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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오모스 Nov 24. 2024

프롤로그_감정 지도

감정은 자극과 반응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단순한 진리가 내게는 오랜 탐구와 고민의 결과로 다가왔다. 누군가 나에게 왜 그렇게 '감정에 관심'이 많으냐고 묻는다면, 그 시작은 나 자신의 감정이 내 의지대로 통제되지 않는 괴로움에서 비롯되었다고 답하고 싶다.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애씀이 결국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나는 왜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가?”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이러한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가?” 

“감정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감정에 대한 관심은 이런 물음들로 시작되어, 나의 일상 속 깊은 관찰로 확장되었다. 나는 늘 나의 감정을 관찰한다. 왜 '감정 관찰'을 하느냐 질문 한다면, 자극과 반응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감정은 곧 나의 반응이며, 동시에 외부 자극의 즉각적인 결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침 출근길에 차가 갑자기 끼어드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차가 끼어드는 순간, 내 안에서는 순간적으로 짜증과 화가 치밀어 오른다. 여기서 감정은 ‘반응’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 짜증이 왜 생겼는지를 알 수 있다. 그것은 내가 예상치 못한 자극, 즉 끼어드는 차라는 외부 상황 때문이다. 이처럼 감정의 반응을 알아차리면, 어떤 것으로부터 자극을 받았는지 원인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관찰은 나에게 한 가지 중요한 통찰을 준다. 


감정은 자극의 결과지만,
내가 그것에 반응하는 방식은
선택 가능하다는 점이다.


감정의 자극과 반응을 관찰하면서, 나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감정은 우리 삶의 복잡한 풍경을 이루는 필연적인 요소지만, 동시에 그것을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는 도구로 삼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감정을 자극과 반응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관찰하면, 더 이상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을 주체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이러한 통찰을 얻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감정을 억누르려 하거나, 그 존재를 부정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억누른 감정은 오히려 더 크게 폭발하거나, 나를 더 깊은 혼란에 빠뜨릴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감정을 ‘적’으로 여기지 않고 ‘메시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감정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신호다.


자극에 따라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감정이 내 삶을 지배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찾아낸 방법 중 하나는 감정을 그대로 느끼되, 그것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탐구하는 것이다. 예컨대, 슬픔이라는 감정이 몰려올 때, 나는 그것을 억누르지 않고 “이 슬픔의 자극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한다. 그리고 그 슬픔이 어떤 반응으로 이어지는지 지켜본다. 이 과정에서 나는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동시에 나의 감정과 더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되었다.


감정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데에는 몇 가지 팁이 있다. 첫째, 감정을 즉각적으로 판단하거나 억누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느끼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둘째, 감정이 어떤 자극에서 비롯되었는지 기록해 보는 것도 좋다. 셋째, 감정이 일으킨 반응을 분석하며, 그 반응을 조금씩 변화시켜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화가 났을 때 바로 소리를 지르는 대신, 깊게 숨을 들이쉬고 그 감정을 말로 표현하거나 글로 써보는 식이다.


결국 감정은 우리 삶의 중요한 일부다. 

자극과 반응의 과정에서 

우리는 감정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한다.


감정이 우리의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감정의 흐름을 이해하고 

선택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주체가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삶의 더 깊은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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