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오모스 Nov 18. 2024

이상해. 사진을 왜 찍어?

다른 사람들과 다른 자신을 인식할 때 우리는 흔히 불안감을 느낀다. 사회적 동조와 집단의 규범은 때때로 개인에게 큰 압력으로 다가오며, 나와 다른 행동, 생각, 삶의 방식이 두려움과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을 때, 나만 멈춰 선 듯한 느낌이 들거나, 오히려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 있다.


사람들은 사진을 많이 찍는다. 친한 동생 한 명은 카페에 가거나, 맛집에서 음식을 먹고,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낼 때도 그렇다. 동생은 늘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고, 우리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을 사진에 담는다. 그녀는 그녀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에 몰입되어 있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슬슬 자책감이 밀려온다. 


'나 지금 뭐 하고 있니.' 


그녀가 사진을 찍는 동안 나는 할 일이 없이 멀뚱히 주변을 둘러볼 뿐이다. 마치 나만 소외되는 듯한 느낌은 썩 기분 좋은 것은 아니다. 그 순간 나는 시대의 흐름에서 소외되는 것 같은 불안을 느꼈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내가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틀렸다는 생각이 자꾸만 떠올랐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불안함으로 이어질 때, 우리는 자신을 강제적으로 타인과 같은 틀에 맞추려 노력한다.


불쾌한 감정을 지우기 위해 차라리 그녀가 사진 찍는 것을 돕기로 한다. 커피나 음식들이 사진에 예쁘게 담길 수 있도록 각도를 조정하며 사진 찍기에 동참한다. 그러다 보니 그녀와 만나는 날이면 나는 다른 날 보다 사진을 더 많이 찍는다. 


'나도 사진 한 번 찍어 볼까?'


그녀를 만날 때마다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자 궁금증이 일었다. 내가 바라본 그녀의 행동은 무척 신기했다. 매 번, 매 순간 카메라를 꺼내 사진 찍는 귀찮은 짓을 계속하는 그녀. 도대체 이 많은 사진 찍어서 어디에 쓸려고 하는 걸까. 내가 보기에는 무용한 것들을 하고 있는 그녀의 행위가 궁금해졌다. 그녀는 어떤 생각을 하며 사진을 찍는 것일까. 사진 찍는 것이 귀찮지 않은가 등. 수많은 궁금증을 담은 질문을 그녀에게 던졌다. 


"이렇게 많은 사진을 찍어서 어디에 쓸 거야?"


그녀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그녀는 매일 저녁 그날 하루 있었던 일을 회상한다. 사진을 보며, 낮에 느낀 행복한 감각 속으로 다시 빠져 든다. 기분 좋은 대화, 맛있게 먹은 음식, 행복했던 순간들을 다시 곱씹고 곱씹으며 깊게 음미했다. 낮에 느끼지 못한 기분 좋음, 너무 빠르게 지나간 순간들을 다시 경험하고 있었다. 내가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그녀는 매일 저녁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그녀가 살아가는 세상이 다시 한번 위대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하루를 한 번 사는 것이 아니라, 수십 수백 번 반복해서 살아가고 있는 듯했다. 그 순간 프리드리히 니체의 '영혼회귀'가 떠올랐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순간이 이미 수없이 반복되었고,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무한 반복의 의미다. 한 순간이 무한히 반복된다면, 우리는 어떤 순간을 살아가야 할까. 순간순간이 무척 소중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 다른 사람들 보다 행복한 순간을 몇 배는 더 많이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자신이 느끼는 기쁨의 순간들을 곱씹으며 삶을 깊이 있게 음미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나는 생각 속으로 빠져 들었다. 


나는 사진을 잘 찍지 않는다. 또 사진을 안 찍으려고 노력한다. 사진으로 남겨 두면, 시간이 지난 후에 삭제할 사진을 골라내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많았다. 결국, 다 삭제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마음의 짐으로 남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선택한 것이 아예 처음부터 찍지 않기로 했다. 아예 찍지 않으면 사진 찍느라 정신을 빼앗기지 않고,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나중에 휴대폰 용량 때문에 삭제할 사진을 골라내느라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되니 일석이조였다. 


내 휴대폰 사진첩 속에는 나의 생각이 담겨 있다. 나는 사진보다 캡처를 자주 한다. 유용한 정보들을 저장하거나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위한 수단이다. 주된 정보는 주식 트레이딩 현황이다. 어떤 종목을 매수했고, 수익과 손실액이 어느 정도 인지 정보를 주고받는다. 많은 정보를 일일이 설명하지 않고 한 번에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다.


나에게 사진이란,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정보이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을 각인하는 것이다. 이처럼 나에게 사진은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정보를 남기거나, 나의 성취와 성장의 발자취를 기록하는 수단일 뿐이다. 물론, 가끔 귀엽고 예쁜 것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생각이 들어 사진을 찍기도 한다. 그때마다 다시 다짐한다. 사진 한번 찍는 것보다, 내 가슴에 지금 한 번 더 담자. 사진에 담기지 않는 것들은 지금 내 가슴에 더 많이 담고,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며 온몸으로 경험하자. 그렇게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자는 다짐을 상기시킨다.




다른 사람들과 내가 다르다는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본질적으로 우리는 사회적 존재이기에, 타인과 연결되고 공감받고 싶은 욕구가 크다. 하지만 이러한 욕구가 지나치면 자신만의 고유함을 잃고, 무작정 남을 따라가려는 모습을 보인다. ‘모두가 하는 일’에 동참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되는 듯한 두려움이 우리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왜 불안할까?' 남들과 같은 행동을 해야만 나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일까? 때로는 다름이 우리를 더 특별하게 만든다. 유행에 따르지 않거나, 대세와 다른 길을 걷는 것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만의 방식으로 순간을 기억하고, 살아가는 것이 더 진정한 자신이 되는 길일 수 있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때로는 불안과 혼란을 가져오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고유함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우리를 성장하게 만든다.


나와 다르게 살아가는 그녀의 삶의 방식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보며 지나온 시간을 곱씹으며 살아가는 것은 나의 성향과 맞지 않는다는 사실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저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해서 당시의 느낌을 다시 깊게 음미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아갈 뿐이다. 


결국, 불안은 남들과 다르다는 점을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지만,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름을 존중할 때, 우리는 비로소 내면의 평화를 얻는다. 불안은 나와 세상의 경계선에서 생겨나지만, 그 경계를 넘어서 자신을 온전히 마주할 때 더 큰 자유가 기다리고 있다.

월요일 연재
이전 01화 프롤로그_너를 알고 싶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