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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야 네 마음은 어떠니

그녀, 엄마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살순 없었나

by 정현숙

엄마아빠의 헤어짐은 자녀들에게는 죽음과 같은 극한 공포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러한 자신의 감정을 아이들은 차마 엄마아빠에게 밝히지 못한다.

고통스러워하며 힘겨워하는 엄마아빠를 보며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또 숨긴다.

아이들에게는 엄마아빠의 헤어짐에 대하여 '내가 좀 더 잘했으면 엄마 아빠가 헤어지지 않았을까'라는 죄책감과 '잘못하면 엄마(아빠)마저도 나를 버릴지도 모른다'라는 두려움이 점철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혼 후 비양육친(함께 살지 않는 부모)의 면접교섭은 너무나 중요하다.

헤어지는 엄마아빠에게 면접교섭을 늘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아무런 잘못이 없는 아이들의 인생에 크나큰 상처를 주게 되었으니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것.

그것은 오로지 엄마아빠의 몫이며, 당신들만이 그 아이들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것.


우리 민법은 '자(子)를 직접 양육하지 아니하는 부모의 일방자(子)는 상호 면접교섭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민법 제837조의 2 제1항)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면접교섭권이 비양육 부모의 권리라고 인식하고 있으나 법에서는 자녀의 권리라고도 명징하고 있다. 비양육친을 자녀가 행사하는 면접교섭권의 상대방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면접교섭은 비양육친의 의무라는 성질을 아울러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정법원은 면접교섭이 잘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애를 쓴다.

그것만이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길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만나게 해주고 싶어도 만나게 할 수 없는 사건들을 접할 때면 어쩔 줄을 모르겠다.

법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조사하고 검토하고 숙고한다.

그런 사건을 만나면 마음이 아래로 아래로 끝간데 없이 떨어진다. 나락으로.




여자는 남편과 이혼하면서 5살 아들의 친권자 및 양육자가 되었다.

그리고 남자 A를 알게 되어 아들을 데리고 동거를 시작하였다.

A는 이혼소송 중이었는데, A의 아내는 이혼소송 중 아이들(2남 1녀)을 A가 일하는 공장 경비실에 맡기고 가버렸다.

그때부터 여자와 A는 4명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였다.

A의 자녀 중 4살 난 딸은 몸무게 680g인 초미숙아로 태어나 3개월간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았고 선천적으로 호흡기가 약하였으며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앓고 있었다.


여자와 A는 딸이 갑상선 기능 저하증 등의 치료가 필요함에도 병원을 데려가지 않았다.

A는 딸이 밥을 잘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딸의 오른쪽 발목을 강하게 수차례 짓밟았고 등을 발로 걷어찼다.

그대로 방치된 아이의 복숭아 뼈 부위에 고름이 생기고 종아리 허벅지까지 검게 부어오르는 상태가 되었다.

아이가 제대로 먹지 못한다고, 밤에 잠을 자지 않는다고 발로 누워있는 아이의 몸통을 걷어 찼다.

아이는 몸을 활과 같이 뒤로 젖히고 울음소리를 내며 숨을 헐떡이다 마지막 옅은 숨소리를 내뿜으며 지구별에서의 짧은 6년간의 삶을 끝마쳤다.

아빠의 집에 온지 3개월만이었다.

사망원인은 갑상선기능저하, 전신 수포, 갈비뼈 골절로 인한 호흡곤란, 흉강내출혈 등 이었다.


A는 여자와 함께 딸을 야산에 암매장한 뒤 아이가 살아 있는 것처럼 행세하면서 7개월간 양육수당을 신청하여 부정수급하였다.

더 버티기 힘들자 허위 실종신고를 했고, A는 피해아동을 찾아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과정에서 혼절하여 쓰러지는 열연을 펼치기도 했다.

모든 지역민들이 아이가 살아있기를 간절히 기원하였고, 3146명의 경찰관 및 190명의 소방관이 지역 일대를 수색했다.


그러나 갈비뼈가 3개나 부러진 상태의 암매장된 아이의 시신이 발견되고, 결국 이들의 범행은 발각되어 모두 구속되었다.

7살 아들은 경찰서를 통해 아빠에게 인도되었으며 이를 이유로 아들의 양육자 및 친권자는 전배우자인 남편에게 변경되었다.

여자는 아동학대치사 등으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A는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인데 교도소 재소 중인 상태에서 아빠를 상대로 아들에 대한 면접교섭 이행청구를 했다.

아빠는 아이의 실명이 인터넷에 노출되었음을 이유로 개명을 했고 동거녀와 함께 아이를 양육하고 있었다.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 8살이다.



엄마와 아빠는 협의이혼하면서 아빠가 아들을 정기적으로 면접교섭하기로 협의했다고 신청서에 기재했지만, 실제로는 면접교섭을 하지 않기로 협의했었다.

그 협의에 따라 아빠는 한 번도 아들을 만나지 않았다. 아빠는 갑자기 아들을 인수하게 되자 부산에 있는 이모에게 양육을 맡겼다가 2달 뒤에 데려와 자신의 부친의 집에서 아들을 양육하다가 8개월 뒤부터 동거녀와 함께 아들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엄마는 이혼 후 자신이 전적으로 양육하다가 갑자기 헤어지게 된 아들에게 자신의 현재 상황, 즉 교도소 수감으로 인하여 아들을 계속 돌볼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알리고, 면접교섭으로 자신을 만날 수 있도록 하여주는 것이 아들의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면접교섭을 청구한다.


아빠는 아들이 엄마의 범죄를 알지 못하고 있고, 어린 나이에 갑자기 이를 알게 될 경우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하면서 면접교섭에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하...이 엄마는 제 새끼를 만날 자격이 있는 것인가.

엄마는 의붓딸에게는 씻기 어려운 죄를 지었으나, 자신의 아들에게만큼은 '좋은 엄마'였다.

아들의 아토피가 악화되지는 않았는지, 아들이 학대를 당하고 있지나 않은지 걱정을 하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

남편의 학대행위를 방임하며 의붓딸의 죽음에 이르게 한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제 아비와 계모에게 학대당하지나 않을지 매일매일 걱정하고 있다.

한 인간의 이율배반적인 민낯에 소름이 돋는다.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

아이의 마음에 엄마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엄마를 그리워할까. 만나고 싶을까.

10살 꼬마의 마음을 생각하니 심장이 저릿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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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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