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으로 세상이 만들어진 이후에, 세상은 퍼텐셜에너지를 줄여서 하나로 뭉치게 하고, 운동에너지는 균질하게 흩어버리는 변화를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습니다. 변화의 방향은 주어진 환경에서 에너지가 가장 낮은 상태가 유지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뭉치는 인력에 대해 전기적 척력이 작용하여 평형상태가 형성됩니다. 평형상태는 뭉치는 것을 방해하여 빈 공간을 남기면서 다양한 원소를 만들고, 그 결과로 만물은 형태를 가지게 됩니다. 비록 일시적으로 평형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완결되지 못한 변화를 이어가려는 내부의 힘은 계속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평형이 깨어지는 에너지 상태가 되면 다시 새로운 평형을 만드는 변화가 일어납니다.
원시 대기와 원시 바다의 생성
지구가 생성되는 과정에서 위로는 운석(소행성)과 혜성이 충돌하고, 아래로는 화산이 분출하는 과정이 이어지면서, 지구는 아주 높은 온도를 유지합니다. 지구 표면은 암석이 녹아서 만든 마그마(용융 암석)의 바다를 이룹니다. 지구 주위에 잡혀 있던 운석이 다 떨어지고, 내부의 열이 밖으로 발산되면서 지구가 점점 식어감에 따라, 표면의 마그마가 고체가 되어 암석 지각을 형성하게 됩니다. 암석 지각은 오늘날 확인하는 것처럼 대부분 금속산화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각을 구성하는 8가지 주요 원소는 산소, 규소, 알루미늄, 철, 칼슘,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순서입니다. 유기물을 구성하는 핵심 원소인 탄소와 질소는 이산화탄소나 암모니아 화합물로 기체 대기를 구성하거나 물에 녹아 있습니다.
운석의 충돌과 활발한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메테인(CH₄)과 이산화탄소(CO₂), 황화수소(H₂S), 질소(N₂) 같은 기체는 태양풍에도 불구하고 지구 중력에 잡혀 원시 대기를 형성합니다. 메테인과 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로 지구 표면 온도를 높게 유지합니다. 지표면의 약 70%는 물로 덮여 있는데, 바다를 이루는 물의 근원에 대해선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증기로 대기에 머물다가 비로 내려서 강과 바다를 이룬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다로 향하는 물의 이동은 암석 지각을 침식하여 퇴적암을 만들고 금속이나 금속 이온이 바다로 흘러가게 만듭니다. 바다가 형성되면서, 대기 중에 있던 이산화탄소와 암모니아, 황화수소는 바다에 녹아 들어서 대기 구성 비율이 낮아집니다. 그만큼 온실 효과도 줄어들어서 지구 기온도 낮아집니다. 햇빛은 중간에 차단되지 않고 지구 표면까지 전부 도달합니다. 메테인은 일부 자외선에 의해 광분해 되거나 화학반응으로 물을 생성하기도 합니다. 삼중결합으로 안정되어 있는 질소는 화학반응에서 자유로와 오늘날 대기 부피의 78%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원시 대기와 원시 바다가 형성되고 지각이 안정화된 시기는 약 38억 년 전으로 추정합니다.
자연의 변화에 저항하는 생명체
원시 바다와 원시 대기가 안정을 이룬 상태에서 번개가 치면 부분적으로 높은 에너지 상태가 만들어지고, 새로운 에너지 평형을 찾는 과정에서 다양한 결합을 할 수 있는 탄소(4개의 공유결합 곁가지를 가짐)를 중심으로 새로운 물질이 형성됩니다. 유기물(탄화수소화합물)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만들어진 유기물 중에서 펩티도글리칸이나 슈도펩티도글리칸으로 단단한 벽을 만들고 물질대사와 단백질 생성계, 자기복제계를 갖춘 세균이나 고세균이 생성됩니다. 생명체는 새로운 에너지 환경에서 물질대사를 통해 스스로 에너지를 합성하고 분해하는 관리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부에서 생산한 에너지로 외부에 힘을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생명체는 에너지를 가장 낮은 상태로 유지하려는 자연에 거슬러서 에너지를 더 높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물을 높은 곳으로 올리고, 빌딩을 짓는 것이 한 가지 경우입니다. 또 에너지를 흩어버리려는 자연에 거슬러서 에너지를 모으는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퍼텐셜에너지가 같은 수준에서 에너지를 모아서 다양한 결합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새가 집을 짓는 것이 한 가지 경우입니다. 한마디로 생명체의 생명활동은 엔트로피를 줄이는 활동, 음의 엔트로피를 생산하는 활동이라고 하겠습니다.
세포막의 생성
생명체가 생명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물질을 외부로부터 받아들이고, 불필요한 물질은 외부로 배출하여야 합니다. 세포 공간이 좁은 것을 감안하면 지극히 당연한 진화 방향입니다. 생명체가 어떤 작용을 개시하거나 종료하는 소통방식은 물질의 전달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여러 가지 물질 중에서 해당 물질을 선택하는 방법은 물질의 형태와 구조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열쇠와 자물쇠의 관계와 같다고 하겠습니다. 소통하는 물질의 대부분은 단백질인데, 아미노산 결합이 단백질의 다양한 형태와 구조를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은 소통하는 물질의 가짓수를 많게 하여 소통이 잘 이루어지게 만듭니다. 생명체는 이런 소통 방식이 가능하도록 세포는 인지질로 이루어진 이중막(세포막)으로 울타리를 치고, 들어오고 나가는 물질을 선택적으로 통제합니다. 울타리를 지나지 못하는 물질의 소통을 위해 단백질로 울타리에 문(채널)을 만들고, 문을 통해 출입하도록 합니다. 어떤 것은 운반단백질과 결합하여 통채로 이동시킵니다. 세포막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세포는 물질의 수출입을 할 수 없어서, 이어지는 활동이 중지되고 궁극적으로 생명활동이 끝나게 됩니다. 물질을 매개로 한 작용이 멈추면 죽는 것이지요. 그만큼 세포막의 기능은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에너지의 생성과 저장
생명체가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얻는 방법은 산화 환원 반응에서 전자의 이동을 통해 전자가 가진 에너지를 이용합니다. 산화는 물질이 전자를 잃는 반응이고, 환원은 물질이 전자를 얻는 반응입니다. 전자는 보존되므로 산화반응과 환원 반응은 항상 같이 일어납니다. 대기에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는 산소와 결합하는 산화로 에너지를 얻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생명체는 화합물이 가진 결합에너지를 낮추는 환원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얻습니다. 환원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과정을 간단히 나타내면, 생명체는 단백질 생성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효소를 생성하여 세포 안으로 들어온 유기물을 분해하고, 분해(산화) 과정에서 방출된 전자를 가지고 황산염(SO₄²⁻)이나 질산염(NO₃⁻), 또는 철(III) 이온(Fe³⁺)을 환원시킵니다. 이들 물질이 환원되며 생성한 물질의 결합에너지가 처음 에너지보다 작으므로 남는 에너지를 방출하게 됩니다. 생명체는 이 에너지를 ADP(아데노신이인산)에 인산 하나를 더 결합하여 ATP(아데노신삼인산)로 만드는 결합에너지로 사용하여 에너지를 저장합니다. 생명 활동에서 에너지가 필요한 경우는 ATP에서 인산 하나를 떼어내고 저장해 둔 에너지를 꺼내어 사용합니다. ATP를 가수분해해서 얻는 에너지의 양은 7.3kcal/mol(30.5kJ)입니다. ATP는 최소 단위로 나누어 쓸 수 없으므로, 쓰고 남는 에너지는 열로 방출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에너지를 얻는 세균을 황산염 환원세균, 질산염 환원세균, 철 환원세균 등으로 구분합니다.
유기물이 없는 환경에서는 무기물을 환원시켜 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메테인 생성 고세균은 이산화탄소를 전자 수용체로, 수소를 전자 공여체로 사용하여 이산화탄소를 메테인으로 환원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습니다.
이처럼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생명체가 환원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것을 혐기성 세포호흡 또는 무기 세포호흡으로 구분합니다. 무기 호흡을 하는 세균은 산소가 희박한 곳은 어디에서든 서식하고 있습니다. 해양에서는 갯벌이나 해저퇴적물에서 서식하고, 호수나 강의 습지에서도 서식하고, 유기물이 풍부한 토양에서도 서식합니다. 생명체는 무기 호흡으로 얻은 ATP를 사용하여 생명 활동에 필요한 단백질이나 지질, 핵산 등을 만들고, 생명 활동을 이어갑니다.
생식(reproduction)
생명체는 한번 만든 생명체를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지난한 과정을 반복하지 않고, 복제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생명체를 만듭니다. 생명체가 생명체를 만드는 것으로, 최고의 효율을 구현한 것입니다. 생명체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진행되는 모든 작용은 소통하는 물질이 매개하는데, 필요한 물질을 만드는 설계도를 물질이 필요한 순서대로 미리 정리하여 보관해 둡니다. 이 설계도가 RNA가 되겠습니다. 생명체는 새로 만든 생명체(딸)도 스스로 다른 생명체를 만들 수 있도록 설계도까지 복제하여 딸에게 전달합니다.
그런데 RNA는 생명활동 과정에서 많은 단백질이 필요하여 여러 번 사용하게 됩니다. 많이 쓰다 보니, 손상되거나 변형되기도 쉽습니다. 생성하는 물질의 설계도가 손상되거나 변형되어 잘못된 물질이 만들어지면, 소통이 어려워 생명활동이 끊어지게 됩니다. 죽는 것이지요. 생명체는 설계도를 보다 더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RNA 한 가닥을 더 만들어 두 가닥으로 만든 다음에 원형으로 연결합니다. 새로 만든 RNA는 처음 RNA와 구성 염기에서 상보적인 관계가 성립합니다. 설계도의 양이 많아 보관 공간이 부족하면 옆으로 고리를 만들고, 고리로도 부족하면 코일 형태로 만들어 용량을 늘립니다. 이렇게 만든 것이 세균이 가지고 있는 원형 DNA입니다. DNA는 두 가닥으로 되어 있어 같은 정보가 두 번 저장되므로, RNA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손상되거나 변형되면 복구할 수도 있습니다.
세균이나 고세균은 단순한 생명체로 DNA가 복잡하지 않습니다. 세균이나 고세균처럼 DNA를 복제하여 자신과 똑같은 설계도를 가진 생명체를 만드는 생식 방법을 이분법이라고 구분합니다. 생존 환경이 좋으면 세균은 DNA 복제를 끊임없이 반복하여 엄청난 속도로 번식합니다.
독립영양 생물
무기 호흡하는 생명체는 세포막을 통해 유입된 유기물을 분해하여 필요한 에너지를 얻습니다. 유입된 유기물은 번개 등 여러 가지 연유로 생성된 높은 에너지 환경에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변화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기반으로 합성된 물질입니다. 좁은 범위에서 넘치는 에너지를, 물질을 합성하는데 저장하여 안정된 상태를 만든 결과물입니다.
그런데 어떤 세균이 만든 물질(일종의 색소)이 세포막에 자리 잡았는데, 색소에 햇빛이 흡수되어 높은 에너지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이런 환경에서 새로운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고정하여 새로운 물질을 형성합니다. 새로운 물질의 합성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겠지만, 최종적으로 탄수화물(포도당)을 만들게 됩니다. 이런 과정(캘빈 회로)이 완성되면 세균은 에너지를 얻는 유기물을 외부에서 유입할 필요가 없이 스스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독립영양 생물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지구에서 최초로 독립영양을 한 세균은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 cyanobacteria)입니다. 남세균이 죽어서 만든 특이한 화석을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라고 합니다. 남세균이 돌에 붙어서 살게 되면, 크게 번식하여 한 층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자손이 그 위에 또 한 층을 이루는 방식으로 계속 층을 쌓아갑니다. 이렇게 죽은 남세균이 층층이 쌓여서 만들어진 화석 구조물이 스트로마톨라이트입니다. 그림은 호주 서부 샤크만(Shark Bay)에서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오늘날에도 생성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출처: 위키피디아 컴먼스
가장 오래된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 측정법으로 추정할 때 약 35억 년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남세균은 35억 년 동안 생존하여, 오늘날에도 지구 곳곳에서 살고 있으며, 일차 생산자로서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산소의 발생
세균이 햇빛을 에너지로 하여 포도당을 합성하는 과정(광합성)은 생물의 진화에서 엄청난 사건이 됩니다. 광합성 과정에서 최종 생성물로 산소가 나오는데, 이 산소가 지구 생태 환경을 완전히 바꾸어 놓습니다. 광합성 화학반응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반응식이 표현하는 내용은, 이산화탄소 6분자와 물 12분자가 빛 에너지를 받아서 포도당을 만들고 물 6분자를 남기면서 산소 6분자를 외부로 방출합니다.
바다에서 서식하는 남세균은 활발한 생명활동을 하면서 산소를 방출합니다. 바다에는 철을 비롯한 다양한 금속이 이온 상태로 녹아 있습니다. 광합성으로 방출된 산소는 물에 녹은 다음, 철 이온과 반응하여 산화철을 생성합니다. 망간 등 다른 금속도 산화시켜서 침전물을 생성합니다. 생성된 금속산화물은 해저에서 철광층이나 망간괴 등을 만들어냅니다. 산화반응에 참여하는 금속 이온은 유한하므로, 금속 산화가 끝나면 산소는 용해가 되고 남는 것은 물 밖으로 방출됩니다. 이 단계에서 산소가 대기를 구성하는 원소가 됩니다. 이 시기는 20억 년 전후로 추정합니다. 이후 대기 중의 산소는 꾸준히 증가하여 오늘날의 구성비인 21%를 유지합니다.
산소는 반응성이 매우 높아서 무기호흡하는 세균에게는 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무기호흡 생명체가 합성하는 물질은 대부분 산소에 취약하므로(항산화 기능이 없음), 새로운 반응의 일어나면 기능을 상실하고 생명활동이 억제되거나 멈추게 됩니다. 그러므로 생태계에 산소가 들어온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생명체는 멸종하기도 하였으며, 제대로 적응한 생명체는 새로운 진화를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