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트 모던을 나와 버로우마켓 방향으로 걷다가 구겨진 듯 꺾인 듯 재밌게 생긴 건물을 만났다. 건물 하나가 거리에 리듬을 만들고 있었다. 폴란드의 북쪽 바닷가 도시인 소폿에서도 이와 비슷한 건물을 보았었다. 프라하의 댄싱하우스도 그랬다. 이런 상상력은 일상에 틈을 만들며 즐거움을 선사한다.
버로우마켓 가는 길에 만난 건물
(좌)폴란드 소폿 (우) 프라하 댄싱하우스
버로우마켓 입구는 도로에서 살짝 들어가 있었다. 입구부터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들은 좁은 시장 안을 한 방향으로 밀려가고 또 밀려왔다. 우리도 그 틈에 끼어 방향을 잡을 새도 없이 밀려 들어갔다. 이건 뭐 런던 판 광장시장인 줄!
버로우마켓 입구
과일 가게에는 다채로운 색깔의 열대과일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다종다양한 치즈들이며 각종 식재료를 파는 가게들이 이어졌다. 빠에야를 만들어 파는 가게 앞에는 줄을 선 사람들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피시 앤 칩스 가게 앞에도 사람들이 줄을 섰길래 우리도 그 줄에 합류했다. 서너 명이 대구를 포함한 여러 생선들을 튀겨 내느라 좁은 가게 안은 정신이 없었다. 그때 등 뒤로 관광객을 태운 파티바이크가 사람들 사이로 아슬아슬 지나갔다. 파티바이크 위에는 열명 정도의 사람들이 페달에 발을 올린 채 알코올을 마시며 신나게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환호로 호응했다. 갑분 도떼기시장 속 노천 클럽. 이럴 때 덩달아 널뛰는 내 마음은 또 어쩔.
파티바이크
대구로 만든 피시 앤 칩스와 오징어샐러드를 주문했는데 엉뚱한 게 나오는 바람에 다시 교환하느라 목이 쉴 뻔. 어찌나 사람도 많고 시끄러운지. 음식을 다시 받았으나 이번에는 먹을 만한 공간이 없어서 자리 잡느라 우왕좌왕. 식사할 만한 공간이 적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채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갓 튀겨 낸 피시 앤 칩스도 맛있고 오징어샐러드도 신선했지만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정신이 없었다. 후다닥 먹고 시장을 빠져나왔다. 그제야나갔던 정신이 돌아오는 듯했다. 마침 아이스크림 푸드트럭이 있길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숨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