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합성을 하여 스스로 영양분(먹이)을 공급할 수 있는 남세균은, 외부에서 힘들게 영양분을 조달하여야 하는 종속 영양 세균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생명력을 가지게 됩니다. 햇빛만 있으면 자급자족이 가능한 생활환경이 갖추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남세균은 자급자족하는 풍부한 영양 조건에서 급속도로 번식하여 바다(해양) 생태계를 지배하는 생물종이 됩니다. 남세균이 지배하는 생태계는 광합성의 부산물인 산소를 대량으로 주위(환경)에 배출하였습니다. 산소는 불소(F: fluorine) 다음으로 반응성이 강한 원소로 대부분의 물질을 산화시키는 반응을 할 수 있습니다. 바다에 녹아든 산소는 바닷속에 있는 금속을 산화시켜 해저 바닥에 금속산화물을 침전시킵니다. 또 혐기성 세균이 에너지를 얻는 환원작용을 방해하여, 세균의 에너지 획득을 어렵게 합니다. 또 세균 안에서 생성된 활성산소는 생명 활동에 필요한 물질(단백질, 지질, DNA 등)과 반응하여 생명활동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게 방해하고 결국은 죽게 만듭니다. 한마디로, 독(poison)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호기성 세균(생명체)의 출현 - 풍부해진 에너지
산소의 공격을 받은 혐기성 세균은 생존하기 위해서는 산소 환경에 잘 적응하여야 합니다. 산소와 반응하는 여러 가지 DNA 변화에서, 산소로부터 도망가지 않고 산소를 이용하는 연속 반응들이 일어납니다. 산소를 이용하는 효소(단백질)가 만들어지고, 이어지는 물질대사 경로가 완성됨으로써 에너지를 얻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산소로 호흡하여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호기성 세균이 출현한 것입니다. 이 과정은 새로운 세균의 생성이 아니고 완벽한 진화과정으로 이해됩니다.
호기성 세균의 출현은 지구 생태계에 산소가 공급된 자연스러운 결과이지만, 이후 생태계의 변화 방향을 결정합니다. 유기호흡은 무기호흡에 비해 에너지 생산 효율이 월등히 높아(20배 정도), 호기성 세균은 기존의 혐기성 세균에 비해 훨씬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호기성 세균이 확보한 풍부한 에너지는 다양한 생명활동을 가능하게 하였고, 이후 전개되는 다세포 생물이 갖추어야 하는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게 됩니다.
진핵생물의 출현
산소를 이용하는 호기성 세균으로 진화하지 못한 혐기성 세균은, 산소가 풍부하지 않은 환경에서 서식하며 계속 생존을 이어갑니다. 이 단계에서 생태계가 호기성 세균과 혐기성 세균으로 나누어집니다. 두 종류의 생명체는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가 성립할 수 있는데, 다른 세균의 세포 안으로 들어가더라도 서로 해를 끼치지 않고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혐기성 세균이나 혐기성 고세균 안으로 들어온 호기성 세균은, 세포 안으로 들어온 산소를 포획하여 호흡하고 생명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 혐기성 세균 입장에서는 세포 안으로 공격해 온 산소를 호기성 세균이 제거해 줌으로써 보호를 받게 됩니다. 또한 호기성 세균이 생산한 여분의 에너지를 이용할 수도 있게 됩니다. 따라서 혐기성 세균으로서는 호기성 세균을 먹이로 잡아먹는 것보다는, 먹이를 공급해 주며 같이 사는 것이 더 좋습니다. 서로 공생하는 관계가 이루어진 것입니다(세포 내 공생설). (필자는 편의상 단세포 생물이 의식이 있는 것처럼 서술하고 있지만,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의식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살펴볼 예정입니다)
같이 살게 된 두 생명체는 주거 환경을 정비할 필요가 있게 됩니다. 물론 환경 정비의 주체는 혐기성 세균입니다. 먼저 호기성 세균으로부터 자신의 것을 격리하기 위해 새로운 울타리를 세웁니다. 울타리는 이미 잘 만들어 둔 세포막을 길게 연장하여 둘러싸는 방법으로 만듭니다(세포막 함입설). 울타리 안에 들어온 것은 DNA이고 단백질 합성계를 구성하는 리보솜(ribosome)은 막의 외부(조면 소포체)에 자리 잡습니다. DNA를 둘러싼 막(핵막)이 형성된 이후 핵 안과 밖 사이에 물질이 소통할 수 있도록 통로(핵공)가 만들어지고, 생명활동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복잡한 기능이 가능하게 됩니다.
이렇게 DNA를 별도의 울타리로 둘러싼 공간을 세포의 핵으로 구분하고, 핵을 가지게 된 생명체를 진핵생명역으로 묶어서 세균역과 고세균역과 구분합니다. 생명체가 세 개의 역으로 나뉩니다. 진핵생명역에 속한 생명체는 진핵생명체로, 핵을 가지지 않은 세균과 고세균은 원핵생명체로 구분합니다.
공생 관계가 성립된 진핵생명체에서는 에너지를 얻는 물질대사는 호기성 세균이 담당하게 되고, 호기성 세균의 대사 활동에 필요한 DNA를 제외한 나머지 DNA는 혐기성 세균의 DNA로 옮겨갈 수도 있습니다. 물질대사를 담당하게 되는 호기성 세균은 ‘미토콘드리아’라는 이름을 얻어서 세포 내 소기관이 되어 세포 안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자체 DNA를 가지고 있으므로, 환경과 필요에 따라 복제를 하여 알맞은 숫자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호기성 세균은 독립된 생명체로 DNA와 인지질 이중막으로 된 세포막을 가졌는데, 미토콘드리아도 자체 DNA와 인지질 이중막으로 된 막조직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핵막도 인지질 이중막으로 되어 있고, 소포체도 인지질 이중막으로 되어 있습니다. 인지질 이중막 구조는 세포 내 공생설이나 세포막 함입설의 중요한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유기호흡하는 독립영양 생명체의 출현
유기호흡하는 진핵 세균에 광합성을 하는 남세균이 들어옵니다. 잡힌 것이지요. 공생의 장점을 아는 진핵세균은 남세균을 잡아먹지 않고, 남세균의 광합성 능력을 자기 것으로 만듭니다. 남세균과 같이 살기 위해 우선 세포벽을 제거합니다. 세포 안에서 살 것이므로 펩티도글리칸으로 만들어진 세포벽의 보호 기능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인지질 이중층으로 되어 있는 세포막은 다른 소기관과 구분하여야 하므로 그대로 남깁니다. 그리고 남세균에서 광합성을 수행하는 막구조물(틸라코이드)은 핵심 기능이므로 별도의 막으로 구성하여 남깁니다. 유기호흡으로 에너지는 충분하므로 남세균의 물질대사 기능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DNA는 독자적인 광합성 기능을 수행하여야 하므로 남깁니다. 이렇게 조정된 남세균은 '엽록체'라는 이름을 얻어서 세포 내 소기관으로 영양물질의 공급이라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게 됩니다. 남겨진 두 개의 막은 엽록체 외막과 내막을 구성합니다. 물론 내막은 남세균과 같은 틸라코이드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진핵생명체의 출현과 번성은 대략 16억 년 전에서 20억 년 전에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