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그리고 김영하 작가 북토크
"요즘은 책 읽는 사람이 힘든 세상이다. 책을 읽는다고 하면 주변에서 뭐라고 한다. 책을 사면 "또 사?" 한다. 하지만, 책을 자꾸 산다는 눈총을 받는다면 전형적 독서가다. 사는 속도가 읽는 속도보다 빠른 사람이 독서가다. 게다가 책은 독특한 상품이다. 사놓고 사용하지 않아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 책은 사서 꽂아놓기만 해도 효용이 있다. 책이 우리에게 말을 건다. '이제 좀 읽어야 하지 않겠니?'(ㅋㅋ) 읽지 않은 책으로 가득한 책장이 효과가 더 크다. 책 앞에서 지적인 겸허함을 느낄 수 있다.(ㅋㅋ) 우리 집에 읽은 책만 가득하다면 거기서 책 읽기가 멈춘 것이다."
"미국에서 책 읽기와 성적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책을 많이 있는 것과 성적에는 인과관계가 없었다. 다른 변수들도 조사했다. 모두 인과관계가 없었다. 단 하나 인과관계가 있었던 것은 "장서의 수"였다. 집에 책이 많으면 성적이 높았다. 중요한 것은 책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다. 스스로 책을 골라서 읽다가 실패하는 경험이 있어야 한다. 실패를 통해 스스로 책을 고르는 기쁨, '채집 황홀'의 경험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도서관은 아주 좋은 장소다. 지금 책을 읽지 않더라도 어린 시절 책을 좋아했다면, 책이 많은 환경에서 자랐다면 다시 책을 좋아하게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억지로 책을 좋아하게 만들려고 애쓰지 마라, 안된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