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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산책 Jul 19. 2024

휴직이 인생을 바꿔주지는 않더라

 휴직이 시작되고 나면 인생에서 거창한 것들이 시작될 줄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서고, 처음 시도하는 것들을 해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흥미로운 대화를 나눌 줄 알았다. 오늘로써 휴직한 지 4주 차가 되었으나 애석하게도 그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휴직을 하는 건 좋았다. 원하는 시간에 자고 원하는 시간에 일어날 수 있다. 기존에 시간이 없어서 못했던 것들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면 대부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회사를 다니느라 하지 못했던 것들을 위주로 해보고 싶었다.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디자인이라던가 새로운 취미인 사진을 좀 더 깊게 공부해 본 뒤 그에 대한 글을 쓴다던가 말이다.


 그러나 막상 휴직을 하니 생각은 생각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디어가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니 딱히 할 게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할 게 없다기보다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새롭게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하게 있는 상태에서 휴직을 한 게 아니기도 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일 것이라 생각한 것은 크나큰 착각이었다.


 시간이 주어져도 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유튜브나 보고 있거나 누워서 잠을 자기 일쑤였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나 하고 싶은 일이라고 하더라도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치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좋아지지 않는 것처럼.


 게다가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은 꽤나 체력과 정신력을 요하는 일이었다. (사회생활 시작하고 나서 운동을 멀리했더니 잃어가는 건 체력이요, 얻는 건 뱃살이었다.)  몸이 지쳐있는 상황에서는 습관처럼 원래 하던 것을 하고, 원래 가던 곳을 갈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았다. 다시 운동을 시작하지 않으면, 건강뿐만 아니라 새로운 일을 할 에너지조차 잃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나이가 점차 들면서 듣던 음악만 듣게 되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을 때처럼 위기감을 느낀다. 움직이고 있는 물체에 관성이 작용되는 것처럼 지금 가지고 있는 루틴과 다른 행동을 의도적으로 시도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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