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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카 Nov 12. 2024

이불속에서 나올까 말까

그날의 마라톤 이야기



퐁당퐁당 휴일이 섞여서, 놀러 가기 좋은 10월 초. 하지만 내게갑지 않은 한 주였다. 그간 준비해 온 프로젝트가 오픈을 앞두고, 파일럿 테스트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1분 1초가 아까운 시점,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야근과 휴일을 번갈아가며 정신없던 시점이었다. 전날에는 최종 리허설을 끝내고 자정을 훌쩍 넘긴 뒤에야 퇴근했는데, 이미 지하철이 끊긴 뒤라 야간 할증 택시에 몸을 실어야만 했다.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과연 끝까지 달릴 체력이 남아있을지 회의감이 밀려왔다. 마라톤 다음도 야근이 예정된 상황이라, 그날만큼은 쉬어야 할 것 같았다.



이 체력으로 지금 마라톤에 가는 게 맞나?
가긴 가더라도 뛰지 말까?
이왕 온 김에 그냥 뛸까?



징검다리 휴일에 마라톤 대회를 예약한 나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퇴근 후 잠들기 전까지, 새벽에 출발하기 전까지 고민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마라톤 완주는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었다.


멀리서 함께 뛰러 오는 친구들 얼굴이 떠올랐고, 결국 나는 새벽에 차를 끌고 40분을 달려 여의도 공원까지 도착했다.

1년 만에 만난 고등학교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몸을 풀었다. 현장은 브라질 타악기 연주와 사람들의 활기로 가득 차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무사 완주를 기원하고 있었다.



언제 출발하는 거야? 어...? 이게 출발이라고?


하지만 처음 열린 대회답게 아쉬운 점드러났다. 추운 날씨 속에 혼란스러웠고, 물품 보관소는 출발 시간이 지나서야 간신히 마감되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우왕좌왕하며 달리기를 시작해야 했다.



초반부터 페이스를 유지하기 어려웠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바쁘다는 핑계로 연습을 못한 결과가 그대로 드러났다.


절반도 못 가서 다리에 쥐가 나고, 숨이 가빠졌다. 하나둘씩 나를 앞질러 나가는 사람들 속에,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나 시각 장애인 분들까지 멋지게 달리는 모습을 보니 내가 더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뭐, 1등 하려고 뛴 건 아니니까.



옆길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순간적으로 유혹을 강하게 느꼈지만, 포기할  없었다. 애초에 요령 피울 생각이었다면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도전은 그 누구와도 아닌,

 자신과의 약속이었으니까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완주를 마쳤다.


하프 코스를 뛴 친구들보다 30분 늦게 들어와서 핀잔 듣기도 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아쉬운 점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에너지를 느끼면서 사람들과 함께 달리는 즐거움, 그리고 적당한 가을 날씨와 완주 후 손에 쥔 메달이 주는 작은 성취감!


만약 이불속에서 고민만 하다가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이런 감동도 없었으리라.


그때 가을날 마라톤은 지금까지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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