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는 말보다 사랑한다고 말할걸

by 김성희

“사람이 죽으면 끝인 줄 알았는데, 끝이 아니더라.

미안함도, 그리움도, 사랑도… 다 남아 있더라.”

-천국보다 아름다운 드라마 중-


남편 없는 삶에 우리 8남매가 세상의 전부였을 엄마.

엄마가 떠나시기 전 귓가에 조용히 속삭여줬던 말.

"미안해요, 고마워요, 수고했어요."라는 말대신

사랑한다고 더 많이 말해줄걸.

그랬다면 엄마가 떠나는 마지막 순간이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엄마는 어떤 말을 가장 듣고 싶었을까?

임종의 순간이 내 앞에 다가왔다면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듣고

어떤 말을 남기고 싶을까?


태어나서 엄마의 삶에 더 많은 짐을 얹어준 것 같아서

'나만 없었더라면......'

엄마의 삶이 뒤늦게까지 덜 힘들었을 것만 같아서

내 존재를 부정하고 싶었던 수많은 날들

성인이 되기 전까지 나는 늘 엄마에게 죄인 같았다.

버거운 엄마의 삶에 아무 도움도 되어 주지 못하는 존재인 것만 같아서 말이다.


그런데 내가 엄마로 26년을 살아보니

절절이 사랑해서 그 사람만 있으면 행복할 것 같아서

결혼을 선택해 평생을 함께 가자던 남편을 미워할 수 있어도

세상 사람을 다 미워하고 증오할 수 있어도

그 어떤 상황과 어떤 모습이라도 절대로 미워할 수 없는 존재가 있음을.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려 내 마음과 온몸에

갈기갈기 찢기는 고통이 찾아와도 삶에 희망이 되어주는 존재

철없는 내게 성숙함을 더해주는 존재

독한말을 쏟아부어도 금세 마음을 아물게 하는 존재

표정 하나에도 나를 울고 웃게 하는 단 하나의 존재

50년 가까이 살아온 내게 그 이름은 '자식'이라는 두 글자였다.


보고 싶다는 말을 하면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걱정을 하게 만들고

'사랑해요'라는 말을 하면

힘들었던 모든 것들을 잊을 수 있게 하는

세상에 귀하고 귀한 내 사랑하는 아들과 딸.

엄마여도 엄마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겠지만

각자의 주어진 삶이 달라서

엄마와 나는 다른 존재이므로.

하지만, '엄마'라는 공통된 이름 하나로

자식을 사랑한다는 공통된 마음을 살아가고 있는

'엄마'라는 시간.


엄마의 마음이 이런 거였더라면

엄마에게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줄걸.

마지막 죽음 앞에서도 미안함으로 가득했던

그래서 이기적인 내 마음만 표현했을까.

침상에 누어 일어나지 못했을 때

자식을 알아보지 못했을 그 순간에도

사랑한다고 더 크게 외쳐줄걸

더 많이 따뜻한 손 잡아줄걸

한 번 더 안아줄걸. 그럴걸 그랬다.


엄마는 나의 첫 번째 집이고

나의 첫사랑이었다는 것을.

삶의 힘든 순간에만 간절히 부르고 찾았던 '엄마'라는 이름이

엄마가 없는 지금, 매 순간 엄마를 찾고 있는 나는

이것마저도 이기적인 것일까?

저 세상에서도 엄마가 나에게 바라는 건 어쩌면,

엄마가 생각나지 않을 만큼 행복한 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는지.


이제 나는

엄마에게 해주지 못한 말들을 대신해

매 순간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루하루 무탈한 시간을 보내주고 있는 너희들이 참 고맙다'라고

'너희들의 존재가 내가 태어나 죽을 때까지 받은 선물 중에 최고의 선물이고,

엄마는 언제나 너희를 사랑한다'라고.......

더 많이 만져주고 온 마음을 다해 엄마의 마음을 표현하는 일을

절대로 아끼지 않겠노라고.

그 사랑이 너희들에게 전해지고 쌓여서

가장 행복하고 가장 힘든 순간에도, 내가 떠난 너희들에 시간에도

언제나 꺼내볼 수 있어서 살아가는 힘이 되길.....

그것이 내가 내 엄마에게 배운 사랑이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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