. 연역 구조에 적용되는 인과 논리가 참이어야 전체 명제가 참이 되는 것이다. 돌을 발로 차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야 하는데, 다행히 주위에는 ‘운동 상태가 변한다.’는 판단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전문가이다.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날씨가 흐려서 우산을 가져가야 하는지 결정하려고 한다. 자신이 하늘을 쳐다보고 ‘오후에 비가 온다.’는 명제가 참인지 판단할 수 없다. 그래서 얼른 일기 예보를 본다. 예보에 비가 온다고 되어 있으면 불편하지만 우산을 챙겨서 집을 나선다. 하늘이 흐린 경우에 일어날 수 있는 인과 관계(비가 오는 여부)를 자신이 판단하지 않고 기상청이 대신 판단하게 하였다. 기상청이 비가 온다고 판단하므로 자신은 그 판단을 받아들이고, 우산을 가져가는 결정을 하였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기상청은 동네 일기예보를 할 만큼 전문기관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뇌경색이 와서 응급실로 실려 가면, 보호자는 여러 가지 의사 결정을 하여야 한다. 의사가 처치 여부와 부작용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데, 보호자는 그 명제의 참을 판단할 수 없다. 그래서 의사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른다. 왜냐하면 의사는 그 분야에서 전문가니까.
이처럼 명제의 참과 거짓 여부를 자신이 직접 판단하지 않고 전문가의 판단을 따르는 지식은 감각지식이나 논리지식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이러한 지식은 인과의 논리를 적용하는데, 자신의 판단은 뒤로하고 전문가의 권위에 의존하므로 권위지식이 된다.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지식은 권위지식이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문명이기를 믿고 사용하는 것은 대표적인 권위지식의 산물이다.
첨단 과학기술에 관한 명제 외에도 과거에 일어난 역사적인 사실과 관련된 명제도 권위지식으로 얻어진다. 전문가가 출판한 책이나 강연을 통해 지식을 얻고 교양을 쌓는 것이다. 물론 모든 권위지식은 그 내용에 대해 평가하고 비판할 수 있지만, 그것은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난 다른 문제이다.
권위 지식에서 가장 경계하여야 하는 것은 전문가가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지식의 내용을 왜곡하는 것이다. 역사에서는 이런 사람을 곡학아세(曲學阿世)하여 권력에 빌붙어 출세하는 사람이라고 하였고, 최근에는 어용학자라고 하였다. 사족(TMI)을 하나 붙이면 5 공화국 시절에 평화의 댐을 건설하는데, 전문가가 TV에 나와 북한의 댐이 무너지면, 서울이 허리까지 물에 잠긴다고 자기 손을 허리에 올리는 인형 동작을 스스럼없이 한 어용학자도 있었다. 요즘 말로 하면 숨겨진 이익을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가짜 뉴스를 생산하여 국민을 현혹되게 하는 것이다. 평화의 댐 가짜뉴스에 현혹된 국민은 애국심 하나로 600억 원이 넘는 성금을 내기도 하였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널리 보급되면 가짜 뉴스가 대량으로 공급될 수 있다. 가짜 뉴스나 엉터리 전문가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길은 뉴스나 지식의 공급자가 불분명하거나 출처가 정확하지 않으면 일단 의심하고 여러 경로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은 결론 명제와 가정 명제의 참을 스스로 평가해서 확신이 들지 않으면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다.
공통유전자를 가진 인간의 인식체계는 감각지식과 논리지식, 권위지식을 공유하는 것에 추가하여, 기억이라는 아주 유용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기억은 한번 확인하거나 판단한 지식을 대뇌에 저장하는 기능을 한다. 기억은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hard drive)와 같은 일을 하므로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사용할 수 있다. 기억 장치에 들어 있는 감각지식, 논리지식, 권위지식을 통틀어 뇌지식이라고 구분할 수 있다. 기억에 의존하는 뇌지식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데, 하드 드라이브에 저장된 정보가 소실되거나 엉켜서 쓸모가 없어지듯이 뇌지식도 그러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억에 의존하는 뇌지식은 항상 잘못되었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바로 점검하거나 처음부터 지식을 얻는 과정을 진행하여 정확한 지식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길로 가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