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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오모스 Nov 23. 2024

part 1. '사랑'의 형태

얼마 전, 20년 지기 친구를 만났다. 그날따라 나는 친구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얘가 원래 이렇게 예뻤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그녀는 원래도 귀엽고 매력적인 친구였다. 하지만 그날은 특히 눈길을 사로잡았다. 길게 늘어진 생머리와 하늘거리는 살구색 쉬폰 블라우스, 각선미를 드러낸 검은색 미니 스커트와 9cm의 하이힐, 은은하고 달콤한 향기, 환한 미소와 밝은 에너지. 그녀가 달라 보였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알고 보니 그녀에게는 최근 마음에 둔 남자가 있었다. 그날도 나와의 만남에 그 남자를 초대했고, 그녀가 그 남자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사랑은 이렇게 누군가에게 더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외모를 가꾸고, 말투를 다정하게 바꾸며,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 쓰게 만든다. 힘든 애씀이 아니라 설레는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변화. 나도 모르게 그 설렘이 전이되어 '나도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사랑과 재채기를 숨길 수 없다고 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사랑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가진다. 사랑을 이야기할 때 흔히 남녀 관계를 떠올리지만, 사랑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심리학자 로버트 스턴버그의 '사랑의 삼각형 이론'에 따르면 사랑은 친밀감, 열정, 헌신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나뉜다. 친구 간의 친밀한 사랑, 연인 간의 열정적 사랑, 부모 자식 간의 헌신적 사랑처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특히 연애 초기에는 열정적인 사랑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의 외모, 능력, 성격에 매료되어 설레고 가슴 뛰는 감정을 느낀다. 이때의 사랑은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서로에게 깊이 몰입하게 만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열정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새로운 국면으로의 전환이자 관계가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오래된 연인이나 결혼한 부부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 대한 열정이 줄어들더라도, 이는 신뢰와 이해로 이어지는 관계의 또 다른 면모로 변할 수 있다.


반면, 신뢰를 기반으로 한 사랑은 더 깊고 안정적이다.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며, 서로의 삶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관계다. 열정이 덜할지라도 깊은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오랜 시간 함께한 부부나 친구 간의 관계에서 이러한 사랑의 형태가 두드러진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대방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성장하는 사랑이다.


사람마다 사랑을 선택하는 기준은 다르다. 열정적인 사랑을 선호하는 사람은 신뢰 기반의 사랑을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고, 신뢰를 중시하는 사람은 열정적인 사랑이 소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두 형태가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시간과 상황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인생의 단계에 따라 사랑의 다양한 측면을 경험할 수 있으며, 사랑은 그 안에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진화한다.


연애 초기에는 열정적인 사랑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한 사람과의 관계가 성장하면서 사랑의 형태가 변화하고 깊어지는 과정을 겪는 것이다. 연애의 뜨거운 감정과 설렘이 기반이 되어 친밀함과 헌신의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러한 관계의 성장은 단 한 사람과 사랑의 트라이앵글을 완성할 수 있게 한다. 열정적인 연인의 사랑으로 시작하여, 신뢰를 기반으로 한 친구 같은 친밀함을 쌓고,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헌신적인 사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사랑은 이렇게 서로를 탐구하고, 함께 성장하며 변화해 가는 여정이다.




열정적인 사랑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사랑은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열정적인 사랑은 자신을 중심으로 상대와의 강렬한 감정과 집중을 경험하게 만든다. 자신이 사랑받고, 자신이 좋아하는 감정이 중요하다. 반면, 신뢰 기반의 사랑은 상대방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상대가 안정감을 느끼고 행복하기를 바라며, 이는 결국 나의 행복과 연결된다. 상대방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상대방에 의해 행복과 불행이 좌우될 수 있음을 깨닫고, 그로 인해 더욱 상대방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것이 진정한 사랑의 상호작용이다.


열정에서 신뢰로 넘어가는 과정은 쉽지 않다. 많은 갈등과 고민이 따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개인과 관계를 더 깊고 성숙하게 만든다. 갈등을 통해 우리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수용의 폭을 넓히고, 더 나은 관계로 나아갈 기회를 얻게 된다. 사랑은 단순한 감정의 변화가 아니라 서로를 성장시키고 변화시켜 주는 여정이다.


이처럼, 사랑은 상대방과 함께 깊어지고 발전해 가며 서로의 행복과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여정이다. 열정적인 사랑과 신뢰 기반의 사랑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때, 우리는 더 성숙하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랑을 '성숙한 사랑'이라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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