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참여예술프로젝트 <상서로운 보물지도>의 하이라이트는 참여자들이 그리는 공동회화 작품입니다. 이번에는 특별히 시민들이 함께 창작한 회화작품을 병풍으로 제작하고자 합니다. 일상의 추억의 장소를 진경산수화풍의 한국화로 그리는 <상서로운 보물지도>는 족자 형태의 개인작업과 병풍으로 제작된 공동회화 작업으로 작업방향이 나누어집니다.
작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병풍에 대해 이런저런 조사를 해보고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요즘 과연 병풍을 일상에서 오브제로 활용하는가? 사실 요즘에는 병풍이라는 단어를 '존재감이 없는 조연, 뒤에 서있는 배경 같은 역할을 하는 인물'이라는 뜻으로 사용합니다. 역사적으로 병풍은 펼쳐서 공간을 구획하거나 배경을 담당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병풍이 단순히 배경을 나누는 파티션 혹은 시서화 혹은 자수가 놓여있는 오브제로서의 역할만 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은 우리가 모두 냉난방이 어느 정도 균일하게 잘 되는 현대적인 거주지에 살고 있지만 조선시대, 해방 후 혹은 몇 십 년 전만 해도 웃풍이 많이 드는 가옥에 거주했습니다. 온돌을 활용해 바닥 난방을 했기 때문에 바닥은 뜨끈뜨끈했지만 상대적으로 단열에 신경 쓰지 못한 벽을 통해서 어디선가 찬바람이 솔솔 들어왔습니다. 병풍은 추위와 바람을 막기 위한 이동식 가구로 활용되었습니다. 바람이 스며드는 벽에 병풍을 세워두면 물리적으로 바람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병풍에 그려진 그림이나 자수는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는 장식적인 요소로 활용되었습니다. 즉 실용적인 가구이자 미적인 오브제로 활용된 것이죠.
병풍은 대게 짝수로 제작됩니다. 폭과 폭이 마주 보며 접히는 구조이기 때문에 6폭, 8폭, 10폭, 12폭 등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희는 이번에 작업 진행 상황을 보아가며 6폭 혹은 8폭으로 제작하려고 합니다. 총 10팀이 함께 그리는 양천구 내 추억의 장소는 5곳에서 8군데 정도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짐작해 봅니다. 오목교, 파리공원, 양천공원, 안양천 등 지역사회 내에서 유희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설마, 학원 강의실을 그리는 아이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겠죠?
병풍의 사이즈는 보통 가로로 35~45cm, 높이는 60~180cm, 두께는 1~1.5cm로 총두께가 10~15cm 정도 됩니다. 병풍을 다 접어서 어두운 색의 병풍집(케이스)에 넣어보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병풍을 다 접으면 병풍이 차지하는 부피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병풍을 옷장과 벽틈 사이에 보관하셨습니다. 현대의 많은 가족들이 그러하듯 저희 가족은 평소에 병풍을 펼치고 살지 않습니다. 제사나 명절 등 특별한 경우에만 틈사이에 숨 쉬고 있었던 병풍을 꺼냈고 병풍은 화려한 모습을 잠시 뽐내고 다시 원래 자리로 사라졌습니다.
오늘은 국립중앙박물관의 모란도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화사함을 뛰어넘는 엄청나게 화려한 병풍이죠? 저도 이렇게 화려하고 강렬한 인상을 주는 병풍은 처음 봅니다. 10폭을 하나의 거대한 캔버스처럼 활용한 대작입니다. 만개한 모란꽃이 10폭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모란은 꽃이 화려해서 동양에서는 꽃 중의 왕이라고 불렸습니다. 5월에 꽃을 피우는 모란은 원산지는 중국이며 한송이가 15~20cm 정도 되는 제법 큰 꽃입니다. 꽃의 사이즈가 크니 시각적으로 화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란은 조선후기까지 풍요로움과 부귀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모란도 병풍은 제례, 의례, 장례 등 다양한 왕실의 행사에서 활용되었으며 민간의 혼례에도 사용되었습니다. 모란도는 그 모습이 아름다운 만큼 다양한 계층에서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았습니다. 화려한 모습과 풍요로움의 상징인 모란은 꽃 중의 꽃이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주연의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저희 <상서로운 보물지도>에서 제작될 병풍도 프로젝트의 주연입니다. 프로젝트의 참여자들이 함께 그린 공동회화를 병풍으로 제작하여 양천중앙도서관의 열람실 내 연결통로에 전시하고자 합니다. 이곳은 어린이 열람실과 일반 열람실을 연결하는 공간으로 방문객들이 자유자재로 2~3층을 이동할 수 있고, 앉아서 잠시 쉴 수도 있으며, 앉아서 독서를 할 수도 있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저희는 이 장소에서 본 프로젝트의 주연인 병풍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10월 초에 디스플레이를 마치고 후기를 사진과 글로 공유하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이 글은 아모레미술관 기획전 <조선 병풍의 나라 2> (2023.1.26-4.30) 도록과 국립중앙박물관의 큐레이터 추천 소장품 '모란도 10폭 병풍 -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모란꽃밭'을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