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1편 조선朝鮮 이전 #11

변형된 이야기, 남겨진 흔적

이제 압록-수와 태백-산이 어디인지에 대한 단서를 얻었던 자료들의 이야기를 살펴 일단락하도록 하겠습니다. 되새겨보자면 그 이야기란 이런 것이었습니다: 통전 변방편과 신당서 동이열전 고려편은 마자-수 곧 압록-수가 말갈의 백-산에서 나온다고 하였는데, 말갈의 일을 적은 신당서 북적열전편은 말갈의 속말-부가 제일 남쪽에 있어 태백-산에 이른다고 적고는 달리 백-산이라는 단어를 적지 않았으니, 말갈의 백-산이란 곧 태백-산이라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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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구절에서 신당서 북적열전은 말갈의 속말-부가 이르는 태백-산을 도태-산이라고 한다[J:③]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당唐보다 훨씬 앞서, 그러나 삼국지 연의를 통해 잘 알려진 후한 시기 조조의 아들 조비가 시작한 위魏보다는 뒤에 일어난 후위後魏 - 달리 북위北魏라고 하는 무리의 일을 적은 위서 가운데의 물길열전 또한 물길의 남쪽에 있는 도태-산을 태백-산이라고 한다[N-(1):③-④]고 적었습니다.

N-(1) 위서 물길열전: ① (물길-)국國의 남쪽에는 ② 도태-산[徒太-山]이 있었다. ●(도태-산은) ③ 위魏에서 ● 이야기하기를(=위의 말로) ④ 대백(-산)[大白](=태백-산)이라고 하였다.

첫 구절은 위서 물길열전이 적은 물길이 곧 신당서 북적열전 흑수말갈편이 적은 속말-부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구절과 관련하여 물길의 위치를 이해하기 위해 살펴야하는 다른 자료들이 있지만, 그것들은 말갈이 문자 자료에 등장하는 시점을 다룰 때에 살피는 것이 보다 적절합니다.

이 글에서 주의해야 할 것, 정말 흥미로운 것은 그 다음 구절입니다. 위서 물길열전은 앞의 내용에 이어 태백-산에 범, 표범, 큰 곰, 이리가 있는데 그들 모두 혹은 일부가 사람들을 해친다[N-(2):①-②]고 적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수서 말갈열전은 약간 다르게, 도태-산(=태백-산) 위에 곰, 큰 곰, 표범, 이리가 있는데 모두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O:①-④]고 적었습니다.

N-(2) 위서 물길열전: (태백-산에는) ① 범들[虎], 표범들[豹], 큰 곰들[羆], 이리들[狼]이 있었다. ● (범들이) ② 사람들[人]을 해친다. ①有虎豹羆狼●②害人

O 수서 말갈열전: ① (도태-산의) 위에 ② 곰들[熊], 큰 곰들[羆], 표범들[豹], 이리들[狼]이 있는데, ● (곰들, 큰 곰들, 표범들, 이리들이) ③ 모두 ④ 사람들을 해치지 않는다. ①上②有熊羆豹狼●③皆④不害人

이제 수서 말갈열전의 내용을 통해 위서 물길열전의 내용을 바라봅시다. 수서 말갈열전은 곰, 큰 곰, 표범, 이리가 모두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고 하였으니, 위서 물길열전이 범, 표범, 큰 곰, 이리가 - 그들 모두 또는 일부가 사람을 해친다는 이야기는 사람을 해치지 않는 표범, 큰 곰, 이리를 제외한 범 만이 사람을 해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다시 말해 태백-산에는, 범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큰 곰은 사람들과 어울린다는 이야기가 남아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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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달리 말할 필요도 없이, 앞서 살펴본 웅의 이야기 가운데 곰 같은 사람은 사람다운 모양새를 얻었지만 범 같은 사람은 그러지 못했다 - 곰 같은 사람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었지만 범 같은 사람은 그러지 못했다는 부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본래의 이야기를 전하던 사람들이 사라진 뒤에 그 이야기를 이미 들었지만 불완전하게 기억하며 남아있던 사람들을 통해 본래의 이야기가 곰, 범, 사람의 어울림에 대한 것으로 변형되어 남겨진 흔적이 이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흔적이 비롯된 본래의 이야기를 전하던 사람들은 누구였을까요? 위서 물길열전은 태백-산을 옛 기록에서와 같이 태백(-산)[太伯]이라고 적는 대신 본기에서와 같이 태백(-산)[太白]이라고 적었습니다. 앞서 살핀 바에 따르면 본기가 적은 이야기는 환의 사람들이 아니라 태백-산 꼭대기 단의 사람들이 전하던 것이었으니, 흔적으로 남겨진 이야기를 본래 전하던 사람들은 바로 단의 사람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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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여기서 일단락됩니다만, 여기까지 오고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의 질문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태백-산 꼭대기 단을 떠난 사람들이 본래 전하던 이야기와 아직 살피지 않은 환의 사람들이 전하던 이야기는 어떻게 해서 본기와 옛 기록으로 남게 된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