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자기 체면

by 김성희

"우리가 엄마니까 감당할 수 있는 일이 맞느냐고

모성은 위대하고, 엄마 체력은 괴력이고,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엄마를 보냈다는 말로

우리를 소위 "가스라이팅"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 에필로그는 다정하게 씁니다 중-


엄마니까 감당할 수 있는 위대한 일들마저

때로는 버겁게 느껴지는 순간들을 마주 할 때면

'아이들 때문에 이대로 사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내가 몇십 년을 걸쳐 이루어 놓은 내 가정, 내 가족,

내 삶 전부를 놓아버리고 싶은 날들이 있다.

그 순간이야 말로 잠시 잠깐 내가 나를 전부 잃었을 순간인지도 모른다.


엄마로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니

나는 힘든 순간을 마주 할 때면

'엄마니까, 엄마라서, 엄마이기 때문에,

나는 엄마잖아......'

이런 말들로 스스로에게 체면을 걸며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았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당연히 해야 하는 부모의 책임감이라 여겼고

성인이 된 후에는 '자식인데 어쩔 것이야'라며 포기하듯

아이들 앞에서 또다시 나를 내려놓았다.


엄마라서가 아니라, 부모라서가 아니라

어쩌면 삶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그 모든 것들로부터

나를 내려놓은 인내를 배우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감사하기로 했다.

자식으로 인해 사랑을 배우고

인내를 배우고, 노력을 배우고, 간절함을 배운다.


'부모, 아무나 될 수 있지만 누구나 될 수 없는 이름'이라고 했던가.

'엄마는 아무나 될 수 있지만 좋은 엄마는 아무나 될 수 없다'는 말.

나에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수 없이 노력했을 엄마를 떠올려본다.

나 또한 나의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보려 애써본다.

아이들에게 최고가 될 수 없겠지만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엄마이고 싶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다 해줘야 한다는

무거움보다 내 아이들을 사랑으로 사람답게 키워내는

위대한 일을 하는 중이라고......

너희들이 나에게 부여해준 '엄마'라는 이름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내고 싶다고.


우리 엄마에게 내가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딸이었던 것처럼

너희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소중한 내 아들

세상에서 가장 예쁜 내 딸이라고.


'천국보다 아름다운' 드라마를 보면서 스치듯 지나가는 생각 하나.

천국은 따로 없으며 내가 있는 곳이 가장 아름다운 천국이라고.

그 천국은 내가 만드는 것이라고.

그 어디에도 없는 천국을 찾아 헤매느라 소중한 것들을 잃지 말라고.

내가 있는 이곳에서 내가 가진 것들로 나만의 천국을 만들자고.

세상에서 언제 소멸될지 모르는 이 순간을 살아가자고.

내 곁에 머무는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엄마, 이제 나 안 울어요.

엄마 생각만 하면 흘리던 그 눈물

이제는 엄마 생각으로 웃을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그러니 엄마도 그곳에서 마음껏 웃을 수 있기를요.


"우리는 모두

'상실에 대한 애도가 너무 본격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슬픔에 젖어 있지 말라는 서운한 위로,

추스를 시간도 재주지 않은 채 빨리 일상으로 복귀하라는 보챔.

어쩌면 누군가는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결코 복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더 헤매야 하고 더 주저앉아 있어야 하고 더 그리워해도 되는 것 아닐까?"

-에필로그는 다정하게 씁니다 중-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20화엄마가 기도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